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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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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Guardian
글쓴이: 담벼락
작성일: 12-07-30 15:23 조회: 1,975 추천: 0 비추천: 0

Sequence. 0

3월이지만 아직은 두꺼운 겨울옷을 필요로 하는 어느 칼바람이 매섭게 부는 날 아침.여느 때와 다름없이 나는 날씨 덕분에 차가운 이어폰을 귀에 끼워 맞추며 mp3의 전원을 키는 것과 동시에 회사로 향하는 발걸음을 시작했다. 이미 4년이나 함께한 mp3에서는 CZ라는 익숙한 로고를 그리며 익숙한 음악들의 제목들이 떠올랐다. 항상 재생 순서는 무작위지만, 시작은 이 노래다.유럽 전통 악기인 백파이프를 시작으로 강렬한 밴드 비트가 어우러지는 'Small Wing'. 음악을 들으며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자동차가 없는 틈을 노리기 위해, 먹이를 먹는 차례를 기다리는 초원의 하이에나처럼 눈을 부릅뜨며 왕복 2차선의 도로를 살피며 있었다. 그 때, 저 멀리 다리 건너 사거리에서는 붉은 빛을 내는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꿔는 것과 동시에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 들이 차가운 아침 공기를 가르며 다가 왔다. 그중 가장 선두에 선 차가횡단 보도를 지나치는걸 보고 있는 순간. 나는 왼쪽에서 오는 차량을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눈앞에는 가로수가 부러지며 마른 나뭇조각들이 먼지처럼 시야를 흐리며 나무가 공중에서 춤을 추었다. 그 후 돌진한 차에 치였다. 바닥을 얼마나 굴렀는지는 모르지만 극심한 고통 속에 나는 얼음 같은 아스팔트 위에 누워 있었으며 바닥엔 내 몸에서 흐르는 걸로 추정되는 붉은 피가 흥건했다. 상황을 더 볼 수 없을 만큼 극심한 고통과 함께 나는 정신을 더 이상 잡고 있을 수 가 없었다.

온몸에서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 느껴졌다. 특히 복부 쪽에서 고통이 심했다.

"……."

주위에서 무언가 소리가 들리지만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손가락을 움직이는데 엄청난 고통이 습격하며 복부 쪽에선 고통이 점점 더해졌다. 말로하기 힘든 고통에 소리가 나왔으나 정작 입에서는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아니 내가 못들은 건지도 모르겠다. 힘겹게 뜬 눈 앞에는 여느 메디컬 드라마에서나 봤을법한 등이 여럿달린게 보였다.'저걸 뭐라고 하더라?'익숙해지지 않고 더해져만 가는 고통 속에 얼빠진 생각을 하다가 머리만 살짝 들어 내 몸을 봤다.피범벅이 된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여럿 서있고 계속해서 내 몸으로 뭐라고 하던 기구들을 들이대고 있었다. 그 때 알았다. 내가 차에 치였고, 여긴 병원이고 수술실인거다.

"으악!!"

얼굴에는 산소마스크가 씌워져 있어서 인지 내 귀에 들리는 내 목소리가 둔탁했다. 내 소리를 들었는지, 아니면 내가 움직여서 인지 옆에 있던 사람들이 나를 억눌렀다. 잠시 후 나는 또 다시 정신이 아득히 멀어지는 걸 느꼈다.

눈을 떴을 땐 그나마 익숙한 평범한 형광등이 천장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손발을 약간 움직였을 뿐인데, 고통이 엄습해왔다. 너무 아파서인지 말도 나오질 않았다. 잠시 숨을 고르며 답답하게 코와 입을 둘러싼 마스크에 익숙해졌다. 눈을 돌려 좌우를 살펴보니 누워 있는 침대 주위로 하얀 커튼이 쳐져있고, 오른쪽에는 창문이 있는지 약하게 햇빛이 들어오는 듯 했다. 고개를 약간 돌렸을 뿐인데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거 같은 고통이 전신을 강타했다. 아니 이미 죽어가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렇게 생각하니 뭔가 억울했다. 아직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이 있다. 아니, 나로 인해, 나를 위해 목숨을 잃어간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나는 여기서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

이제야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는 듯 여러 가지 생각났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사실이 떠올랐다. 딴 사람도 아니라 내가 자동차 사고로 죽을 지경이 됐다는 거다. 분명히 자동 방어모드로 실드가 펼쳐졌을 텐데, 고장인가? 하필이면 이런 타이밍 좋게?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여긴 아무리 봐도 일반 병원이었다. 절대 내가 알고 있는 기지의 병동이 아니었다. 기지 병동이면 일반 병원에서 쓰는 구닥다리 의료 장비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는다. 10년도 더 전에 내가 학교 뒤 야산에서 그 아저씨를 만났을 때부터 내가 자동차 따위에 상처하나 입지 않을 능력과 상상도 못할 오버테크날로지의 집합체를 손에 넣었다. 힘겹게 손을 들어 보니 양손에 능력을 쓸 때 생기는 푸르스름한 빛이 나고 있었다.'양손? 평소엔 아무리 해도 왼손에만 빛이 나고 있었는데, 죽을 고비를 넘으면서 드디어 양손에서 빛이 나는 건가? 아니면 마지막 사라지기 전의 초신성처럼 남은 모든 힘을 방출하는 건가?'문이 열리면서 의료진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들어왔다. 간호사로 보이는 사람이 커튼을 젖히자 커튼 너머는 커다란 유리창이 있었고, 그 너머에는 유일한 형제인 형이 지켜보고 있었다. 아마 내가 손을 들어서 보고 있으니 형이 사람들을 불러서 들어온 듯하다. 내가 상체를 일으키려 하니 간호사가 다가와서 침대를 조절해서 상체를 들어 올려줬다. 그걸 바라보는 의료진들은 뭔가 자기들끼리 조용히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 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의사가 입을 열었다.

"상태는 어떤 거 같으세요?"

"……."

나는 여전히 움직일 때 마다 아픈 손으로 얼굴에 씌워진 마스크를 벗었다. 그걸 보던 간호사가 말리려 했으나 의사가 손으로 저지했다.

"움직일 때……. 마다 죽을 거 같이 아파요."

말을 할 때도 고통이 몸 이곳저곳을 들쑤셨다.

"환자분은 좌측늑골 골절 및 ……."

나이 많아 보이는 의사 옆에 서있던 안경을 쓴 젊은 의사가 뭔가 많은걸 말했지만, 저게 정녕 내가 알고 있던 한국말인지 의심스러울 만큼 알아듣기 어려운 말을 쏟아냈다.

"간단히 말해서 살아 있는 게 신기할 정도의 중상을 입으셨습니다."

안 그래도 사지가 성하지 않는 내가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나이 많은 의사가 간단명료하게 말해줬다.'그럼 난 마지막 보루인 자가 보호 기능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는 건가.'나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능력을 발하고 있는 증거로 푸르스름하게 빛나고 있는 양손을 바라보았다.

"그 손에 대해서 묻고 싶은 게 있다네."

나는 나이 많은 의사의 물음에 대답 대신 뚫어져라 얼굴을 쳐다봤다. 머리는 희끗희끗 흰머리가 나이를 나타내는 듯이 많아서 얼핏 보면 회색으로 착각할 정도로 나있었다.

"그럼 사람을 물러주세요. 그리고……."

잠시 후 여러 가지 의료기기 들이 설치되어있는 방안에는 침대에 있는 나와 나를 둘러싸듯이 서있는 나이 많은 의사, 하나 뿐인 형, 이번 교통사고를 담당하는 경찰관. 현재 가장 중요한 인물이며, 언제부터인지 내 모든 고민을 들어주며 항상 내편에서 지원해주는 가디언 No.7의 서포트 안드로이드 캐넌이 서있었다. 나는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는 현 지구 통합 방위 회사 Earth Integrated Defense corporation 줄여서 EID Crop. 사장이자 총사령관인 이지훈 입니다."

다들 놀라는 눈치이다. 특히 형이.

"야. 그게 무슨 소리야?"

"하지만 사실인걸."

"……"

형은 최대한 아무렇지 않아보이게 지은 내 담담한 표정을 보고서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나는 과거 어느 사람에게서 한 가지 능력을 받았습니다."

좀 전부터 빛이 강해지고 있는 손을 들어보였다.

"지금은 아무래도 이 능력으로 마지막 꺼져가는 목숨을 유지하는 듯합니다."

최대한 아프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지만 손을 들 때 신경을 강타하는 고통은 역시나 참기 힘들었는지 나도 모르게 이마에서 땀이 흘러 환자복 위로 떨어지는 걸 느꼈다.

"캐널. 지금 바로 청와대 핫라인으로 연락해서 플랜 R로 이행. 모든 정권은 다음 후계자에게 이향 하고……"

“이미 진행 중입니다.”

내가 말하는 것도 힘들어 하는걸 알았는지 말을 끊고 자기할 말을 한다. 역시 재수 없다니까. 하지만 이번만큼은 감사한다. 그럴 정도로 내 몸이, 목숨이 꺼져가고 있는 상황이니……

“이 나라의 정부. 청와대의 보좌관에게 연결되는 직통 번호입니다. 이곳으로 연락해서 확인 요청 부탁드립니다.”

캐널은 옆에 서있던 경찰관에게 번호가 적힌 쪽지를 적어 건네 보였다.

경찰관은 의심쩍은 눈빛으로 캐널이 건네준 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잠시 통화를 하다가 캐널에게 전화를 건네주었다.

“네. 연락드린 데로 총사령관의 생명이 위독하여 플랜을 변경합니다. 네. 지금 취한 연락은 주위 여러분에게 확인을 시켜드리기 위함이고요. 네.”

캐널이 전화를 끊고 경찰관에게 전화를 돌려주었다.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 바로 병원으로 연락이 올 겁니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 여기 기기들 다 꺼주세요."

"하지만……"

내가 점점 빛이 강해지는 손을 들고 있으니, 나이 많은 의사는 마지못해 기계들을 차례로 끄기 시작했다. 기계가 꺼지면서 경고음이 들리더니 문 밖에서 사람들 발소리가 들리자 의사는 문 밖에 달려온 의료진을 돌려보냈다. 그러는 사이 병원 직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숨을 몰아 쉴 정도로 뛰어와 의사에게 말을 전해주고서는 병실 안을 한번 보더니 시야에서 사라졌다.

"지금 대통령이 오신다고 하는군요."

의사가 전해준 말에 모여 있던 형과 경찰관은 얼빠진 표정이었다. 이거 사진 찍어놓으면 재미있는 사진일 듯하지만, 사고로 핸드폰도 박살이 나서 아쉽게도 지금 나는 그 어떤 사진을 찍을 기기가 없었다.

"훗."

내 생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는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실소가 나왔다.

"나는 이 능력 말고도 오버테크날로지로 가득한 어느 기관도 물려받았습니다. 그걸 이용해서 국가 간 분쟁 및 대규모 테러를 미연에 방지하기위한 기업을 만들어서 국가들을 상대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잠깐. 그렇다면 지금 세상에서 일어나는 테러나 분쟁이 줄어들어야 하잖아. 하지만, 여전히 세상 여러 나라에서 분쟁이나 테러는 줄어들지 않고 있잖아.”

“헤에. 일개 경찰관이면서 세상사에 대해서 많은 걱정을 하고 계시는군요.”

심상치 않은 눈초리로 경찰관은 나를 노려봤다.

“우리 회사가 관리하는 국가들에 한해서는 테러 위협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은? 너희 회사가 관리 하지 않는 다른 나라들은?”

“그거에 대해선 제가 말씀드리죠.”

가만히 지켜보던 캐널이 더 이상 보고 있지 못한 듯 끼어들었다.

“우리는 기업입니다. 목적을 위해 돈을 받고 일하는 사업입니다. 이점을 명시해 주셨으면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테러가 일어날 징조를 가만히 묵인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분명히 그 국가에 대해서 경고를 해주죠. 일예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강대국들은 우리 회사에 가입을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의 국가는 자신들의 힘으로 지킨다는 그런 의지였겠죠. 우리는 그런 속칭 강대국이라는 미 가입국에 대해서도 테러의 위험이 감지되면 경고 해줬지만, 무시당했고 그 나라는 결국 테러로 인해 수많은 자국민의 희생이 있고나서야 비로써 우리의 안전관리를 받아들이고 가입을 했습니다.”

경찰관은 뭔가 항변할 말을 찾는 듯 했으나, 캐널이 못을 박았다.

“이제 됐습니다. 경찰관께서는 돌아가 주세요.”

“하지만 나는 이번 사고의 조사관으로써……”

“이제 더 이상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당신이 알 권한은 없습니다.”

끝까지 있으려고 항변하는 경찰관에게 캐널이 단호하게 말하며 쫓아냈다. 굳이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싶은 정도로……

경찰관은 나름 항변을 해봤으나 캐널이 묵묵히 힘으로 병실 밖으로 밀어내고 문을 잠갔다.

“마스터. 이제 시작하시죠.”

“그래. 시간이…… 쿨럭.”

푸르스름한 빛을 발하고 있는 내 손에는 검붉은 색 피가 흘러내렸다.

“지훈아!”

의사와 형이 다가오는 걸 캐널이 손으로 막아섰다.

“마스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형을 바라봤다.

“형. 이제 내게 주어진 시간이 없어.”

“그게 무슨 소리야! 무슨 오버테크날로지 어쩌고 기관도 있다면서. 거기 기술로 어떻게……”

형은 내 얼굴을 보더니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아마 지금 내 얼굴을 보니 가망이 없다는 걸 느낀 듯하다. 나는 최대한 고통을 참으며 피가 묻지 않은 오른손을 내밀었다. 형은 말없이 내민 손을 잡았다.

“난 가디언. No.7 이게 내가 물려받은 이름이야. 이걸 이제 형한테 줄게.”

“뭐? 그딴건 필요 없으니까.”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 이 힘을 주는 건 아마 형한테도 나와 같은 저주를 넘겨주는 걸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 인류는 유래 없는 외부 위험에 의해 존망을 시험받고 있어. 이 위기를 넘기 위해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내가 못 다한 일을 형한테 부탁할게.”

시력 하나만은 항상 좋았고 장점이었지만, 지금은 점점 흐릿해져 가고 있다.

“캐널 부탁할게.”

“위급 상황에 의한 가상 전이 시스템 가동. 매뉴얼에 따라 안정성 확인을 위한 시퀀스 1~33 까지 무시. 가디언 전이 시스템 작동.”

옆에서 캐널이 진행절차에 따른 확인을 복창하는 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극심한 통증과 잡고 있는 손에서 느껴지는 형의 체온만이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걸 느끼게 해줄 뿐이다.

주위의 소리가 점점 적어지면서 몸에서 힘이 빠져 나가는걸 느낀다.

저 멀리 나와 뜻을 같이 했던 가디언 동료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게 주마등인가?’

마지막 까지 나를 믿어 주었던 N0.1 에밀리, 어릴 적부터 철없이 같이 자라서 이때까지 서로의 뒤를 받쳐주던 친구들. 언제나 말썽만 일으키던 나 때문에 속 많이 상하셨을 부모님. 이제 초등학교 들어간 조카 하은이와 예은이. 그리고 10년 동안 나를 이끌어주고 받쳐준 캐널.

“캐널. 미안하다 너한테 나까지 짊어지게 하는구나.”

어느 겨울의 끝자락에 있는 3월. ‘나’는 죽었다.

[아…… 언제 봐도 참 애틋하네.]

[어이 소년. 또 네 죽는 모습 보고 있었냐?]

[아저씨 가끔은 나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게 내버려두세요.]

툭.

[걱정마라. 언젠가 싫어도 너만의 시간을 즐기게 될 테니까.]

어쩐 일인지 아저씨가 옆으로 누워서 과거 회상비전을 보고 있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폼을 잡고 말을 하고 있다.

[지금 멋있는 줄 알고 하는 말이라면, 하나도 멋없어요.]

[짜식. 가끔은 나한테도 맞춰줘라.]

[흥. 됐어요.]

[그래도 이 헤르메스에는 너랑 나 둘뿐이잖아. 이 세상 단 둘이 남은 상대한테 너무 쌀쌀맞은 거 아니야?]

그렇다. 나는 가디언을 형에게 넘겨준 후 죽으면서 평소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고철덩어리 헤르메스 안에 기억과 인격이 복사되어 할 일 없이 바깥세상을 보거나 과거 회상을 보면서 지내고 있다. 더 이상 죽지도 못하고 사라지지도 못하는 데이터만으로 구축된 정체불명의 존재로써 남은 이들의 삶을 그저 지켜보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이것이 내가 많은 사람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덧없이 죽어간 사람들에게 바치는 속죄인가.

[뭘 그리 열심히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고 있어.]

[아. 아저씨! 또 맘대로 남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아저씨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내 머리 위를 가리켰다.

내 머리 위에는 조금 전 내가 생각 했던 것들이 한 글자 빠짐없이 적혀있었다.

[아우! 뭐야 이 만화책 같은 시추에이션은!!!]

[아직도 수행이 부족하다 소년. 여기 들어온 지도 시간이 꽤 지났는데 속마음도 숨기지를 못하는구나. 겨우 그거 때문에 금세 얼굴이 빨개지기도 하고. 하하하]

‘넌 너무 표정에 감정이 들어나. 조금 더 감정을 감추는 방법을 연습해봐.’

이제 와서 영일이의 조언이 생각나다니. 역시 영일이도 나를 소중한 친구로 생각했던 건가.

[훗. 예전에도 친구한테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이 있죠. 전 그런 쪽에 소질이 없나봐요.]

[뭐 알면 됐어.]

아저씨는 내 머리를 한번 툭 치더니 뒤돌아서 멀리 떨어져서 뭔가를 보기 시작했다. 아마 자기 취향의 여학생들을 또 훔쳐보고 있겠지.

‘입체 렌더링 투시 시스템.’

테러조직의 거점 및 계획을 염탐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이지만, 여기서 저렇게 악용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뭐, 죽어서 이런 처지에 놓이고 전대 No.7이 저런 변태 취향일 줄은 몰랐으니 당연한 건가.

[너무 욕하지 마라. 너도 10년 넘게 여기 처박혀 있으면 나같이 될 거야. 큭큭큭.]

[절대. 결코. 무슨 일이 있어도. 아저씨처럼 되지 않을 겁니다.]

[그래 열심히 노력해봐. 그래봤자 아무도 알아주지도 못하지만. 크크크.]

Sequence. 1

나는 이지훈.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해 존재하는 시스템. 13명의 가디언. 그중 한명인 No.7

……이었다. 인류의 2/3 이상의 갑작스런 소실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그 어떤 행동에도 제한이 없는 힘을 구사 가능한 최소한의 인류만 생존 시키라는 명을 받은 인류를 초월한 존재. 이런 말도 안 되는 힘을 사용하여 많은 사람을 죽이고 나중에는 내 이상만을 내세워 더 많은 희생을 강요해서 친구와 동료들을 사지로 내몰았다. 이런 나라서 지금 이렇게 죽지도 소멸도 못하는 존재로 남아서 벌을 받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에 더욱더 남은 사람들의 지켜봐주고 싶은 마음도 든다. 이제 비정기적으로 과거 잘못된 점을 돌아보며 기록으로 남기려한다. 누군가 보지 않아도 좋다. 지금의 내가 나로써 과거를 마주보는 방식이 될 뿐이니까.

[이곳에……]

[깜짝이야!! 아저씨!! 놀랐잖아요.]

[여기 너랑 나 말고 누가 또 있다고 놀라고 그러냐. 아직도 수행이 부족하다 소년.]

[쳇. 자기는 맨날 수행이 부족하다 타령이면서.]

[그럼 비전력이 부족하다. 라고 해주련?]

[그건 또 뭐에요? 비전력은……]

[요즘 인터넷에 있더라고, 비전력이 부조카당. 이러면서.]

[몰라요. 그런 거. 그것보다 그만 훔쳐보지 그래요?]

아저씨는 내가 쓴 기록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아. 훔쳐보는 거 아니야. 그냥 대놓고 보는 거야.]

[어휴.]

[그나저나 너 여기 온지 이제 7일째지?]

[네.]

[이곳에 와서 이렇게 빨리 자기 성찰을 한건 네가 처음일지도 모르겠다.]

[……네!? 그럼 저 말고도 이런 자기반성을 한 사람들이 있단 말이에요? 아니 것보다 여기 아저씨랑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이 있었어요?]

아저씨는 ‘너 뭐냐?’ 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너 설마 여기 왔던 게 너랑 나 둘뿐인 줄 알고 있었냐?]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아하하하하. 이거 걸작이구만. 그럼 너랑 나랑 둘이 특별해서 여기 와서 이렇게 죽치고 있는 줄 안거야?? 하하하하.]

아저씨는 ‘아이고 내 배야’ 하면서 배를 잡고 바닥에 뒹굴면서 웃고 있었다.

[아니면 아니라고 확실히 말해주면 될 걸가지고 뭘 그렇게 웃어요.]

[아. 미안. 조금만 더 웃고. 하하하하하.]

[쳇. 하여간 재수 없다니까.]

그렇게 한참을 웃던 아저씨는 어느 정도 진정이 되고나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여기가 어디지?]

[한참을 웃고나 서 하는 말이 그건가요?]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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