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마이페이지
 
Q&A
[공지] 노블엔진 홈페이지가 …
[꿈꾸는 전기양과 철혈의 과…
《노블엔진 2017년 4월 2차 …
[리제로 10 + 리제로피디아] …
[Re :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
 
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 3급 매니저, 치유담당 초파랑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카오스x카오스x카오스
글쓴이: 메인
작성일: 11-07-15 04:03 조회: 1,820 추천: 0 비추천: 0
* Prologue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른 것 같았다.
살짝 공포감과 긴장감에 사로잡힌 채,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지만,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혹시나해서 양 옆과 위, 심지어 밑까지 살펴보았지만 사람의 모습은 커녕 인기척도 느낄 수 없었다. 아무래도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도주는 이래서 짜증난다. 도망을 친다는 것 자체는 사실상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에 대한 계획과 준비만 잘 해놨다면, 도망을 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공포심이다. 도망치고 있다는 불리한 입장에 처해있게 되면, 인간은 피해망상을 시작하고 마는 것이다.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있을지도 모른다거나 어딘가에서 실수를 저질렀을지도 모른다거나 도망친 뒤의 일을 걱정하는 등 이러한 피해망상들이 몸을 둔하게 만들고 발을 멈추게 하는 것이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른듯한 이 착각도 분명 피해망상이겠지. 그렇게 생각하자, 짜증이 치솟았다.
이 것은 옳다.
난 더 이상 이 곳에 있어선 안된다.
다시 한 번 머리 속으로 되내이며, 난 담을 넘었다.

* * * * *

일주일째입니다. 슬슬 짜증나기 시작했습니다.
엘로하스 왕국의 남쪽 지역이라고 생각되는 이 곳은 아프리카 대륙과비교적 가까운 위치에 있어서 그런지 주변은 온통 메마른 대지뿐입니다. 아직 여름까지는 두 달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고 생각하는데, 이 계절에 맞지 않는 뜨겁고 건조한 공기는 대체 뭘까요. 정말이지, 이 세계를 관장하는 신님은 얼마나 변태이기에 저의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걸까요. 아무리 내가 보통 아름다운 게 아니라고 해도, 그건 정도를 지나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그나저나 일주일째 마을을 찾지 못하고 이 황량한 벌판을 돌아다니고 있다니. 확실히 전 방향치와 길치를 반반씩 섞어놓은 사람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일주일동안 마을을 발견하지 못하는 건 좀 이상합니다. 결국, 이 세계를 관장하는 여신님께서도 저의 미모에 질투해서는 잔뜩 심술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이런, 예쁜 것도 죄라니까.
지금까지 여신님께서 저에게 심술을 부린 적은 몇 번 있었긴 합니다만, 이번 것은 조금 심한 편이군요. 식량도 다 떨어져가고 있으니, 이제 슬슬 마을의 모습이 보였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그렇게 난감하고 있던 차에,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온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음?"
뭔가 현실감이 잘 느껴지지 않는 그 소리는 너무 짧은 순간동안에만 들려서 착각이라는 인상을 심어주었습니다. 하지만 기분 탓은 아니었던 듯, 반신반의하며 뒤를 돌아보니 여기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짐마차가 지나가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자동차나 항공기는 물론이고 워프 게이트까지 발명된 시대에 짐마차라. 시대에 엄청나게 뒤쳐진 사람이군요.
뭐 차라리 잘된 일입니다. 말이 아닌 연료로 움직이는 쪽이 승차감이 더 편하겠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저 마차를 쫓는 것이니까요. 자동차보다 속도가 느린 짐마차가 쫓기에는 훨씬 낫겠죠.
짐마차는 그다지 급하지 않은 듯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조금만 뛴다면 따라잡을 수 있겠지만, 이 아리따운 소녀를 뛰게 만드는 건 저 짐마차의 주인씨도 원치 않을 것이 명백합니다. 뜀박질을 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짐마차의 주인의 소망을 들어주자는 의미에서.
"이봐요, 거기, 짐마차씨~~~~~~~~~~!!"
덜컥. 저의 아름답고 낭랑한 목소리가 닿은 듯, 짐마차가 멈춰 섰습니다.
"잠시 이 쪽으로 와주실래요~~~~~~~?"
짐마차는 잠시 망설이는 듯 멈춰선 채로 있었지만, 이내 이 세상에서 저라는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깨달은 모양인 듯, 짐마차는 아까보다 더 빨라진 속도로 이 쪽으로 옵니다. 어머, 그렇게 급하게 오지 않아도 저의 미모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다가온 짐마차는 저에게서 일정 거리를 벌린 채 멈춰섭니다. 마부석이 안쪽으로 움푹 파여 들어간 구조라, 천장 그늘에 가려져서 마부석에 앉은 사람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과연. 자신의 얼굴을 내비추지 않으면서도 저를 관찰할 수 있다니, 스토커의 기질이 다분히 보이는 사람이로군요.
"저기요, 짐마차씨. 여기 미의 여신과 필적할 정도로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귀여운 소녀가 있답니다. 이 세상에서 최고로 아름다운 제가 길을 잃어버렸는데, 설마하니 저를 놓고 가시지는 않겠죠?"
"……아, 역시 너였냐."
뭔가 질린 듯한 목소리. 어라? 왠지 상당히 낯익은 목소리로군요? 저 쪽도 저를 아는 것 같은 말투고.
"또 갑자기 나타나다니. 아주 유감스럽게도 너도 갑자기 불쑥불쑥 나타나는 변신 히어로와는 철저하게 관계가 없는 사람이고, 나 역시도 갑자기 나타난 변신 히어로에 갑자기 쓰러지는 악당이 아니란 말이다."
"아, 그 목소리. 세르티아씨로군요?"
"뭐야, 못 알아본 거야?"
약간 불만스럽다는 듯이 되묻는 세르티아씨. 아, 기억해주기를 원했던 것이로군요. 하긴 미의 여신을 능가할 정도로 아름다운 제가 기억해주는 것은 무척이나 영광스러운 일이니 저 반응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 역시 세르티아씨였군요. 마침 잘 됐어요. 미의 여신이 질투할 정도의 미모를 가진 저를 마차에 태울 수 있다는 영광을 얻을 수 있는 기회에요. 자, 어서 저를 태워주세요."
"…그 말을 들으니 지금 당장이라도 무시하고 지나가고 싶은데."
"에이~, 사실은 저를 옆 자리에 태우고 싶으시면서."
"볼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너 자의식 과잉이 지나쳐."
지긋지긋하다는 목소리로 말하는 세르티아씨.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걸까요?
"음? 자의식 과잉이라뇨? 저는 있는 사실을 그대로 말할 뿐이에요."
"확실히 네가 미소녀인 건 사실이지만, 미의 여신을 운운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부끄러워하긴. 처음 만났을 때, 눈을 떼지 못하고 제 얼굴을 바라봤잖아요."
"…웃."
얼굴이 빨개진(그늘에 가려져서 잘 안보이지만, 분명히 그럴 겁니다.) 세르티아씨. 하여간 남자들은 하나같이 저의 미모를 칭송하는 걸 부끄러워한다니까요. 남자들의 이런 모습은 어떻게 보면 귀엽기도 합니다. 물론 저의 귀염성에 비하자면 먼지 규모나 마찬가지겠지만요.
세르티아씨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잠시 지켜 본 저는 마차로 다가가 올라탑니다. 음, 의도한 건 아니지만 세르티아씨하고 너무 딱 달라붙은 것 같네요. 이러면 전 세계의 남자들이 전부 세르티아씨를 질투할 텐데. 걱정이네요.
"전 세계의 모든 남자의 적이 된 세르티아씨를 애도하면서. 자, 출발하죠, 세르티아씨."
"……………하아."
저를 잠시 동안 바라보던 세르티아씨는 한 숨을 내쉬며 무릎 위에 올려놓았던 고삐를 다시 쥐었습니다.


* 1장

이 세상은 수많은 신비로 가득차있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이 세상의 세계관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수백 년 전, 인간계의 평화는 완전히 박살나버렸습니다.
'세계 충돌'이 발생했기 때문이죠.
지금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세계 충돌'은 인간계, 요정계, 천계, 마계──4개의 세계가 연결되어버리는 결과를 낳아버리고 말았습니다.
덕분에 이 세상은 혼란의 극치, 난장판 상태입니다.
뭐, 이런 카오스한 세상이다 보니까, 수많은 신비가 발생하는 것은 어떻게 보자면 지극히 당연한 일인 것이겠죠.
예를 들자면, 50년 전의 에일리언 침공이라던가, 원래 어떤 세계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몬스터들의 발생이라던가, 모든 신의 사랑(가끔은 질투도)을 받았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저의 아름다움이라던가, 신을 뛰어넘을 정도로 완벽한 저의 재능이라던가, 역사상에 존재하는 모든 성인들을 합해놓은 것 이상으로 저의 아름다운 마음씨라던가, 저의 존재 가치가 이 세계의 규모를 뛰어 넘는다던가 등등.
"그런 의미에서 세르티아씨의 모습도 신비라고 할 수 있겠군요."
저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신문에서 시선을 떼고 세르티아씨를 바라보았습니다.
날카로움이라고는 조금도 겸비하지 않은, 선이 가는 얼굴은 여자애의 얼굴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150을 넘지 못한 아담한 체구에 전체적으로 귀여운 인상. 어깨를 살짝 넘어선 연한 갈색의 단발 머리카락. 살짝 부푼 것처럼도 보이는 하는 가슴. 마지막 것은 세르티아씨가 두툼한 재킷을 입어서 그렇다고 쳐도, 어디를 보나 여자로밖에 보이지 않는 모습입니다. 분명 생물학적으로는 남자일 텐데요.
세르티아씨는 제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나도 좋아서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니까."
"그런데, 진짜 남자 맞긴 한가요?"
"남자라니까!"
얼굴을 붉히며 소리 지르는 세르티아씨.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 얼굴은 여자애의 얼굴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하긴, 뭐 그렇겠죠. 저의 미모에 푹 빠져버렸으니, 남자가 분명하겠…. 아니, 그건 아니겠군요. 저의 미모는 물론이고 저의 존재를 구성하는 요소 하나하나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매료시키고 있으니, 세르티아씨가 저에게 반했다는 사실이 세르티아씨 이퀄 남자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힘들겠군요."
"…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너."
"오히려 세르티아씨가 여자이지만 남자라고 속이고 있다는 쪽이 더 신빙성이 있군요. 딱히 저는 레라던가 즈라던가 비라던가 언이라는 단어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인데다가, 같은 의미로 백합꽃하고도 관계성이 전무한 사람이니까요. 아니, 생각해보니 관계성이 아주 없지도 않군요. 백합꽃 이상으로 전 몸도 마음도 순결한 사람이니까요. 아아, 이렇게 깨끗한 존재가 이 세상에 남아있다니, 어찌 이리도……."
"……."
"음, 역시 세르티아씨가 여자이지만 남자라고 속이고 있다는 설로 봐야겠군요. 동성애자가 아닌 저를 유혹하기 위해서 남자라고 사칭하고 있다고 봐야……. 잠깐, 그럼 세르티아씨는 동성애자라는 거? 가련한 한 명의 소녀를 동성애자로 만들어버리다니, 이럴 바에야 이렇게 아름다운 미모 같은 것은 필요 없었는데…. 불쌍한 세르티아씨."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지 하나도 이해가 안 되는데…. 딱 한 마디만 하자면, 난 동성애자도 여자도 아니야! 남자란 말이다!"
얼굴을 들이밀면서 화난 목소리로 외치는 세르티아씨. 반응을 보아하니, 정말로 남자……일까요? 저 얼굴로? 저의 미모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수준의 미모지만, 그렇다고 해도 저 얼굴로 남자라는 것은……. 역시 세상은 신비스럽군요. 하긴 저의 존재라던가 미모라던가 재능이라던가 마음씨라던가 기타 등등도 신비스러운데, 세르티아씨 같은 인간이 있는 거야 그리 신기할 일도 아니겠군요.
전 그렇게 납득하고 세르티아씨에게 제안을 합니다.
"그럼 여성화 수술을 받는 건 어떨까요? 그런 얼굴로 살 바에야 차라리 여자 아이로 전직하자구요. 요즘 여성화 수술은 100% 성공이라는데. 잘 아는 의사가 한 명 있는데 소개시켜드릴까요?"
"절대 싫어!!"
짜증스럽다는 듯이 세르티아씨의 검은 눈동자가 저를 쏘아봅니다. 몇 초 동안 저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한 숨을 내쉬며 세르티아씨는 고개를 돌려버립니다. 음? 아, 설마, 좋아하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있으면 무심코 시선을 돌려버리는 사춘기의 심리?
"반해도 곤란하다니까요. 전 3억 광년 전부터 솔로로 살겠다고 맹세했으니까 말이에요. 하긴, 이런 말을 해도 소용없겠지만."
"누가 반했다고 단정 짓는 거야, 너! 그리고 누누이 말하는데, 광년은 시간이 아니라 거리라고, 멍청아!"
"그런 식으로 부끄러움을 숨기지 않아도 된다니까요. 저의 마음씨는 저 광활한 우주보다도 넓으니, 다 이해해드릴 수 있어요."
"하아………. 구제불능이로군."
그렇게 중얼거리는 세르티아씨. 결국 저의 미모는 구제할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해버린 모양입니다. 아아, 이를 어쩌죠. 세상의 모든 여자들의 질투를 한 몸에 사버리고 말겠군요. 앞으로의 거래 상대는 남자로 한정할 것을 고려해봐야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던 중, 해야 할 일을 다시 상기시키고 들고 있던 신문에 집중합니다.
이야기를 깜빡 잊고(결점? 귀엽다는 걸 잘못 말한 것 아닌가요?)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요. 저는 상인입니다.
물론 저의 완벽한 재능이라면, 어느 직업을 하더라도 완벽하겠지만. 주목 받는 것도 질려서, 수년전부터 소소한(하지만 이 완벽한 제가 하는 일이기에, 소소한 정도로 끝낼 수 없지만요) 상인 생활을 하고 있답니다.
상인의 기본 중의 기본은 정보 수집.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 알고, 그 것이 자신의 상인 생활에 어떤 영향을 줄 지를 생각해야합니다.
이를테면 신문 제 1면에 실려 있는 22대 현자 임명 건.
제가 취급하고 있는 품목은 보석과 매직 아이템입니다. 그리고 현자 임명은 매직 아이템의 시세에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현자라는 건, 인간계에서 가장 강력한 마법사들에게 내려지는 칭호 같은 겁니다.
원래 마계의 기술이었던 마법 기술을 인간계에 보급시키고, 그 기술을 발달시킨 사람들입니다. 당연히 현자들은 마법 분야에서 최강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뿐이고, 일반 마법사들은 사용하지 못하는 자신만의 마법을 하나씩은 갖고 있죠. 그야말로 이 세상을 구성하는 3대 요소인 돈, 정보, 힘 중에서 힘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자로 임명된 사람은 국적에 관계없이 매달 지원금을 받으며, 어떤 마을을 가든 간에 그 마을에서 귀족 이상의 우대를 받을 수 있답니다. 그리고 이런 특전을 아무에게나 줄 수나 없기 때문에 현자들의 수는 고작 21명뿐. 그리고 이번 현자 임명 건으로 22명이 되겠죠.
그 해에 임명되는 현자가 어떤 마법을 전공했느냐에 따라서 매직 아이템의 시세가 달라집니다. 라이트닝 계열 전공이면 라이트닝 관련 매직 아이템의 시세가 올라가고, 보조 계열 전공이면 보조 관련 매직 아이템의 시세가 올라가고 공격 계열 매직 아이템이 비약적으로 감소하지요.
현재 22대 현자 임명은 되지 않은 상태. 하지만 이미 후보들은 정해져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 것에 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군요.
"그나저나 벌써 22명 째인가요?"
"응? 뭐가? 아…, 현자?"
"20명으로 알고 있었는데, 제가 모르는 사이에 한 명 더 생겼네요."
"21대 현자라면, 4년 전에 임명됐어. 엘로하스 왕국 출신의 인간이야. …그런데도 몰랐던 거냐?"
"4년 전이라면, 제가 마계에 있었던 때이니까요. 몰랐던 것도 당연할 수밖에요."
"마계? 그런 곳에도 갔었냐, 너?"
"여행을 좋아하다니까요."
"아니, 그 걸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사실, 저 메인이 여행이고 상인은 부업이에요."
"아, 그러냐."
질렸다는 듯한 표정으로 저를 보던 세르티아씨는 금세 흥미를 잃어버린 듯 고개를 앞으로 돌려버립니다. 이렇게 완벽한 소녀를 앞에 두고 고개를 돌려버리다니…. 설마하니, 진짜 동성애자인 것은 아니겠죠? 그 것도 여자판 동성애자가 아니라 남자판 동성애자.
약간의 불안감을 느끼며, 다시 신문에 집중합니다.
그 외에는 별 거 없었습니다.
엘로하스 왕국 최대의 길드인 제네시스 길드의 길드 마스터 행방불명이 벌써 5년째라던가, 그 제네시스 길드가 규모를 더 확장시켜 추가로 한 개의 성을 더 보유하게 되었다던가, 생체 병기의 새로운 시리즈가 나왔다던가, 악마의 파괴 활동이 더 활발해졌다던가, 미국 쪽에서 또 새로운 무기를 개발했다던가.
마지막 면에 실렸던 왕국 마법 부대의 장비 교체와 새로운 마법 부대의 도입 건을 주의 깊게 읽고 신문을 덮습니다.
"자, 세르티아씨. 어떤 차원에서든 가장 아름답다고 칭송받는 제가 만진 신문입니다. 자, 소중한 보물로 간직해주세요."
"내가 쓰레기통이냐."
그렇게 말하며, 세르티아씨는 저의 신문을 발치에 있던 쓰레기통에 넣습니다. 어라. 마시던 음료수 캔을 길거리에 버리지 않고 쓰레기통을 찾아서 버리는 모범 시민? 생각보다 양심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저의 마음씨에 비하면 때가 덕지덕지 묻어있겠지만요.
그건 그렇고.
"이제 와서 묻는 것도 이상할 지도 모르겠는데요. 어째서, 짐마차인가요? 한 달 전쯤에 만났을 때는 엄청 비싸 보이는 외제차를 타고 다녔잖아요?"
"아아, 이거 말이야?"
세르티아씨는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더니 한 숨을 내쉽니다.
"사실 그 차 말이지. 내 차가 아니라, 누나 차였어."
"헤에. 역시 귀족 가문. 그 비싸 보이는 것을 그냥 빌려주는 군요."
"그럴 리가 있나. 내가 말 안하고 빌린거지."
"……네?"
"내가 장남인데도, 이래저래 까이는 입장이거든. 짜증나서 가문의 일은 모두 유능하디 유능한 누나에게 맡겨버리라고 소리 지르고, 누나 차를 빼앗아서 그대로 가출했었어. 그리고 얼마 전에 수도 근처에 있는 도시에 들렀다가, 거기에서 누나와 마주쳐버리고만거야. 그대로 집에 끌려들어가서 누나에게 엄청 얻어맞았지. 그 괴력녀, 보기보다 힘이 엄청 쎄단말야……."
"……."
"열심히 쳐맞던 중에 기절했는데. 깨어나 보니까 창고 안이더라고? 문은 또 밖에서 걸어 잠가버려서 나갈 수가 없는 거야. 그대로 일주일동안 창고 안에서 감금 생활을 하게 됐어. 하지만 그 것도 짜증나서 탈출해버렸어. 창고 한 구석에 있던 이 마차와 집안 한 구석에 있던 저 말을 끌고."
요컨대.
엄청나게 한심한 이야기를 들어버렸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그 한심한 이야기에 반응을 해주는 전 얼마나 마음씨가 고운 사람인가요. 천사라고 불리워도 할 말이 없을 정도입니다. 아니, 천사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하여간 전 너무 완벽해서 탈이라니까."
"…어째서 내 이야기에서 그런 결론이 나오는 건데."
세르티아씨는 다시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렸습니다.

* * * * *

세르티아씨와 짐마차 여행을 하게 된 지도 2일째.
"이제 슬슬 마을에 도착할 거다."
짐마차 안에서 짐들과 뒹굴거리고 있자니, 마부석 쪽에서 세르티아씨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드디어 마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군요.
듣자하니 이 지역은 시골 중에서도 시골이라, 마을 자체의 수도 적지만, 마을과 마을 사이의 거리도 엄청나게 길다는 모양입니다. 마을에서 마을로 이동하는 데만 해도 도보로 일주일 이상은 걸린다는 군요. 제가 일주일이 지나도 마을을 찾을 수 없었던 것도 아무래도 이런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 지역이라 이 곳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자동차가 반드시 필요한 것 같지만, 유감스럽게도 저에겐 면허가 없습니다. 뭐 이렇게 저를 태워주는 사람이 줄을 서는데, 굳이 면허를 딸 필요도 없기도 했고요. 부족한 것을 저의 아름다움으로 커버하다니, 대체 전 얼마나 아름다운건가요.
저의 아름다움에 사로잡혀 차(비록 빈티지 풍의 짐마차라고는 해도 관대한 저는 아무렇지도 않답니다.)를 태워준 세르티아씨는 말을 잇습니다.
"이번에 도착할 마을은 케르리오스라고 하는데."
"케르리오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왜 있잖아. 군대가 주둔했던 마을."
"아? 혹시 그 마을입니까?"
50년 전, 에일리언의 침공으로 인해 전쟁이 일어났던 그 시기.
인간계의 수많은 국가들이 에일리언들로부터 커다란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 엘로하스 왕국은 전쟁의 혼란을 틈 타 영토를 확장시켰습니다.
에일리언과의 전쟁동안 러시아와 동양합일국의 영토의 일부를 차지한 엘로하스 왕국은 에일리언과의 전쟁이 휴전 상태로 돌입하자마자, 러시아와 동양합일국으로부터 공격을 받게 되었습니다만, 에일리언들에게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두 국가가 영토를 확장시켜 국력을 증대한 엘로하스 왕국의 상대가 될 리 만무했지요.
러시아와 동양합일국과의 전쟁이 일어났던 그 때, 엘로하스 왕국의 군대가 주둔했던 곳이 바로 케르리오스 마을로, 한 때는 최전선이었던 곳입니다.
"원래는 그럭저럭 살만한 마을이었다는 모양이지만, 군대가 주둔하는 바람에 사람들이 죄다 수도로 몰려가 이젠 텅텅 비었지. 그 마을을 지배하던 영주도 국가에게 마을을 팔아넘기고 수도로 도망가 버렸어. 지금은 단순한 시골 마을이야."
"헤에, 잘 아시네요?"
"누나에게서 들은 이야기야. 누나도 그 전쟁에 참여해서 그런지, 잘 알고 있더라."
참고로 세르티아씨의 누나는 왕국에서 유명한 과학자로 생체학 계열을 전공하신 분이랍니다. 아마 그 전쟁에서도 생체학 무기를 지원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건 그렇고, 세르티아씨는 이런 시골에 웬일이세요?"
"음? 아아, 별로 이 시골에 볼 일이 있었던 건 아니고, 이 길을 지나야했을 뿐이야."
"……헤? 어디 가시는 데요?"
"최전선."
세르티아씨는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엄청난 단어를 입에 담았습니다.
"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저를 전쟁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최전선에 나가시는 거군요."
"멋대로 납득하지마. 일 때문에 가는 거니까, 일."
"그리고 그 일이라는 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저를……."
"그런 게 아니라니까. 최전선의 용병단들하고 거래를 하기로 되어있어. 귀찮아 죽겠다니까."
세르티아씨의 목소리가 살짝 험악해집니다. 이번에도 그다지 질이 좋지 않은 거래를 하는 모양입니다.
아, 참고로 세르티아씨는 위법 거래를 하는 상인입니다. 질이 좋은 거래를 할 수 있을 리가 없는 상인이죠.
"…어쨌거나 최전선으로 가려면 반드시 케르리오스 마을을 지나야해. 그래서 평소에 인연이 없을 이 시골을 지나는 것뿐 인거고."
"헤에, 그렇군요."
"하여간 왜 최전선인지 모르겠다니까. 거리는 멀기만 하고, 시간도 걸리고, 차도 빼앗겨버리고."
마지막은 불평할 게 못된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래서, 어떻게 할까? 이대로 최전선까지 같이 갈래? 아니면 케르리오스에서 내려줄까."
"제가 전쟁터로 가는 것은 이 세상의 그 누구도 원하는 일이 아니겠죠. 제가 상처 입는 것은 모두가 원하는 일이 아닐 테니까요."
"하아…."
어째서인지 한 숨을 내쉰 세르티아씨는 그대로 입을 다물어버립니다. 음? 대체 어째서일까요? 아아, 이렇게 예쁜 미소녀를 마차에 태워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긴장을 해버리고 만 것일까요? 하여간, 꽤 오랫동안 친하게 지낸 사이이니, 좀 더 편하게 있어도 되는 데 말이죠.
세르티아씨가 아무 말이 없어지자, 저도 다시 짐들과 함께 뒹굽니다. 평화롭군요. 이 마차 바깥의 세계는 혼란으로 최고조겠지만.
그렇게 시간을 때우고 있으려니 덜컥, 하고 짐마차가 멈춰섭니다. 하지만 마을에 도착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마을이라면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릴 텐데 말소리는커녕 바람소리조차 들리지 않습니다. 세르티아씨의 분위기가 어딘지 모르게 험악해진 것을 보니, 아무래도 마을로 향하던 중 뭔가 일이 발생한 모양입니다.
"무슨 일, 있어요?"
"아아. 엄청나게 귀찮은 일이 있어."
그 말에 마부석쪽으로 나있는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니, 저 멀리서 사람들의 실루엣들이 보입니다.
한 명, 두 명. 계속해서 나타나더니, 두 자리 숫자까지 도달합니다. 수많은 실루엣들은 어느 새 우리 주위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도적이군요."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는 실루엣들은 각자의 손에 칼이나 도끼, 총을 쥐고 있었습니다. 입고 있는 옷들도 중갑을 입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죽 갑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가지각색이었습니다. 여행객들로부터 빼앗은 것을 입고 있기 때문에 통일성이 없는 것이겠죠.
어쨌거나, 세르티아씨의 말대로 정말로 귀찮은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어떻게 하실 건가요? 지금이라도 방향을 돌리시면 따돌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럴까보냐. 이 길로 가는 게 가장 빠르다고."
"하지만 숫자는 적지 않은데요."
"됐어. 저 정도의 숫자는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어."
그렇게 말하면서 세르티아씨는 발치에 놓아둔 기다란 총신의 총을 들고, 도적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습니다. 하지만 도적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점점 거리를 좁힙니다.
마차는 이내 도적들에게 포위를 당하고 맙니다. 이 마차에 비행 기능이 없는 한, 이젠 도망칠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마법도 이수한 적 없고, 이능력이 발현되지도 않은 세르티아씨."
"해결할 수 있다고 했잖아. 넌 나설 필요도 없다고."
"어떻게 해결하실 건데요?"
"그건 나도 모르겠는걸.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겠지."
못 믿음직스럽게 말하는 세르티아씨. 하지만 세르티아씨의 날카로운 두 눈동자는 제가 아닌 도적들에게 고정되어 있습니다. 믿은직스럽지는 못하지만 진지해진 것 같으니, 한 번 믿어보기로 해볼까요.
도적들은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더 이상 좁혀 오질 않습니다. 세르티아씨가 총을 들고 있기 때문인 듯 합니다.
이 정도의 인원이라면 총 하나 갖고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을 리가 없긴 합니다만, 몇 명 정도는 희생하게 되겠죠. 자살 희망자 같은 게 아니고서야 나서서 총에 맞고 싶어 하진 않을 테니, 함부로 나서지 못하는 것입니다.
도적들은 세르티아씨가 들고 있는 총을 바라보다가, 주위에 있는 중갑을 입은 동료들을 노려보듯이 바라봅니다. 몸빵을 하라는 거겠죠. 당연하게도 그에 응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중갑을 입었다고는하나 죽을 가능성이 0%인 것은 아니니까요.
도적들 사이에서 내분이 일어나는가 싶더니, 이내 도적들 틈 사이에서 한 사람이 나옵니다.
흰색? 회색? 검은색? 음? 무슨 색이라고 해야 할 지 잘 모르겠군요. 굳이 말하자면 잿빛일까요?
어쨌거나 좀 형용하기 어려운 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입니다. 흰색으로도 보이고, 회색으로도 보이고, 검은색으로도 보이고, 은색으로도 보이는 머리카락. 잿빛이라고 정의해도 될 지 모르겠지만, 신과 동등한 위치에 서 있는 저니까 뭐 괜찮겠죠. 대충 잿빛이라고 해둡시다.
잿빛의 머리카락을 날렵한 인상의 단발, 가느다랗게 찢어진 초록빛 눈. 상당히 이질적인 인상의 소녀입니다. 외견상으로는 10대 중반일까요? 세르티아씨하고 나란히 세워놓으면 친구 사이로 보일 것 같습니다.
그건 그렇고.
"헤에, 묘족이군요."
머리카락 사이에서 움찔거리고 있는 검은색의 고양이귀가 보입니다. 자세히 보니 꼬리도 나있습니다.
코스프레라고 보기에는 귀가 움찔거리고 있다던가 꼬리가 흐느적거리는 게, 아무래도 진짜인 것 같습니다. 요정계와 세계 충돌한 이후, 묘족이나 엘프 같은 판타지 세계에나 존재할 법한 종족들도 인간계에 나돌아 다니게 되었습니다만, 묘족을 실물로 보는 것은 처음입니다. 보통은 요정계에서 서식하고 있는데다가, 인간계에서 살고 있더라도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생활하니까요.
거기다가 인신 매매 상품으로 유명하기도 하니, 쉽게 볼 수 있는 종족이 아닙니다.
묘족 소녀는 자신에게 총이 겨눠지고 있는데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당당하게 외칩니다.
"인간냥! 가지고 있는 것들 다 내려놓고 가라냥! 그럼 목숨만은 살려주겠다냥!"
"웃기지마! 안 그래도 누나에게 차를 빼앗겼는데, 이 것까지 빼앗길까보냐!"
위협에 오히려 화를 내는 것으로 대응하는 세르티아씨. 솔직히 말해서 차를 도로 빼앗긴 것은 자업자득입니다만, 그냥 지켜보기로 합니다. 미의 여신 이상으로 숭상 받을 정도로 아름다운 제가 싸움에 휘말리는 것은 세르티아씨도 원치 않을 테니까요.
"너 이 자식, 보스에게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감히, 우리 보스에게!" "보스에게 무슨 무례한!" "무례하다!" "보스,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저 년을 지금 당장이라도 죽이겠…."
"다른 건 아무래도 좋은데, 마지막 놈! 난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고!!"
"…대체 이건 뭔 상황일까요."
긴장감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흘러가고 있습니다. 숫자가 많은 도적씨들은 그렇다 쳐도 세르티아씨도 위기의식이 많이 부족한 것 같고요.
그건 그렇고 저 묘족 소녀가 도적단의 리더인 듯 합니다. 상당히 드문 일입니다. 인간계에서 묘족에 대한 인식은 묘족=인신 매매 상품으로 박혀버렸으니까요. 도적단이라고는 해도, 저렇게 인간계에서 어떤 집단의 리더를 맡는 경우는 거의 없는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있을 수 없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특이 하군요, 저 도적단.
"이봐요, 거기 묘족씨~~~."
"냥? 뭐냐냥?"
"여기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미의 여신들을 한 2억 명 정도를 합친 것 이상으로 아름다운 소녀가 있습니다. 이런 제가 싸움에 휘말려서 다친다면, 이 세상에 엄청난 손실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까, 여기 옆에 있는 여장소년은 제쳐두고, 저라도 그냥 보내주시면 안될까요?"
"………." "……." "………." "……." "……." "……." "……."
"에? 왜 다들 아무 말이 없어요? 아? 아아……, 이럴 수가. 조금 바라본 것 가지고 저의 외모에 푹 빠져버리셨군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렇게 많은 사람을 홀려버리게 하다니, 저는 죄 많은 여자로군요."
"하아……."
옆에서 한 숨을 쉬는 세르티아씨. 아무래도 저의 미모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 공개되어버린 이 상황이 못마땅한 모양입니다. 세르티아씨는 설마 저를 독차지하고 싶었던 걸까요.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전 누구의 소유물도 되지 않겠다고 3억 광년 전부터 선언해왔는데 말이죠. 보물을 앞에 두고도 가지지 못하다니, 정말로 불쌍한 사람이군요.
"……저 여자의 발언 때문에 힘이 빠진다냥."
"무례하다! 감히 누구를 앞에 두고 아름다움을 운운하는 거냐!"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우리 보스라고! 사람은 아니지만!" "감히 보스를 앞에 두고 아름다움을 운운해!?"
"충격이 크셨군요, 여러분들…. 하긴 여러분들의 사랑스러운 보스보다 몇 억 배는 더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제가 여러분들의 눈앞에 나타나버렸으니….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랍니다. 태어날 때부터 전 이렇게 아름답게 태어나버렸으니까요. 아아, 신이시여. 왜 저는 이렇게 아름답게 태어나버리고 만 것일까요…."
"저 년을 끌어내!" "저 년을 당장 죽여!" "감히 우리 보스 앞에서!" "무례하다!" "들어오는 건 네 마음대로였겠지만, 나가는 건 아니란다!" "죽여라, 죽여!" "보스, 어서 명령을!"
"하아………."
아까보다 더 길게 한 숨을 내쉰 세르티아씨는 멍한 시선으로 이 쪽으로 달려드는 도적들을 보시더니.
탕! 방아쇠를 당겨버립니다.
콰가가가가가가강!!
굉음. 폭발. 그리고 비명.
세르티아씨가 총을 발사한 것과 거의 동시에 커다란 폭발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상황을 보고 판단하자면, 세르티아씨가 발사한 총탄이 특수한 총탄이라고 봐야겠군요. 착탄한 것과 동신에 폭발하는 총탄 같은 것이겠죠, 분명.
과연.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다는 건 이런 의미였던 모양입니다.
세르티아씨는 폭발탄(이라고 부릅시다)을 발사하자마자, 다시 한 번 더 방아쇠를 당깁니다. 탕! 화약 냄새가 코를 찌르는 것과 동시에 다시 콰가가가가강!! 폭발합니다.
"그 총탄은 대체 뭔가요."
"좀 비싸게 주고 산거야. 뭐였더라? 룬 마법이었나? 아무튼 그런 게 걸려있다고 하던데."
저의 물음에 여유롭게 대답하면서 또 다시 방아쇠를 당기는 세르티아씨. 주변이 혼란으로 가득차있는 이 와중에도 긴장감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 같은 위법 거래 상인들은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니까 말이야. 이런 거 한 두개 정도는 준비해둬야지."
"그보다 저 사람들은 괜찮을까요?"
"글쎄다. 최대한 죽이지 않으려고 하고는 있지만, 몸에 제대로 꽂히면 시체도 안 남을걸."
살벌한 말을 여유로운 어조로 말하면서 다시 방아쇠를 당기는 세르티아씨. 재미라도 들린 걸까요.
다시 한 번 폭발이 발생하자, 어디선가 묘족 소녀가 "철수다냥!!"이라고 외치는 게 들렸습니다.
그 말에 주위의 도적들이 우르르 우리에게서 멀어집니다. 세르티아씨는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방어의 의미보다는 경고의 의미로, 도망치는 도적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더니 방아쇠를 당깁니다. 탕! 콰가가가가강!!
세르티아씨는 도망치는 도적들을 잠시 바라보더니, 자신만만하게 웃습니다.
"봐봐, 해결할 수 있다고 했지?"
"엄청나게 화려한 해결이로군요."
총탄이 착탄된 지점으로 보이는 곳에 커다란 구멍들이 뻥뻥 뚫려있습니다. 바닥은 여기저기가 뒤집혀지고 그을림 자국이 여기저기에 찍혀있고, 공기는 폭발로 인해 발생한 연기와 뒤섞여 매캐하기 짝이 없습니다. 비가 오는 것도 아닌데 불쾌지수가 높은 폭으로 상승중입니다.
"좀 더 조용한 해결은 없었던 건가요."
"이래보여도 비교적 조용한 편이야. 어쨌거나 사망자는 나오지 않은 것 같으니까."
"뭐 됐고, 어서 여기에서 빠져나가도록 하죠. 이 제가 연기 냄새를 맡는 건 세르티아씨도 원치 않는 일이잖습니까."
"……하아, 됐다, 됐어. 네네, 갑지요, 가."
그렇게 말하며 고삐를 쥐는 세르티아씨. 폭발에도 놀라지 않고 꿋꿋하게 가만히 있었던 말이 다시 앞을 향해 나아갑니다. 그러고 보면 저 말은 대체 뭘까요. 폭발에 놀라 도망쳤어도 이상하지 않았는데, 날뛰지도 않고 말이죠.
그런 의문을 안고 유심히 말을 바라보고 있는데, 말 너머로 뭔가가 보였습니다.
"세르티아씨, 잠깐 스톱!"
"응? 왜 그러는데?"
제 말에 의아해하면서도 고삐를 당겨 말을 멈춥니다. 말이 멈춘 것과 동시에 전 마부석에서 내립니다.
"대체 뭔데?"
"일단 따라와 보세요."
세르티아씨는 제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같이 따라 내렸습니다.
"저 것 좀 보세요."
폭발탄이 착탄되어 구멍이 깊게 파여진 곳을 가리키며 말합니다.
세르티아씨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놀란 표정을 짓습니다.
구멍 속에 한 여자아이가 쓰러져 있었습니다.
"어, 어떻게 된 거지? 방금까지는 저런 거 없었잖아."
"일단 가까이 가보죠."
저는 세르티아씨를 이끌고 구멍 쪽으로 다가갑니다.
역시나 착각이 아닙니다. 구멍 안에는 한 소녀가 쓰러져있었습니다.
"아까 그 도적단의 일원일까?"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요."
폭발에 휘말린 듯 옷은 여기저기 타고 찢겨져서 너덜너덜하지만 어떻게든 원형은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입고 있었던 것은 원피스.
외양미보다는 기능미를 살린 간편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적어도 중갑이나 경갑 같은 것은 아닙니다.
"그 도적단들은 확실히 이상하긴 했지만, 원피스 같은 것을 입고 도적질을 할 정도로 이상하지는 않았어요. 거기다가 보아하니까 꽤 어린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럼 대체 누구지?"
"우선 내려가 보도록 하죠."
세르티아씨를 앞세워서 미끄러지듯이 구멍 안으로 내려갑니다.
구멍 안은 폭발의 여파 때문인지 매캐한 냄새로 가득합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시야가 조금 부옇게 되는 게, 연기가 다 날아가지 않은 모양입니다. 아주 희미한 연기라 주변이 안 보인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눈이 따갑습니다.
연기의 냄새에 얼굴을 찡그리면서, 소녀에게 다가갑니다. 위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가까이에서보자 소녀의 머리카락 색깔이 붉은 색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외견을 보건데 10대 중반 정도 되는 것 같군요. 도적에 나이 제한 같은 거야 없겠지만, 도적치고는 어립니다.
입고 있는 옷은 꽤 많이 너덜너덜해지긴 했지만, 원피스라는 것을 간신히 알아볼 정도는 됩니다. 역시나 아까 그 도적단과 한패인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까 그 도적단이 데리고 있었던 여자일 확률은?"
"글쎄요. 인간이 아니라 해도 여자가 리더니까, 여자를 잡아간다거나 할 것 같지는 않은데요. 묘족이 리더니까 인신 매매 같은 것도 할 것 같아보이지도 않았고."
"그럼 지나가던 행인이라는 결론밖에 없는데."
"그게 정답인 것 같은데요."
"응?"
저는 바닥에 떨어져있던 그 것을 주워 세르티아씨 앞에 내밉니다.
"펜던트…?"
가운데에 푸른색 보석 같은 것이 박혀있는 물방울 모양의 펜던트. 보석 자체는 꽤 값이 비싸게 나갈 것 같지만, 그 외의 부분들이 회색으로 통일 되어 있는 게 싸구려라는 인상을 강하게 줍니다.
"단순한 펜던트로밖에 보이지 않겠지만 이래보여도 매직 아이템이에요."
"매직 아이템?"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광학 미채 같은 거라고나 해야 할까요."
방금까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우리들처럼 여행객 같은 거 아니었을까요? 그런데 어쩌다가 여기를 지나게 되었는데, 도적들이 몰려있으니까, 이 매직 아이템으로 모습을 감춰서 지나가려고 했던 거겠죠."
"그리고 내가 일으킨 폭발에 휩쓸린 거다?"
"그렇게 밖에 볼 수 없겠는데요, 현재 상황은."
"흠……."
세르티아씨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 소녀를 보고, 저를 보더니.
"나 잠깐 삽 좀 갖고 올게. 귀족 가문이긴 해도, 역시 살인을 저지르면 여러모로 힘들거든. 그러니까 어서 매장해야……."
"아직 살아있다고요, 이 소녀분."
소녀분의 배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모습을 가리키며 세르티아씨를 말립니다. 정말로 살인을 저지를 뻔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저는 소녀의 몸 여기저기를 찬찬히 보며 말합니다.
"이 소녀분, 상처가 없네요?"
입고 있는 원피스는 너덜너덜해진 것에 비해, 소녀분의 몸에는 상처 하나 나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 * * * * * * * * * * * * * *

파일 첨부 안해도 되죠?
여기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메일무단수집거부 제휴문의 이용약관 개인정보보호정책
주소 : 인천광역시 부평구 평천로 132 (청천동) TEL : 032-505-2973 FAX : 032-505-2982 email : novelengine@naver.com
 
Copyright 2011 NOVEL ENGIN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