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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 3급 매니저, 치유담당 초파랑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디엔드릭스.
글쓴이: 에르셰프
작성일: 11-07-15 23:58 조회: 4,080 추천: 0 비추천: 0
동복의 외투 너머로 얼얼한 열기가 느껴졌다. 뺨에 와 닿는 감촉은 질퍽한 먼지덩어리였다. 몇 초가 지난 후에야 제자리에서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고막이 터진 것 같은 이명이 들렸고 척추가 욱신거렸다. 하지만 어떻게든 돌아서서 폭발의 진원지를 돌아볼 수 있었다. 아드레날린 탓에 덜덜떨리는 두 다리 탓에 털썩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순간적으로 내 등을 떠밀었던 열풍은 내가 아닌 주변에는 더욱 큰 피해를 끼치고 있었다. 나는 눈살을 찌푸린 얼굴로 골목을 구성하던 양 담벼락이 까맣게 그슬린 모습을 올려다봤다. 그을음이라기 보다 복사열 탓에 벽돌에 발라진 염료가 불타오른 것이리라. 자켓에게 보호받지 못하고 있던 손목 아래와 목뒤가 뜨거운지 차가운지 알 수 없는 감각에 휩싸여 있었다.
나는 그 행동이 전혀 내키지 않았지만 손을 내뻗어 내 목뒤를 어루만졌다. 나의 능력을 스스로에 대해 쓰는 것의 불안감과, 혹시 손끝에 완전히 익어서 탱글탱글해진 내 살점을 만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뒤섞였다. 다행히도 조금 따갑긴 했지만 원래의 탄력을 유지하고 있는 살갖이 손가락을 밀어내고 있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목 끝에 손가락을 가져다 댄 자세를 유지하며 조심스럽게 자세를 바로했다. 오늘 일어났던 일은 그야말로 불가사의 그 자체였다. 가게에서 마에카와 씨의 통화를 몰래 엿들었던 이래, 나의 삶은 통째로 뒤틀리기 시작했다. 사람은 고통스러운 기억으로부터 움츠러드는 법이다. 하지만 나는 그 혼란의 기억 속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문득 이마 위를 적시는 미지근한 물이 있었다. 천천히 흐르게 놔둔 뒤 혀로 핥아보았다. 그것은 피였다. 아무래도 폭풍에 휘말려 바닥에 쓰러질 때 머리를 찢은 모양이다. 그 사실을 깨닫자, 심리적인 효과 탓인지 머릿속의 기억이 더욱 뒤죽박죽 되어가는 것 같았다.
사람은 기억으로서 살아간다. 기억은 사라지지 않을지언정 다른 기억에 의해 덧칠해져 바뀐다. 사람은 그렇게 변한다. 나는 그런 것을 원하지 않았다. 아니, 평소라면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그 현상을 방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나는 머릿속에서 희미해져가는 기억 중에서도 유독 찬란하게 빛나는 한 조각의 보석을 건져내려 애쓰고 있었다. 그 시도는 험한 풍랑 속에서 조각배를 타고서 항로를 유지하려는 것만큼 허무한 시도였다. 그 기억은 사라져서는 안됐다.
상처의 ‘역사’을 읽기위해서 나는 능력을 썼다.
감은 눈 너머로 거리의 소란이 스며들어왔다. 조금 전 까지 나를 괴롭히고 있던 척추의 고통이나, 아드레날린의 흥분감이 사라져있었다. 천천히 눈을 뜨자 나를 둘러싸고 있던 것은 어둡고 좁은 골목이 아닌, 시내 한복판이었다.
2024년 10월 14일 저녁 8시 20분. 나는 정확히 21분 전의 역사 속에 서있었다.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한 걸음 옆으로 비켜서서 발사체를 피했다. 날카로운 플레솃 탄환이 보도블럭 틈새에 박혀들었다. 구보를 뛰면서 대산 시의 시내를 세심하게 관찰했다. 그 와중에 다시 안정제 몇 발이 발사됐지만 알아서 피해가기라도 하듯이 빗나갔다.
과거를 더듬어서 아케이드 상가 쪽으로 향했다. 나는 전에 없던 주의력을 발휘해서 점포 하나, 행인 하나를 놓치지 않고 살펴보았다. 왔던 길을 몇 번이나 되짚어서 살펴보고, 엄한 사람의 등을 잡아 불러 세우면서.
가로등의 불빛을 피해서 어둡고 구석진 곳으로 들어가며 나는 마음이 안정되는 것을 느꼈다. 그래, 바로 이곳이었다.
나는 딱히 미래의 기억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의 능력은 사물에 깃든 기억을 읽어내는 것이었다. 따라서 사건을 예측하고 행동하는 것은 지금 능력의 대상이 자신이기 때문에 가능한 특별한 예였다. 내가 나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는 것은 당연한 거니까.
먼지투성이로 골목을 누볐던 보람이 있었는지, 실외 테이블에서 자리를 잡고 앉아있던 그녀를 발견했다. 그녀는 아직 이쪽을 눈치 채지 못했는지 커피를 기울이고 있었다. 공포에 찬 한숨을 겨우 억눌렀다.
그 순간 우리의 눈이 마주쳤다.
이것은 내 기억에 없었던 일이었다. 나는 이 무렵 그녀와 눈을 마주친 역사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나의 상상력이 급조한 환상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샘솟는 영감으로 빛나고 있는 그녀의 녹갈색 눈동자는 내 상상력으로 구현할 수 없는 경외의 존재였다. 기록되어있는 역사를 관측할 뿐인 나에게 있어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 눈동자 속에 빠져서 굳어버렸다.
그녀와 나 사이의 거리는 대략 10미터에 가까웠다. 가깝다면 한없이 가까웠지만 딱히 눈이 마주친 것만으로 대화의 계기가 되기에는 먼 거리였다.
반듯한 눈썹이 치켜올라가며 이상하다는 듯이 이쪽을 주시했다. 나는 엿보기를 들킨 사람마냥 당혹감에 휩싸였다.
나는 정신없이 그 자리로부터 도망쳤다. 남은 시간은 2분여 남짓이었다.
***
-여기는 시미터1, 전송해준 좌표가 틀린 것 같은데.
“뭐라고?”
-막다른 길이야. 제기랄, 그 놈의 고글 좀 업데이트 시켜놓으라고 했잖아? 언제까지 중소기업 데이터베이스 따윌 쓰니까 이 모양이지.
사르규스는 황급히 고글을 조작하여 대산 시(市) 지도를 시야에 띄웠다. 팀원의 식별번호가 지도에 표시되었다. 시미터1이라고 표기되어있는 팀으로부터 떨어진 엉뚱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독도법 하나 지킬 줄 모르나?”
그는 거칠게 쏘아 붙이면서 경로를 다시 갱신해주었다. 하지만 자신의 가슴 안쪽에서는 불안감이 점점 심화되고 있었다.
사르규스는 옥상에서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고글이 시야에 각종 수치를 출력하고 있었다. 소총과 연동된 고글은 눈에 띄기 쉬운 예광탄이나 레이저없이도 가상의 탄착점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늘이 짙게 깔린 거리 역시 하이퍼스펙트럼 발산 정보(HEP: 위성에서 촬영한 초고해상도 화상자료)로 분석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르규스는 시간을 지체하고 있었다.
-그저 어린애 한 명일 뿐이잖아, 뭘 그리 오래 걸리지?
‘방해가 들어오고 있다고?’
그는 새로 갱신했던 크리살리스 회사의 광학인식 프로그램을 확인하며 불신의 표정을 떠올렸다. 증강현실 고글에 기반한 실시간 데이터베이스 서비스, 테크넷은 기업의 신용과 같은 자료다. 설마 크리살리스 회사씩이나 되는 기업이 이런 보안실수를 저질렀다고는 생각할 수는 없었다. 한 달 사용료가 7000달러나 되니까.
“느낌이 좋지 않군.”
그는 팀의 오피(op)를 지키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후방에서 동료를 지원하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팀은 일을 망쳤고 그는 동료의 뒤를 닦아줘야 했다. 소총의 안전장치를 푸는 사르규스의 얼굴은 어두워 보였다.
“어쩔 수 없군. 올드패션 웨이로 나간다.”
-올드 패션?
그는 테크넷을 종료시켰다.
“발로 직접 뛴다. 구두창이 닳겠군.”
***
예의 낯익은 골목 사이로 거친 발자국 소리가 퍼졌다. 반쯤은 충동적으로 달리기 시작했지만, 생각해보면 그녀와 잡담을 할 정도로 형편 좋은 상황에 빠져있던 것은 아니었다.
나는 역사의 주체가 되어서 그 과정을 체험해보거나, 객관적인 제 3자가 되어서 재현된 역사를 관찰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주체가 되어서 과거를 탐험한다고 해서 나의 행동대로 현재가 바뀌거나 하지는 않는다. 설령 역사가 뒤틀린다고 해도 바뀌는 것은 기억뿐이었다.
따라서 과정이 다소 바뀌더라도, 내가 습격당한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주변이 조용했다. 내 기억에 의하면 습격은 이 정도로 쉽게 끊기지 않았다. 그렇지 않다면 예정에 없었던 그녀와의 만남이 역사에 간섭한 것일까.
“그 짓을 다시 반복하라고?”
역사의 재생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단순히 능력을 풀고서, 다시 처음부터 자신의 기억 속을 더듬어 올라온다면…….
방심한 탓일까, 나는 모퉁이 너머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을 놓치고 말았다.
“드디어 잡았다. 요 쥐새끼 같은 것.”
돌연 소맷자락이 잡혔다고 생각한 순간 호쾌한 던지기에 걸려 바닥에 나동글었다.
등판이 근처의 모서리에 긁혔는지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등과 뒷통수에서 느껴지는 얼얼한 아픔, 그리고 반전된 세계 탓에 뒤흔들어진 균형감각이 속을 뒤집었다.
“우욱…….”
“무슨 수로 우릴 피해 다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도 이걸로 끝이다. 꼬마야.”
남자는 경박한 어조로 말하며 내 이마 위에 부츠발을 올려놓았다. 모퉁이 너머에 바짝 달라붙어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아무런 배려 없이 머리를 눌러오는 압박에 마치 뇌 속까지 엉망이 되는 것 같았지만 나는 오히려 정신이 상쾌해졌다. 내가 느끼고 있는 이 고통은 능력이 만들어내고 있는 허상에 불과하니까. 이것을 밟고 있는 남자라는 존재마저도.
“하, 하하. 진즉 나올 것이지.”
“엉?”
가을날에도 과장되게 부풀어오른 코트를 입은 남자가 의문의 표정을 떠올렸다. 그래, 그 표정을 보는 것도 언제든 질리지 않는다.
“아니, 오늘은 운이 좋구나 싶어서.”
“이게 뭐라는 거야……?”
내 예상과 달리 남자는 광분하며 나를 걷어차지는 않았다. 오히려 차분함을 유지하며 발을 때어놓지 않았다. 대신 넉넉한 기장의 코트 안쪽에서 자동권총 하나를 꺼내서 내 머리에 겨누기는 했지만.
“어?”
무심코 얼빠진 목소리를 냈다.
“그래, 이 자식아. 지금 상황을 콘트롤하고 있는 것은 나다. 그러니까 심기에 거슬리는 짓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의 옆으로 한 패거리로 보이는 사람들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나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동양인-아마도 한국인- 뿐 아니라 서양인도 몇 명 섞여있었다. 네 명에 해당하는 남자들이 원을 그리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하나 같이 그 체격이 이 좁은 골목이 미어터질 것 같은 구성이었다.
“이게 우리를 애먹은 녀석인가. 사르규스는 어디있지?”
“주변을 살펴보고 온다는 것 같던데.”
나는 그들의 조금씩 상황이 나의 손안에서 벗어나는 것을 느꼈다. 혼란스러움이 머리속을 가득채웠다. 무언가…… 잘못되어 있었다.
“이런 녀석은 볼 것도 없어. 우리끼리 해치우자고.”
격철이 올라가는 소리. 그리고 동양인 남자가 시시덕거리면서 동료에게 제안했다. 그는 천천히 무릎을 구부리면서 나의 가슴 위에 총구를 바짝 가져다댔다. 골목 안은 이상하도록 조용했다. 바로 저 담벼락만 걸어서 넘어간다면, 익숙한 대산 시의 시내가 펼쳐져 있을 터인데. 다른 남자들은 아무말 없이 서있었다.
“잠깐만.”
“이게 자꾸 말이 짧네?”
남자는 발굽부분으로 내 입부위를 내려찍었다. 입술이 찢어지며 흙이 섞인 피가 입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나는 남자가 대화에 참여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다, 당신들은…… 나를 호송하기로 되었던 게 아닌가요? 지금 나를 …해버리면.”
“얘가 뭐라고 옹알거리냐?”
“이런 건 달라. 내 기억과 다르다고요!”
지금 내 머릿속에는 원래의 목적이나 여유 등이 싹 사라져있었다. 오로지 저 총을… 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만이 내 머릿속에 가득 차올랐다.
남자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나도 울상을 지을 시간이 없어졌다. 지금 당장, 능력을 중단해서라도 이 상황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내 발치에서 뾰족한 구두 소리가 울려퍼진 것은 직후의 일이었다.

동양인 남자는 신경질적으로 내뱉었다.
“젠장…… 작전구역 봉쇄는 누구 담당이었어?”
“별 것 아냐. 아가씨가 길을 잃었나 본데.”
그녀는 눈에 익은 여성용 정장을 입고 있었다. 갈색의 웨이브 진 머리카락은 짧은 포니테일로 묶여있었다. 나이는 20대 초반 정도일까? 라틴아메리카 계열의 건강한 피부가 드러나 있었다.
그녀는 이 상황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이 허리를 곧게 편 자세로 걸어오고 있었다. 동양인 남자는 재빨리 상체를 비틀어서 나를 겨누고 있던 총을 가렸다. 그 여자는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행동에 망설임은 없었다.
골목에 불어오고 있던 바람의 방향이 갑자기 바뀌었다. 남자들이 그 사실을 깨달은 것은 여자의 손에 들려있던 물건을 확인한 뒤였다. 탄색(tan) 고글이었다. 아마도, 남자들이 쓰고 있는 것과 같은 증강현실용 고글. 남자들의 반응은 빨랐다.
“젠장! 상황발생, 상황발생!”
남자들은 가리고 있던 무장을 꺼내서 저마다 그녀에게 겨누었지만 이미 늦었다. 그녀는 한 발 앞서서 그녀는 고글을 머리에 썼다. 하이퍼스펙트럼 시야가 으슥한 골목에서도 그녀의 시야를 환하게 밝혔다. 그녀가 고글을 준비하자마자 위협평가 시스템이 시계를 덧씌우며 남자들의 무기를 밝게 표시했다.
그녀는 민첩하게 자세를 낮추며 품속에 손을 넣었다. 소형권총을 꺼낸 여성은 제대로 가늠자도 통하지 않은 자세에서 한손으로만 사격을 개시했다. 그 속도는 가장 늦게 총을 뽑았음에도 가장 빨랐다.
-타탕!
최초의 난사에 한 서양인 남자가 하복부를 잡고 그 자리에서 무너졌다. 우연의 일치인지 골반에 정확히 박혀든 두 발의 탄환이 남자의 하체를 마비시키며 무력화시켰다. 뒤늦게 총을 뽑아든 남자들은 일제히 좁은 골목에서 사격을 개시했다. 골목인 탓에 여성이 피할 곳도 없어보였다.
하지만 어둠속에서 밝혀지는 사선 속에서 그녀는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손으로 응사를 계속하면서, 왼손을 가슴 위에 올린 채로 어깨부터 앞으로 향한 자세가 되었다. 좁은 피탄면적 탓인지 남자들이 제대로 조준도 못하고 쏘아댄 탄환은 간발의 차로 표적을 놓쳤다.
그리고 그녀의 총이 다시 불을 뿜었다. 상대의 심장을 정확히 노린 사격이었지만, 어째선지 피격당한 남자는 조금 주춤할 뿐, 응사를 멈추지도 않았다. 아무래도 두터운 코트자락 속에 방탄복을 감추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자신들의 방어력을 믿기 시작하자 남자들의 사격자세도 점차 대담해졌다. 엄폐물에 숨어서 간헐적으로 사격하던 자세를 풀고서, 양손을 권총 그립에 쥔 대칭자세를 이용해 보다 정확한 사격을 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어떤 남자는 탄환이 떨어진 권총을 버리며 품속에서 길다란 맬빵끈을 잡아빼기 시작했다.
그녀가 사용하는 스타일은 현대 권총술로부터 조금 거리가 있는 포인트 슈팅이었다. 잭 위버가 위버그립을 소개한 이래 점차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었지만, 유명한 CQB 교범을 소개한 페어번의 영향을 받은 군경기관에서는 제한적으로 그의 한손 사격술을 채택하곤 했다.
가장 유명한 예는 이스라엘의 경찰기관이리라. 하지만 그녀가 사용하고 있었던 권총술은 그보다도 거리가 멀었다.
페어번이 정리한 CQB의 경우, 교전거리 10미터 이내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사격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사격자의 본능적인 반응에 의존하는 면모가 컸다.
그녀는 자동소총을 우려한 것인지 무릎꿇은 자세를 풀기 시작했다, 현대적으로 개선한 컴뱃 포인트 슈팅은 사격자의 운동학, 생체역학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다 사격자의 자유로운 운동을 보장했다. 즉, 구르기 동작의 시작이나 끝에서 사격을 가하거나 회피 등 곡예 동작 전반에 사격행위가 가능했다.
그녀는 버팀발을 강하게 짖밟으며 앞구르기를 했고, 그녀의 등허리 위 간발의 차로 라이플의 탄환이 골목을 메웠다. 그리고 구르기에서 빠져나오며 자신의 밑에 발을 걸친 뒤 권총의 방아쇠를 다시 당겼다.
그 화려한 동작은 그녀를 남자들의 무리 한 중심에 이동시켰다.
남자들은 재빨리 반응해서 불안정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그녀를 향해 사격을 했다. 하지만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에 그들의 고글 속이 위급한 붉은 빛과 부저음으로 경고했다. 자칫하면 동료IFF 신호를 보내고 있는 표적에게 오발사격이 가능했을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찰나에 놀란 남자들이 다시 정신을 차리고 사격을 가하려고 했을 때는 이미 두 명의 남자가 머리에 구멍이 뚫린 뒤였다.
“젠장! 이 녀석을 원하는 거지, 더 이상 설친다면 이 녀석을 쏴버리겠다!”
그녀는 전투를 시작한 뒤 처음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동양인 남자 쪽을 돌아봤다.
그는 내 목을 한손으로 굳히며 관자놀이에 총구를 가져다대고 있었다.
여성은 그 인질극에 멈춰서 손에 들고 있던 권총의 그립을 느슨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았던 남자가 그녀를 향해 총구의 방향을 돌렸고.
“안돼!”
등뒤로 남자의 팔이 움직이는 걸 간발의 차로 앞서서 느낀 나는 그의 총구 앞으로 몸을 비틀었다.
-탕!
“크아아아악!”
나의 배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등 뒤에서 낮은 신음소리와 함께 총성이 다시 한 발.
내 앞에 서있던 동양인 남자가 쓰러졌다.
나는 천천히 자세가 무너지고 있었다. 나의 등뒤를 서둘러 받치는 한 여성이 있었다. 나는 희미해져가는 시야 속에서 재빨리 입을 움직였다.
“당신의 이름을…… 어서…… 늦기전에!”
***
나는 비명이 입 밖으로 새어나오는 것을 겨우 참아냈다. 다시 더러운 골목 바닥에 널부러진 시간대로 돌아와서, 나는 황급히 복부의 셔츠를 한 손으로 걷어올려 보았다. 당연하지만 그곳에는 납조각이 몸에 새겨놓은 영구공동(permanent cavity)이라던가, 소생불능의 상처 따위는 남아있지 않았다.
사이코메트리 능력은 역사를 탐구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뱃속을 휘젓고 지나갔던 소름끼치는 총상의 고통은 내 기억속에 그대로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거짓된 기억은 환각통을 불러온 것이었다. 물론 실제로 그 고통은 찰나 동안 망막에 남은 광원처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퇴색되어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느끼고 있는 고통만은 실제가 되어 남아있었다.
“큭…….”
이 뱃속에 남아있는 절명의 고통은 내 기억 속에서 만큼은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아마 살아서 이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은 세상에서 드물 것이다. 부상으로 금새 사망할 테니까. 하지만 나는 그 고통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었다.
골목 건너편에서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고통을 억지로 밀어내며 일어나려고 했지만, 존재하지 않는 상처가 신체 내부에서 꼬이기 시작하며 나는 그대로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결국 그런 헛된 시도가 결실을 보기도 전에, 바닥을 바라보고 있던 나의 시야 언저리에 한 켤레의 구두가 들어왔다.
고개를 들어서 보았던 것은, 내가 입 밖에 꺼낸 말은.
“나, 나는 당신의 이름을 알아요,"
"…뭐라고?"
"에르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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