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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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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옵티마이저
글쓴이: 김이박
작성일: 11-07-15 23:41 조회: 1,881 추천: 0 비추천: 0
제 1장 최적화 선고 上

자취하는 내게 우편이 오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자취를 시작한 지 1년도 안 되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주소를 적을 일(사이트 가입이라거나)에는 원래 살던 집의 주소를 적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해서 이 자취를 하는 곳의 주소는 학교 이외에는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우편물은 정확히 그 주소로 와 있었다. 물론 받는 사람은 나였다. 보낸 사람은 영어로 옵티마이저라 쓰여져 있을 뿐 그 이상의 정보는 없었다. 매우 얇았기에 뭔가 우편테러라던가도 아닌 것 같았다. 애초에 그런 걸 신경 쓰는 타입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생각없이 우편물을 뜯었다. 들어있는 것은 하얀 종이 한 장. A4 용지를 그냥 접은 듯한 한 장이었다. 펼쳐보니 딱 한 문장이 있었다.
"최적화를 선고합니다."
나도 모르게 읽고 말았다. 그런데 최적화를 선고한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아무래도 뭔가의 장난인 것 같았다. 그리 진지하게 생각할 생각이 없었기에 우편은 가지고 들어와 쓰레기통에 버려버렸다. 시험도 끝난 참이라 평범하게 게임을 하고, 놀고 하다가 잤다. 그리고 다음 날, 여느 때와 같이 학교로 향했다. 어제 늦게까지 게임을 한 터라 졸려서 자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 어깨를 쳤다. 누군가 싶어 고개를 들어보니, 우리 반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선아가 거기에 서 있었다(내 감이지만, 대체로 맞을 것이다). 긴 갈색 머리, 뭐 옷은 당연히 교복. 언제나와 같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응, 안녕하세요?"
나도 모르게 이상하게 말이 나갔다. 졸린 탓이다.
"안녕."
선아는 평범하게 대답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니 선아가 한번 더 말했다.
"최대로, 오늘 끝나고 교실에 좀 남아줄래? 할 이야기가 있어."
한순간 선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저기, 지금 끝나고 남아달라고 한 거지?"
"그래. 대답은?"
"뭐 남아달라면 남기야 하겠는데……."
"그럼 그걸로 됐어."
그 말을 끝으로 선아는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 후 당연하다고 봐야할 지 남자애들 중 몇명이 내 자리로, 그 중에서도 선아와 조금 친하다고 할 수 있는 애들은 선아에게로 갔다. 그 애들은 선아에게 장난스럽게 "그거 지금 고백?"이라거나 같은 질문을 던졌지만, 나는알고 있었다. 저 질문의 이면에는 '왜 쟤를?'하는 의문이 있다는 것을. 선아는 "거기에는 대답할 수 없어."같은 말로 애들의 질문을 봉쇄했다. 한편, 내게 찾아온 애들도 비슷한 이야기였다.
"지금 그거 고백이었지?"
"아니, 설마 대로에게……? 선아, 취향 진짜 독특하다."
"그러게."
"내 앞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뭐냐고."
"아니, 정말 궁금하단 말이야. 너도 솔직히 그렇게 생각하지 않냐?"
"맞아맞아, 집에서는 맨날 게임, 반에서도 자거나 게임 공식만 계산하고 있잖아."
"덕분에 성적은 뒤에서 세는 게 더 빠르지."
"악담하러 왔냐?"
"그치만 사실이잖아."
"……그건 그렇지."
반박할 수가 없었다. 내 일상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이것은 진짜 고백인가?에 대한 의문이야."
"오, 나도 그거 말하려고 했는데."
"그건 또 무슨 소리냐?"
내가 물었다. 애들은 입을 모아 대답했다.
"그거야, 선아가 고백이 아니라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을 거라는 소리지."
세명이서 동시에 말했다. 서로 문장은 달랐지만, 뜻은 전부 비슷했다.
"……그러고보니 그러네. 선아가 내게 저런 말을 할 이유가 없지. 역시 고백은 아니야."
"그렇겠지."
이번에는 정말 동시에 세명, 완벽한 합창. 담임 선생님이 돌아와 애들이 자리로 돌아가고, 나는 그 애들이 제시해준 의문에 잠겼다.
이선아. 우리 반 성적 2위, 체육 1위, 독서량 1위, 미모 1위(이건 내 기준이다), 성격 좋음, 인간관계 좋음.
최대로. 우리 반 성적 33위(34명 중), 체육 13위, 독서량 30위, 미모 22위(측정한 게 아니라 그냥 2가 두번 들어가서 22로 한 거다), 성격……뭐 좋고, 인간관계 좁음.
……으~음. 이거, 너무 비교되는데. 물론 좋아한다던가 그런 게 상대방이 우월해야만 성립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차이가 심한데. 뭐 선아가 그런 걸 고려하지 않는 성격이라고 가정해도, 선아랑 나는 평소에 대화한 적도 없잖아. 이제 슬슬 겨울방학인데 이번이 거의 처음이라고. 역시 이건 뭔가 이상하지 않나?
이상하다, 이 시점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남는 게 꺼려졌다. 이상하지 않는다는 가정도 존재할 수 있겠고 그것이 더 일반적인 가정이겠지만, 이상하지 않을 거라는 이유를 대기가 더 힘들었다. 이상하지 않고 평범한 것이고, 불러내는 이유를 대는 정도라면, 뭔가 잘못의 지적, 혹은 부탁인데……. 이 둘이야 평소처럼 부탁해도 되는 게 아닐까. 하지만 이 부탁 쪽이 게임 쪽이라면 어느정도 이해가 가긴 한다. 게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지 않은 거겠지. 나야 게임이면 장르가 어떻든 최소 중간 레벨 이상을 가니 날 선택한 건 최적의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뭐가 뭔지는 모르지만 게임 부탁이라면 그리 힘들이지 않고 들어줄 수 있다. 그리드 아일○드 같은 거라면 아무래도 힘들겠지만.


방과 후는 빨리 찾아왔다. 애초에 내 일상은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침묵의 수면의 연속이다. 빨리 찾아왔다는 건 내 기준에서다. 청소를 하는 애들 몇몇이 남아 있고, 잠에서 깨어나 비몽사몽인 나에게 선아가 다가왔다.
"애들이 많으니까, 자리를 옮기자."
그 후 선아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아무도 따라오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아마 선아의 말을 지키지 않을 녀석은 없을 것이다. 선아가 먼저 교실을 나가고, 내가 뒤를 따랐다. 어디로 가는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방향으로 추측해보자면, 아무래도 식당, 혹은 다목적실이다. 식당은 점심 시간을 제외하면 닫혀 있으므로 다목적실이 더 유력하다.
"편지는 제대로 읽어봤어?"
복도를 걷던 도중, 선아가 갑자기 말했다.
"편지라니?"
"최적화 선고 말이야."
"최적화?"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아니, 그럴 것까지도 없이 '최적화'란 단어를 듣자 마자 곧바로 떠올른 게 있었다. 어제의 알 수 없는 편지.
최적화를 선고한다는 편지.
"응, 받았네. 그런데 그게 왜?"
"받았어?"
"응."
"그래……. 그럼 됐어."
그걸 끝으로, 선아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뭔가 더 묻고 싶은 게 남았지만, 말해봐야 대답하지도 않을 것만 같은 분위기라 결국 말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도착한 곳은 식당, 왜인지 문이 열려 있었다.
"아무데나 앉아."
식당의 테이블을 가리키며 선아가 말했다. 하지만 난 앉지 않고 곧바로 물었다.
"으음, 그것보다 뭘 말하고 싶은지 듣고 싶은데."
"그래?"
"응, 역시 궁금하거든."
"별 것 아니야. 아까 최적화 선고를 받았다고 했지?"
선아는 식당의 구석으로 걸어가며 물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럼 그걸로 충분해."
선아가 식당의 구석에서 무언가를 들어올렸다. 그것은 긴 막대로, 끝에 추 비슷한 게 달려 있었다. 뭔가 싶었는데 골프채였다. 어째서 골프채가 식당에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드는데, 식당이 열려 있는 걸 보면 선아가 식당을 연 것이고, 골프채를 숨겨둔 거라고 보면 이해가 간다.
"그걸로 충분하다고?"
선아는 대답하지 않고 그 골프채를 든 채로 내게 걸어왔다.
"응, 그걸로 충분해."
그리고 그 대답과 함께- 그 골프채를 치켜들었다.
"저기, 그거 나한테 내려치려는 건 아니지? 그렇지?"
선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골프채를 내리찍었다. 이럴 수가, 완전히 예상한 대로다. 여기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것은 피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제대로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반의 여자애가 불러서 와봤더니 난데없이 골프채로 날 치려 하다니 전혀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장르는 배틀이다. 뭐 이러냐,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런 마음과는 관계없이, 난 아슬아슬하게 선아의 골프채를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반동으로 꼴사납게 뒤로 자빠졌다. 선아는 감정 없는 표정으로 골프채를 들고 걸어왔다. 자빠진 뒤 몸을 돌려 다시 일어나는데, 그러면서 아까 선아가 내게 자리를 권한 이유를 깨달았다. 그건 내 움직임을 제어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아무튼 그런 건 이제 상관없다.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어떻게 도망쳐야 하는가? 먼저, 이 식당은 외부와 통하는 길이 세개다. 우리가 들어온 입장용의 문, 그리고 조리실과 통하는 급식 용의 엘리베이터,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나가는 출구. 출구는 안에서 열 수 있다 해도 출구의 외부에서 케이블 자물쇠로 잠그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엘리베이터의 경우, 1층인지 이곳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1층일 것이다. 남아있는 그릇들을 보내는 식으로 사고를 전개하면 그럴 것이다. 애초에 그런 도박에 목숨을 거는 건 현명하지 않다. 도박하는 건 게임 속에서면 족하다.
중요한 건 확실한 출구라는 것이다. 그리고 확실한 출구는 현재 선아가 서 있는 쪽의, 내가 들어온 입구 밖에 없다. 하지만 내가 선아를 이길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라면, 그건 말할 것도 없이 간단명료하다. 선아는 우리 반 체육 랭킹 1위다. 단순히 여자들 중 1위가 아니라, 남자애들 중에서도 1위다. 축구라던가 농구라던가 하는 구기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고, 달리기 같은 것도 전혀 지지 않는다. 팔굽혀펴기나 윗몸일으키기의 횟수도 가장 많고, 빨랐다. 신체의 등급 자체가 나와는 수준이 다르다. 그렇다면 내가 들어온 이 입구도 불가능의 영역에 있는 문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지만, 이쪽은 완전한 불가능은 아니고, 또한 도박의 영역이지만 운으로만 결정되는 엘리베이터와 달리 어느 정도의 계산이 가능한 도박의 영역이다.
선아는 사람이다. 즉, 찾아보면 어딘가에 틈이 있다……. 그런 식의 계산이 성립한다. 그런 걸 고려해서 생각해보면, 반드시 빠져나갈 수 있는 틈이 생긴다. 먼저, 선아가 지금 나를 추격해오는 것과, 이곳이 식당이라는 점을 이용해야 한다. 식당에는 큰 테이블이 있는 것이다.
나는 일단 뛰어, 식당의 거의 끝까지 갔다. 선아 역시 쫓아오고 있었으나, 뛰는 게 아니라 걸어오고 있었다. 선아와 내가 테이블을 가로로 두고 마주 보는 형식이 되었다. 선아는 쳐든 골프채를 내리고 말했다.
"아무래도 테이블을 이용할 모양이지만……."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선아는 갑자기 뛰더니 테이블을 넘어 바로 내 앞으로 착지했다.
"그건, 불가능해."
"뭐시여어어얶!"
이 비명을 타이핑한다면 맨 끝의 '어'은 '얶'이 될 것 같아,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면서 비명을 지르고, 옆으로 뛰었다. 안돼, 이건 뭔가 안 됀다. 계획 자체가 불가능한, 그런 느낌이다. 계획을 세울 것이고 뭣이고, 선아의 스펙이 지나치게 출중하다. 아까 선아는 인간이고 그렇다면 틈이 있다고 말한 건 대체 뭐가 되냐고. 그냥 허세잖아!
잠깐, 허세?
"소용 없다니까."
선아는 재빠르게 쫓아왔다. 하지만 난 거기서 멈췄다. 선아는 내가 멈추는 걸 예상하지 못했는지 얼굴부터 내 등에 부딪혔다. 당연하지만 엎어진 건 나였다. 꽥.
"……뭐야, 갑자기 멈추고."
선아가 코를 매만지며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 내가 더 아팠지만 그런 건 지금 생각할 게 아니다. 아무튼 멀쩡해 보이는 걸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옆의 테이블을 잡고 일어난 후, 선아 쪽을 정면으로 쳐다보았다.
"이선아, 너는 날 누구라고 생각하지?"
"최적화 선고 대상."
최적화……. 바로 그게 뭔지를 물어야 한다.
"미안하지만 최적화가 뭔지부터 알려줄 수 없을까?"
"싫어."
"그것은 왜지?"
"그냥 싫어. 귀찮기도 하고, 최적화 선고 대상에게 뭔가를 알려줘야 하는 사실부터가 불쾌해."
"흐음, 그런가, 대충 이해할 수 있어. 내가 최적화 선고 대상이라는 건, 무언가를 최적화 시킬 때 제거해야 하는 것이겠지, 네가 나를 깔보는 방금 발언으로, 그것은 증명되었다. 그 무언가가 뭔지는 모르지만 말이야."
일부러 '그것'이란 말을 사용하고, 증명을 넣고, 알 수 없는 여유의 분위기를 유지한다. 이 전술은 허세다. 허세만큼 부리기 쉽고, 잘 들키며, 또한, 잘 속일 수 있는 기술도 없다. 특히나 허세는 내 특기다. 게임 같은 걸 하다 보면 허세를 부리는 놈들이 많다. 입으로 게임 하는 애들 말이다. 엄밀히 말해서, 보통 그런 애들은 게임 자체에서는 안 그러고 게임 밖의 팬사이트라던가에서 그런 경우가 많지만 말이다.
"잘도 아네……."
선아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예상 외라는 표정이다. 그게 그거지만.
"그게 내 재능이기 때문이다. '예측하는' 재능. 나는 그것으로 게임의 시세를 파악하고, 그것으로 돈을 벌고 있지. 모든 걸 게임으로 보면, 난 절대 지지 않아.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 지 아냐? 내가 지금 이 상황을 게임으로 인식하는 순간, 너의 모든 것이 속속들이 예측된단 사실이야."
우와, 부끄러워. 진짜 부끄러워. 여기서만 벗어나면 잊어버려야지. 자살할지도 모르겠네.
"선아, 너는 나를 절대로- 이길 수 없어."
"어딜 봐서?"
선아는 깨끗하게 내 말을 부정했다. 부끄러운 내 발언이 한번에 무력화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허세는! 멈추는 순간이야말로 실패한다! 내 허세는! 끝나지 않는다!
"아직도 알지 못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바로 지금 보여주도록 하지!"
이 발언도 부끄러웠다. 하지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닌 거라는 걸 난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바로 옆의 의자를 잡아, 그것을 꺼내 던졌다. 일단 선아도 사람이니까, 내 허세에 뭔가 신경이 쓰일 것이다.
"이게 뭐야?"
선아는 단번에 의자를 쳐냈다. 으음, 하나도 신경쓰지 않고 있었군. 그치만 지금 이 틈으로 충분해. 이 의자를 치는 그 틈으로도, 충분해! 의자를 빼낸 곳으로, 테이블을 잡고 슬라이딩한다. 식당의 바닥은 사람도 많이 다니는 주제에 미끄러운 편이니 어렵지 않다. 그러면서 동시에 의자를 밀고 나가고, 테이블을 잡고 빠져나온 다음 도망친다.
실제로 실행해보니 의자가 걸리고, 연습해본 것도 없이 이번이 처음이라 당황에서 나오면서 다시 엎어질 뻔 했지만 간신히 땅을 짚고 일어나 도망쳤다.
"시시해."
뒤에서 선아가 실망스럽게 중얼거리는 걸 무시하고, 난 최선을 다해 도주했다. 식당을 나가서, 도주했다. 선아의 스펙이라면 이미 나를 추격해 올 수 있을 텐데도, 선아는 추격해오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일단 열심히 뛰고, 또 뛰었다. 다시 교실로 돌아가 가방을 챙기고 싶지는 않았다. 교무실로 들어가 선아가 절 죽이려고 했습니다! 라고 상담해도 애가 너무 게임을 했는지 정신이 나갔구나 정도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그냥 도망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떻게든 선아가 나를 죽이려 했다는 자료를 모으고, 그걸 정리하고 계산해서 선아가 위험하다는 걸 증명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불안이 사라지지 않으니까.
"대체 이게 뭐시여."
복도를 달리면서 도주했다. 슬쩍 뒤를 쳐다보니, 선아가 쫓아오고 있었다. 음, 곧바로 쫓아오지 않은 건 봐주기 위해서라고 보면 타당하려나? 하지만 나를 대하는 취급으로 볼 때, 봐주는 건 뭔가 아닌 것 같은데……. 일단은 도주하는 게 우선이니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나저나 어디로 간다? 이쪽으로 쭉 가면 C관이군, 야자실하고 도서실, 강당이 있는 곳이다. 하지만 시험이 끝난 만큼, 애들은 별로 없겠지. 그래도 3학년 관이라면 충분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곳이라면 선아가 공격하는 걸 막을 수 있을 지 모른다. 아니아니, 물론 그럴 생각은 없다. 선아가 날 공격하는 걸 체크해야 한다. 일단 선아가 올 장소를 유도하고, 그 장소에 카메라를 설치-라고 해봐야 핸드폰 카메라지만, 어쨌든 그 후, 그 장면을 촬영한 뒤 카메라를 회수, 그걸 증거로 제출하면 끝이다.
……음, 어쩐지 난이도가 높네. 뭔가 다른 작전을 생각해야 하려나……. 하지만 딱히 떠오르는 것도 없으니 그걸로 하자. 아무튼 계속 뛰어 C관과, 현재 내가 뛰고 있는 B관을 잇는 육교에 다다랐다. 여기에는 문이 있다. C관과 B관 둘 다에 있다. C관의 문이라면 안에서 잠글 수 있는 구조다! 일단 거길 잠그고, 그 앞의 1학년 야자실을 쓰자. 그 후 문을 열고, 작전대로 하면 그만이다.
목표를 정하니 발이 빨라지는 걸 느꼈다. 전속력으로 달려 B관의 문을 통과, 그 후 C관의 문도 통과, 문을 닫고 잠갔다. 유리문이 아니어서 선아가 쫓아오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잠시 문에 몸을 대고 숨을 고르고 있으니, 여자애의 목소리가 들렸다.
"왜 문을 잠궈?"
당연하지만,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였다. 고개를 들어 보니 특이하게도 금색 트윈테일 머리를 한 소녀가 서 있었다. 그리고 특이하게 사복을 입고 있었다. 남색 미니스커트에 초록색 티셔츠. 정말 심플한 조합이다. 아차, 다른 사람이 통행할 가능성도 있구나.
"엄청난 녀석이 쫓아오고 있다구."
"너를?"
"그래. 지금 문을 열었다간 틀림없이 죽을 거야."
솔직히 이 말은 조금 과장된 것이었다. 하지만 선아가 내게 보여줬던 행동은……. 조금 무서운데……?
"혹시 그 엄청난 녀석이라는 애 말이야, 이선아라는 애야?"
소녀가 말했다. 난 놀란 표정으로 소녀를 쳐다보았다. 소녀는 웃음을 지으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역시 맞구나? 걔, 널 죽이려고 하지?"
"역시 죽이려고 하는 거였어!"
"정말 그랬나보네. 아무튼 잘 부탁해."
내 외침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는 걸 보고, 또다른 의문이 들었다. 이놈은 또 뭐냐고.
오늘 일진 왜이래.
"나는 스나크 사냥. 참고로 본명이 아니야. 이명이라는 거야. 참고로 선아의 이명은 원 포인트지."
이명異名……. 다른 이름. 가끔씩 허세를 중요시하는 게임에서 달리는 것들이었다. 소설 같은 곳에서도 꽤나 잘 달린다. 이걸 중요시하는 인간으로는 N으로 시작하며 N으로 끝나는 작가가 있다.
근데 얘 이명 왜이래. 스나크 사냥이라니, 스나크 사냥은 루이스 캐럴의 시잖아. 그거 뭐래는지도 잘 모르겠던데, 이 이명이 뜻하는 게 대체 뭐지? 그 이전에 얜 선아랑 뭔 관계냐고. 그리고 선아의 이명인 원 포인트는 또 뭐냐고.
의문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부터 물어보기로 했다.
"저기- 넌 선아랑 무슨 관계야?"
스나크 사냥이라고 자칭한 소녀는 조금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내 대답했다.
"아무래도 적대관계?"
'아무래도'이고, 끝도 물음표라는게 신경쓰였지만, 이 스나크 사냥이라는 애는 선아처럼 날 죽일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그 사실에 안도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저기, 스나크 사냥이랬지. 선아가 왜 저러는 지 알아? 날 최적화시킨다던가 하던데……."
"아, 그 말대로야. 쟤는 널 최적화시키려고 온 거지."
"그 최적화가 뭔지 묻고 싶은 건데."
"죽이는 거야. 선아가 소속되어 있는 집단은 옵티마이저라고 하는데, 이름 그대로 최적화 프로그램이지. 이 지구에서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는 거야. 그게 '최적화'지."
솔직히 말해 스나크 사냥의 말을 전부 믿지는 않고 있었지만, 만약 이 알 수 없는 말이 현실이라고 가정한다면…….
"나는 불필요한 인간으로 인식되었다는 거네……."
"그 말대로야. 하긴 맨날 게임이나 하니까."
"……."
전혀 반박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근데 날 도와주는 이유가 뭐야? 뭔가 옵티마이저와 대립하는 집단이야?"
그 말에, 스나크 사냥은 씩 웃었다.
"나는 너 도와준 적 없어. 이건 그냥 상황 설명이잖아? 원래 선아, 아니, 원 포인트가 대충대충 하는, 그런 경향이 있어서 말이야."
얘는 선아를 원 포인트라 부르고 있었다. 맨 처음 선아라고 부른 걸 보면, 뭔가 얘넨 그런 경향이 있는 모양이다. 본명을 밝히지 않는, 뭐 그런 경향. 아님 말고. 그나저나 왠지 스나크 사냥의 말이……. 신경쓰이네. 저 말은 혹시…….
"그래서 내가 다 설명하게 되었다- 라는 이야기! 아무튼, 그럼 나도 슬슬 개시하도록 하지, 최적화를 말이야."
그리고 스나크 사냥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리고 그 뭔가를 내게 들이댔다. 눈 바로 앞에 들이대졌기에 순간 뭔지 파악하지 못했지만, 조금 쳐다보니 총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물론 에어건이야. 하지만 이거라도 눈에 맞으면 꽤나 아프지 않을까?"
우와, 뭐 저런 말이 있냐.
"그치만 탄환은 안 들었어. 애초에 이런 죽이지도 못하는 무기는 별로 안 좋아하거든."
역시 무서운 말이 이어지고 있었다. 대체 이 애들은 뭘까……. 이 둘의 말이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은 없을 것 같았다. 그때, 타이밍 좋게 쾅 쾅하는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둔탁한 무언가로 두드리는 듯한 소리. 골프채였다.
"아- 원포인트 왔네."
스나크 사냥이 조금 질린 듯 말했다. 스나크 사냥은 내 눈에 에어건을 들이댄 채로 외쳤다.
"아까 시시하다고 그만두겠다고 문자 보냈잖아! 이 녀석은 내 거야!"
그냥 들으면 정말 기분 좋을 듯한 헛소리였지만, 이 상황은 그런 낙관적인 관측을 할 틈이 없다.
"……나도 너한테 맡기면 좋을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본부에서 내 실적이 안 좋다고 해서 말이야."
원 포인트는 느긋하게 말했다. 실적이라니, 그런 것도 따지냐. 하기야 불필요한 사람을 죽인다니 그 집단도 그런 쪽으로는 엄격하겠지.
"아무튼 이 놈은 내가 죽일거야. 방해하면 널 죽일지도?"
"……필요한 인간을 죽이는 건 그거대로 불필요한 행동이라는 걸 모르는 건 아니겠지?"
"내 행동을 방해하는 놈은 불필요한 놈이야. 그러므로 죽여야 해."
선아는 둘째치고, 스나크 사냥은 정말 엉망인 논리를 전개해내가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나도 날 방해하는 사람은 그리 좋아하지 않아. 공자도 적은 제대로 죽이라고 했지."
"아니, 정말 그런 말을 했을지는 둘째치고, 그런 극단적인 말은 아닐거야!"
나도 모르게 외쳐버렸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둘 다 극단적이고 엉망인 논리를 가지고 행동하고 있었다.
"그럼 내 논리라고 치도록 하지."
그 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 두짝의 가운데에 있는 틈으로 골프채가 들어오더니, 다시 한번 더 쾅 하는 소리가 들리며 플라스틱 문이 옆으로 구겨졌다.
"이건 또 뭐시여!"
내 외침을 무시하고, 선아는 열린 문으로 느긋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역시 손에 골프채를 들고 있는 채다.
"우와, 너 민폐야!"
스나크 사냥이 외쳤다. 나도 이어서 외쳤다.
"네가 할 말이 아냐!"
이놈이나 저놈이나 둘 다 엉망진창이다. 근데 이걸 대체 몇번 째 말하는 거지.
"그럼 비켜줄래? 스나크 사냥."
"안 비켜준다니까? 아무튼, 너, 최대로랬던가."
이제야 내게로 포커스가 돌아왔다.
"……뭐, 응."
"최대로, 난 원 포인트한테 실적을 넘기고 싶지 않아. 하지만 난 너를 지금 여기서 한번에 죽일 자신이 없어. 그러니까 우리 둘을 쓰러트려라."
"……그건 또 무슨 소리랍니까."
"말 그대로의 소리거든? 아무튼 그러면 최적화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어. 최적화 대상에서 벗어나는 조건 중 하나가, 최적화하러 온 대상을 둘 다 패배시키는 거니까. 하지만 내가 도와주면 안 돼. 하지만 총 정도는 치워줄 수 있어. 그러니까 쓰러트려라. 이해했어?"
"뭐, 대체로……."
나는 얼떨떨하게 대답했다. 스나크 사냥은 고개를 선아에게 돌렸다.
"그리고 원포인트. 너하고도 승부라고. 누가 더 빨리 이 잉여를 죽이는가 말이야. 나는 공평한 게임을 좋아하거든."
초반부는 뭐래는지 알아먹지 못했지만, 조금 가니 알아먹을 수 있었다. 역시 이 둘, 뭔가 비뚤어졌다. 진짜 엉망진창이다. 하지만 이 말을 듣는 순간, 뭔가 작전이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에는 곧바로 쓸 정도의 상세한 작전은 아니었기 때문에, 일단은 도망치기로 했다. 뭐가 뭔지는 모르지만, 도망치고 안전한 곳에서 생각하면 어느정도 이 상황을 벗어날 방도가 생각나겠지.
"하하."
선아가 웃었다. 저렇게 웃는 것은 처음이다. 눈에 에어건이 있어서 돌아보지는 못했지만, 뭔가 공포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깊이 생각하지는 않고, 방금 생각난 이 방도를 정리하기로 했다. 물론 도망친 다음이다.
"당연히 동의야. 시작은- 그래, 지금으로 하자."
그와 동시에 총이 눈에서 떨어졌다. 나는 이미 '지금'이라는 타이밍에서 야자실로 튀어들어가고 있었다. 야자실 역시 문이 두개니까!
야자실로 들어가 도망치면서 나름, 그리고 최대한 냉정하게 두뇌를 기동시켰다.
나는 여기서 죽을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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