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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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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에 있음
글쓴이: 끓는물
작성일: 11-06-27 06:16 조회: 2,072 추천: 0 비추천: 0
INTRO
—날아와 머리 위로, 날아와—





죽고싶다.

……라고 말하는 사람은 사실 정말로 죽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들 말한다. 다시 말해, 죽고 싶은 사람은 누구에게도 그것을 알리지 않고 아무도 모르게 스스로의 목숨을 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말로 자살할 생각이 있는 사람은, 오히려 자신의 자살을 방해받지 않기 위해서 아무렇지도 않은 내색을 한다는 거다. 무리해서 밝은 척 연기를 하면서 쾌활하게 군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죽고 싶다는 말을 달고 다니는 사람에게 괜한 걱정을 쏟을 필요는 없다. 그 사람은 사실 진심으로 죽고 싶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입버릇처럼 죽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은, 죽고 싶은 것이 아니라 단지 타인의 관심을 끌고 싶을 뿐이며 그런 사람을 상대하면 괜히 당신만 피곤해진다. 그렇게나 죽고 싶다고 말하면, 왜 진작 죽지 않았겠는가?



“정말로 그럴까…….”

언젠가 읽었던 소설의 내용을 떠올리면서 도로를 걷고 있었다. 같은 반 친구의 장례식장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사인은 자살이었고, 친구의 죽음은 자연스럽게 그 책의 구절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아니, 친구라고 편한 대로 얘기하긴 했지만 친구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허물없는 사이는 아니었다. 특별한 주제를 가지고 자주 대화해본 적도 몇 번 없었고, 점심을 같이 먹은 적도 없었다.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얼굴을 떠올려보라고 하면 흐릿한 안개가 끼어있는 윤곽밖에 잡지 못할 정도로 사이가 먼 편이었다.

그렇지만 대화를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공감대를 이루며 특정 주제를 갖고서 회화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자리배치를 받았을 때 내 바로 앞자리였고—— 지우개나 샤프심을 빌려달라는 식으로 별 것 아닌 잡담을 나눠본 적은 있었다.

수업이 지루하다, 어떤 교사가 맘에 든다. 그 정도는 얘기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게 다다.

나 말고 특별히 친한 친구가 있었던 것도 아니어서, 그는 학급의 일원과 어느 정도 동떨어진 위치에서 학교생활을 해 나갔다. 좀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것도 볼 수 없었고, 그가 누군가와 놀고 있는 모습도 못 봤던 것 같다.

분명히 말해서, 그에겐 특별히 친구라 부를 수 있을만한 관계의 교우가 한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우리가 아직 서먹서먹한 사이였기 때문이지 학급 내의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갔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저, 고등학교 1학년의 새 학기가 열린지 3일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머리가 나쁜 녀석이라면 친구의 이름과 얼굴을 헷갈려하기 쉽다. 내 경우는 어딘가에서 흘러들어온 다른 반 학생을 우리 반의 일원으로 착각하고 말을 붙였다가 창피를 당하기도 했다.

서로의 이름도 얼굴도 다 못 외우는 시기였으니, 친구가 없다고 말하는 것 보다는 친구를 미처 만들지 못했다고 말하는 쪽이 정확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를 아직 친구라고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말로는 친구라고 말하지만, 정말로 친구일까? 하고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인 것이다.

모르는 사람과 친구 사이에 있는 경계선상에 위치한 관계. 이런 관계의 사람은 대체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어쨌건 그는 내 친구가 아니었고, 나도 그의 친구는 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그 애매한 관계에 속해있는 사람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지를 잘 모르기 때문에, 아직은 그를 친구라고 불러주고 싶다. 그것이 내가 그에게 표현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그의 장례식은 울음바다였다. 특히나 감수성 풍부한 여자애들이, 그를 위해 울어주었다. 우리 반 여자애들 중 누구도 그와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도—— 그녀들은 그를 위해 눈물을 흘렸다.

장례식장의 분위기라는 것은 사람으로 하여금 강제로라도 눈물을 짜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모습으로 되어 있었다.

실제로 나는 그에 대해 별다른 애도의 마음을 품지 않았었는데, 자신도 모르게 모두에게 편승해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억지로라도 눈물샘을 비트는 학우들과 나 사이에 있는 온도차를,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 진심이 빠져있는, 빈껍데기 눈물이나 다름없었다. 흐름에 이끌려서 억지로 쥐어짜내는 그 눈물은…… 내 비겁함을 상징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우리 반 학생 전원은, 오늘 장례식을 다녀왔다.

수업은 나오지 않아도 좋으니 장례식에 참석하라는 교장 특명 때문이었다. 아직 학기 초니까 학생들의 공동체의식을 살리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우리 반 학생들 중에서…… 누구 하나 진심으로 그의 죽음을 슬퍼한 녀석이 있었을까?

하루 쯤 수업을 빠져도 학생들 전원이 한 명의 넋을 달래기 위해 울어준다면…… 단결력이 생기고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겠지. 사람의 죽음이 학생들의 관리를 위한 도구로 활용되다니, 끔찍한 발상이다.

장례식이 끝나자 귀가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얼굴에는 하나 둘 씩 웃음이 돌아왔다. 아직까지도 코를 훌쩍이는 사람이 몇 명 보이기는 했으나 그것도 오래가지는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탈 때쯤, 우리 반 학생들은 그 누구도 눈물을 흘리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나 서럽게 울던 여자애들도 얼룩이 남아있는 얼굴을 하고서 시시덕거리고 있다. 그들은 더 이상 친구의 자살을 슬퍼하지 않았고, 나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들, 나와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정말로 그럴까…….”

아까 중얼거렸던 말을 다시 한 번 입에 머금고서, 길을 걸었다. 죽은 녀석의 사인은 자살이었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는 괴롭힘 당하는 인물도, 의도적으로 따돌려지는 인물도 아니었다. 그의 자살 원인은 아직까지 불명이다. 하지만 어른들의 입장에는 그의 죽음이 꽤나 거슬렸을 것이다. 학교 폭력 때문에 자살하는 학생을 만든 학교라니, 꽤나 기분 나쁜 딱지가 붙은 셈이다.

더군다나 그는 보란 듯이 학교 교내에서 자살을 시도했다. 4층까지 올라간 뒤에, 복도의 창문을 열고서 그대로 뛰어내린 것이다. 머리부터 떨어졌으니 즉사했을 것이고…… 그의 핏자국이 남아있는 장소는 출입이 통제되었다.

2층 이상의 창문들은 어느 정도까지만 열릴 수 있게 조치가 취해졌고, 학생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지 않도록 교무 회의가 열렸다고 한다. 아마 내년쯤 되면 자살한 학생의 원혼이 떠든다고, 미래의 신입생들이 떠들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의 자살을 처음으로 목격한 사람이…… 바로 나다.

4층에서 추락한 시체는 생각만큼 끔찍하지는 않았지만, 결코 쉬이 보아 넘길 만큼 멀쩡한 형태를 이루고 있지도 않았다.

우선 목이 뒤틀려 있었다. 살을 찢고 튀어나온 목뼈의 조각은 겨울철의 나뭇가지처럼 서글프게 핏방울을 맺고 있었다. 그것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은, 나의 발걸음을 멈춰 서게 하는데 충분했다.

뭐라 말할 새도 없이 구경꾼이 몰려들었다. 뒤이어 나타난 교사들은 그런 인파를 정리하기 위해 언성을 높였고, 나의 시선은 친구의 시신에 완전히 못 박힌 듯 고정되어 있었다.

아니, 그 당시의 친구를 시신이라고 부르는 것은 옳지 않을 것이다. 구급차가 달려와 그를 싣기 전까지는 분명 몸을 꿈틀거리고 있었다. 살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단순한 반응 때문인지는 모른다. 허나 내 눈에는, 몸 안을 휘감고 있던 생명력이 다가오는 죽음을 밀치기 위해 숨을 헐떡거리는 모습으로 보였다.

그렇지만, 육체가 죽음에 힘껏 저항하는 모습은 빈말로도 아름답다고 말할 수 없었다.

나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서 거리의 모습을 둘러보았다. 오가는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보았고, 그들의 표정을 보았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행인들을 관찰한 후에는 거리를 이루는 구성요소에게 시선을 주었다. 가로수와 보도블록, 상가의 간판과 건물들을 차례로 본다.

내 오른편에 있는 3층짜리 상가 건물을 천천히 훑어보며 생각했다. 아마, 그 친구가 뛰어내렸던 높이는 이 건물의 옥상정도 되는 위치였을 것이다.

그 높낮이를 가늠해보려고 고개를 들었다.


사람이, 머리부터 추락하고 있었다.


“헉…….”

숨을 삼키고서 한 발짝, 물러섰다. 왠지 내 머리와 정면으로 충돌할 것 같았다. 긴 머리칼을 가진 여성이, 눈을 감은 채로 서서히 추락하고 있었다.

무서우리만큼 빠른 속도였지만, 내 뇌는 그녀의 속도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더 눈동자 안에 새겨두려는 듯이, 그녀의 추락속도를 무척 느린 것처럼 인식하고 있었다.

그녀는, 편하게 눈을 감은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한 걸음 물러선 것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 한 걸음을 더 물러선다.

요란한 소리가 들리며 그녀가 지면에 충돌했다.
머리부터 떨어졌다.

사방에 피가 튀어 올랐다. 나 말고 몇 사람인가가 더, 자신의 옷에 피가 묻는 것을 확인했다. 내 것은 아닌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고 혼란스러운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폭발했다.

누군가 구급차를 부르라고 말했지만, 자기가 직접 부르지는 않았다.

지근거리에서 그녀의 죽음을 목격한 사람이 다리가 풀린 듯 주저앉기 시작했다. 나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심장 고동이 빨라지는 것이 느껴졌고, 손끝이 가볍게 저려왔다. 손끝의 감각이 마비된 것만 같았다.

어쩌면, 너무 놀라서 오줌을 지렸을 지도 모른다. 경황이 없어서 내 몸에 무슨 이변이 일어났는지도 잘 알 수 없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들어갔고, 말 그대로 어떤 생각도 들지 않았다.

자신의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게 느껴졌다. 백 미터를 전력으로 질주했을 때처럼 들숨과 날숨이 들쑥날쑥 이동했다. 입 안에 단 맛의 침이 고였다. 삼켜도 삼켜도 계속 침이 고였다. 위장 속의 내용물을 전부 게워내고 나서야, 그게 구토의 전조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구급차가 도착하고서 시신을 옮겼다. 친구가 옮겨졌을 때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이미 틀렸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송할 수밖에 없다. 구급대원들의 얼굴은 그런 것을 말하고 있는 듯 했다.

시체가 사라지자 이번에 나타난 것은 경찰이었다. 주변 상황을 정리하고 사람들을 물러 세운다.

나 또한 친절한 순경의 부축을 받아 어렵잖게 일어설 수 있었다. 토사물로 인해 바지가 축축해졌다는 것을, 그제야 알아차렸다. 시큼하고 매운 냄새가 풍겨왔다. 친구의 장례식장에서 먹었던, 육개장이었다.

경찰은 내게 몇 가지를 질문했고, 나는 새하얗게 물든 머리로 최대한 성실히 대답했다. 내가 패닉 상태라는 것을 이해한 경찰은 순찰차로 태워다 주겠다고 말했고,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로 고개만을 끄덕였다.

나와 함께 뒷좌석에 앉아준 친절한 순경이 나의 손을 붙잡고서 상냥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주었다. 몇 개의 질문에는 대답을 했고, 몇 개의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순경의 노력에 힘입어 놓쳤던 이성의 끈을 다시금 움켜쥘 수 있었던 것 같다. 호흡이 안정되기 시작했고, 농담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정신이 돌아왔다.

“순찰차에 토한 냄새 배면 어쩌죠?”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농담이었다. 걱정 말라며, 젊고 친절한 순경이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학교는 어디니? 공부는 잘하는 편인가? 운동은? 온라인 게임같은 건 뭘 좋아하니? 집 주소, 이제는 말해줄 수 있니?

친절한 순경이 밝은 목소리로 물었고 나는 그 질문에 모두 대답을 던져주었다. 집 주소를 들은 순경이 유쾌하게 말한다.

“12층이면 엘리베이터 점검할 때마다 힘들겠네.”
“죽을 맛이죠.”

나는 웃으면서 젊고 친절한 순경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단지 내에는 엘리베이터가 두 대 설치되어 있는데, 하나는 홀수층만 운행하고 다른 하나는 짝수층만 운행했다. 하나가 점검중일 때는 다른 하나에 타서 한 층계만 계단으로 올라가면 되는데 둘 다 점검중일 때는 1층에서 12층까지 걸어 올라가야만 한다.

“나도 알아. 우리 집은 말이지, 14층이거든. 게다가 엘리베이터는 어찌나 그리 자주 고장 나던지!”

순찰자 내부에 웃음기가 감돌았다. 지금까지는 애매하던 장래희망이 경찰관으로 굳어지는 순간이었다. 진심으로, 이 젊고 친절한 순경에게 고맙다는 마음을 품었을 무렵이었다.

“이 미친 새끼!”

불현듯, 운전대를 잡고 있던 중년 순경이 욕설을 퍼부으며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안전벨트를 매고 있던 몸이 크게 앞으로 쏠렸다가 뒤로 당겨진다.

순찰차 안에, 큰 충격이 일었다. 앞 유리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금이 가 있었던 것도 같다. 중년 순경이 순찰차를 세우고서 급하게 뛰쳐나간다.

호흡이 빨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중년 순경은 뒷좌석의 문을 열었고, 상황을 이해한 젊은 순경이 그의 뒤를 따라 문 밖으로 나갔다. 미안하다,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라. 그렇게 말했던 것이 기억난다.

내 호흡은 다시금 빠른 속도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심장 박동소리도 갈수록 빨라졌다. 이 상황을 이해 못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순찰차의 앞유리는 눈앞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금가 있었고, 그 이상으로 빨갛게 칠해져 있었다.

투신자살이었다. 보행자가 도로로 뛰어들어 죽은 것이다.

제어가 안 되는 몸을 가다듬기 위해, 검지를 세게 깨물면서 숨을 몰아쉬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행동이었지만 효과는 있었다. 하지만 울렁이는 가슴만은 도저히 주체를 할 수 없었다.

두 순경은 다른 순찰차와 무전을 주고받았고, 나는 다른 순찰차로 옮겨지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그 자리에 모인 모든 순경이 내게 시체를 보여주지 않기 위해 나를 배려해주었다. 경찰관이, 이렇게나 고마운 사람들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젊고 친절한 순경은 무엇보다 나를 걱정하면서 다른 순경들에게 내 보호를 부탁했다. 나를 부탁받은 순경은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젊고 친절한 순경의 부탁은 그리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타앙————.

메마르고, 찢어진 폭음. 그것은 내 고막을 찢어버릴새라 귓속으로 파고들어왔고, 내 뇌를 뒤흔들었다. 피가 튀는 모습을 또 한 번 보는 순간이었다. 그 자리에 모여 있던 모든 순경과, 도로로 투신한 사람을 구경하기 위해 모여든 구경꾼들.

모든 이가 숨을 멈추고서 그 사태를 받아들이길 거부했다. 그러나 그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나는, 그 광경을 망막에 고스란히 담을 수밖에 없었다.

나를 부탁받은 순경이, 별안간 자신의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 입 안에 쑤셔 넣고는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총탄은 흉악하게 그의 머리를 헤집어놓았고, 나에게는 일생에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충격을 선사해주었다. 게임 속에서 접하던 총성과는 비교조차 거부하는 굉음이 내 모든 신경을 뒤흔들어놓는다.

그리고 그 뒷일은 기억나지 않는다.
기절했기 때문이다.



깨어났을 무렵에는, 초췌해진 얼굴로 엘리베이터에 올라 타 있었다. 젊고 친절한 순경이 나를 업고 있었고, 그는 이루 말하기 힘든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릴게요.”
“……그래.”

얼마나 기절해 있었던 걸까. 입 안이 바싹 말라있다. 너무 놀라면 사람이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구나. 그리고 깨어난 후에는 이토록 냉정하게 말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부모님은 집에 계시니?”
“엄마가, 계실 거예요.”

그러나 그 냉정함은 내가 스스로 불러온 냉정함이 아니었다. 마치 TV속 등장인물이라도 보고 있는 듯, 나 자신이 나를 멀리서 관찰하는 것 같은 감각이었다.

“어머니께서 놀라시지 않도록, 내가 말씀드리마.”

동료의 권총자살. 경찰관은 이런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리고 그것의 충격과 내가 받은 몇 차례의 충격을 비교해본다면 누가 더 큰 충격을 받은 걸까.

시답잖은 것들을 생각하면서, 나는 현관문 앞에 섰다. 오토록의 비밀번호를 누르고서 조용히 문을 열었다. 집 안에 들어가서 뜨거운 물로 개운하게 씻으면 모두 잊어버릴 수 있을까. 아니, 아마 못 잊어버릴 것이다.

일생의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다.

“다녀왔습니다.”

저녁식사는 김치찌개다. 달큰한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이 와중에도 허기는 느끼는지, 배가 고파왔다.

“다녀왔습니다.”

엄마가 들을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말하며, 젊고 친절한 순경과 함께 현관 안쪽으로 몸을 들였다.

친구의 죽음에 뒤이어 목격한, 젊은 여자의 투신자살.
그리고 순찰차에서 느낀, 누군가의 투신자살.
마지막으로 이름 모를 경관의 권총자살.

몇 건이나 되는 죽음으로 인해, 나는 평생 느껴야 할 정신적 충격은 오늘 하루 전부 느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러한 죽음들이, 내게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가 될 거라고도 생각했다.
일생의 트라우마.

그러나———— 나는, 그런 것 따위는 충격이라고 할 것도 못된다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된다.

타인의 죽음은 타인의 죽음일 뿐이다.

내가 놀란 것은, 그 끔찍한 죽음의 순간 때문에 놀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죽음, 그 영원한 이별.

나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두려움과 무게를,



엄마의 투신자살로 인해 비로소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 날.
서울 시내에서만 이천 육백 일흔 세 명의 자살자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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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챕터의 승부라기에 이게 프롤로그만으로 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말 그대로 1화를 올려야 하는 것인지 몰라서 일단 프롤로그를 올려보았습니다.


말 그대로 1챕터만 써뒀기 때문에 앞으로는 쓸 예정이 없습니다.


플롯은 다 짜놨기 때문에 호응이 좋다면 연재란에서 연재를 해 나갈지도 모르겠지만...... 그럴 리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어서 참가에 의의를 두고자 합니다.


만일 읽어봐주신 분이 계시다면,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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