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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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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위더신즈
글쓴이: 돈카쮸
작성일: 12-07-30 18:06 조회: 2,214 추천: 0 비추천: 0

오늘도 아침부터 벌이고 있는 기상심리전.

격투게임에서 일어날까? 말까? 한다는 수준이 아니다.

온몸이 쑤시고 밤에 마신 맥주의 취기가 머릿속에 찌든 때 마냥 늘어붙어 있어서 어지럽다.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눈감고 뉴스나 들으려는 생각에 TV를 켰다.

“다음 소식입니다. 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던 7등급 발화 공무원 A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 A씨가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결론 내렸으나 유족들은 A씨의 죽음은 타살이라며 이를 강력하게 반박하고 있습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능력자 공무원이라. 정말 부럽다.

능력자를 양성하는 능력자 양성기관에서 제대로 훈련을 받은 소질 있는 사람은 대부분 공무원이 된다고 한다.

하는 일이라고 해봐야 보통 천연자원을 대신하는 일이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좀 불공평한 것 같다.

누구는 벌어 먹고살기 위해 공사장에서 죽어라 일하는데, 능력자들은 가만히 앉아서 불만 쬐어주면 돈을 준다니까 말이다.

나도 평범하지는 않지만

[딩동]

나의 명상을 깨트리는 초인종 소리가 울려 퍼진다.

없는척해야지. 그래야지. 한 다섯 번쯤 울리면 그냥 가겠지?

[딩동.딩동.]

눈을 살짝 뜨고 이불 옆의 핸드폰을 켜 시계를 보니 고작 7시다.

[딩동.딩동.딩동]

택배 아저씨는 아닐 거다. 그렇다면 항상 오는 그 귀찮은 포교쟁이겠지.

[딩동.딩동.딩동.딩동]

. 머리 아프다. 초인종 소리가 뇌를 후벼 판다. 나 아직 숙취 중이라고! 게다가 한 시간 뒤에는 일까지 가야 한다고!

[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길래 아침부터 나의 귀중한 수면시간을 뺏어가려나 싶어서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운다.

[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

현관으로 가는 도중 벽에 걸린 거울로 내 얼굴을 본다. 그래. 키도 웬만한 사람보다는 훨씬 크고 얼굴도 험악하게 생겼으니 인상 한 번 쓰면 그대로 도망가겠지. 그럼!

자신감을 가지고 현관으로 걸어간다.

[딩동.딩동.딩동.딩동.디디디디디디디디디디디디디디디디디디딩]

“뉘신지?

문을 열고 인상을 최대한 쓰며 앞을 본다.

아무도 없다.

“아. 뭐냐. 아침부터 벨 누르고 튀기냐? 아. 짜증 나는구만.

“여기야!

혼자 중얼거리는데 여자애 목소리가 들린다.

주변을 둘러봐도 일직선 복도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여기! 여기!

시선을 내리니 내 허리춤에나 올 법한 여자애가 화를 내며 폴짝폴짝 뛰고 있다.

노란 머리를 뒤로 깔끔하게 묶어 올렸다. 어디선가 빛이 비추더니 이마가 반짝하고 빛났다.

푸른색의 큰 눈에 코와 입술이 작아서 소꿉놀이 장난감 세트같이 아기자기한 느낌이 들었다.

하얀 남방셔츠 위에 검은색 카디건을 걸치고 연노랑 치마에 하얀 루즈삭스를 신은 그 모습은 TV 속 아동복 모델을 연상케 했다.

그런데 방방 뛰면서 신고 있는 갈색 구두로 땅을 박차는걸 보니 성질머리는 더럽나 보다.

“아아. 이 세계에 소란스러움이 가득해…”

이럴 때는 대충 얼버무려야겠지.

“방에 들어가게 해주세요!

“네가 날 부른 거니?

“네! 방에 들어가게 해주세요!

“그래도 곤란하네. 줄 게 없는데.

“방에 들어가게 해주세요!

“음. 그렇지! 112에 가출 아동 신고라도 할까?

“방에 들어가게 해주세요!!!! 이 자식아!!!

순간, 꼬마의 알감자 같은 앙증맞은 주먹이 나의 소중하고 소중한 부위를 강타한다.

에이 뭐야 별로 아프진 않네?

하지만.

고통은 서서히, 하지만 확실하게 내 의식을 좀먹었다.

“으으. 아아아아.

무너져 내린다. 숨이 막힌다. 죽는다. 죽는다.

정말로 죽는다--------

“오버하지 말고! 들어간다!

여자애는 무너진 나를 발로 걷어차고 방 안으로 들어간다.

아프다. 얼마나 아프냐면 나의 고통을 끝내줘! 라면서 부들부들 떠는 미라의 심정을 알 것 같이 아프다.

요새 애들 무섭다.

*

“꼬마야. 다짜고짜 내 방에 쳐들어온 이유나 들어보자? 응? 아저씨 생긴 걸 보렴. 무섭지 않니? 험악하지 않니? 금방 덮쳐버릴지도 몰라? 아저씨는 색마라고?

“민서주. 나이 22세. 동정. 이라고 적혀있네요.

이 녀석은 카디건 속에서 종이 하나를 꺼내더니 팔랑거리며 해맑게 웃는다.

“됐어! 내버려 둬! 내가 동정이건 말건!! 아무튼 용건이 뭐니 꼬마야?

“아까부터 꼬마 꼬마 거리는데 너하고 나는 고작해야 한 살 밖에 차이 안 난다? 게다가 내가 연상이다! 이 재활용 불가능한 타지 않는 쓰레기 같은 동정아!

가만히 꼬마를 노려본다.

스물셋? 금방이라도 사랑과 용기와 희망을 외치며 마법 소녀로 변신하여 못 된 악당을 혼낼 것 같은 이 외모가?

그렇다고는 쳐도 말하는걸 보면 싸우다가 머리를 먹히는 이야기의 마법 소녀 같지만.

“그래요. 알겠습니다. 누님. 이제 슬슬 용건을 말해주시죠? 제 아침을 박살 낸 이유는?

이제 지친다. 그냥 대충 페이스에 맞춰주고 뭐 하러 온 건지 들어봐야지.

“음. 그래. 말 놓을게? 좋아. 네가 필요해.

“저는 어린아이의 몸에는 관심이 없는데요? 쿠헥!!

정강이를 걷어차다니! 게다가 강해! 어린애 주제에 킥력이 얄라이뽕따이!!

“갑자기 이렇게 말하면 헷갈리려나?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네 힘이 필요하다 이 말이야.

“이보슈. 저는 능력 같은 건 없어요. 능력자 고교에 많잖아요? 뭐에 쓰려고 해도 그쪽 애들이 좋다고요?

이 사람은 아무래도 능력자 헤드헌터인 것 같다. 가끔 있다. 범죄조직에서 안 좋은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우수한 능력자 인재를 스카우트 하려는 게.

나와 이름이 비슷한 사람을 잘못 찾아 온 거겠지.

“그런 사람을 찾는 게 아냐. 너 같은…”

설마

[마법사]들을 찾고 있는 거지. 안 그래? 풍(風) 술사 가문의 마지막 후계자 민서주?

“어디까지 알고 있죠?

“너에 대해서 전부. 우리 조직엔 네가 필요하거든. 협조하면 네가 얻을 수 있는 것도 그리 적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얻는 것?

“민형일이 어디 있는지 알고 싶지 않아?

그 이름을 듣자 시야가 일그러졌다.

지금도 생생하다.

[뭐야? 나는 이런 것 때문에 태어난 건가?]

나의 동생 민형일은 그렇게 말하며 ‘그림자’로 나의 온몸을 쑤셔놓았다.

그 이후 3개월 동안 혼수상태에서 사경을 헤매기도 했고.

“야. 정신 차려! 야!

새카만 기억이 걷히더니 방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던 소녀가 나의 어깨를 붙잡고 거세게 흔들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 정신이 약해 빠졌어? 네 동생이 위더신즈라는건 알고 있는 거야?

“위더…신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몰라? 디스코디아는?

“잠깐! 디스코디아니 위더신즈니 도대체 뭐에요?

그녀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하나도 몰라? 단 하나도?

“네.

한숨을 깊게 내쉬면서 그녀는 이마에 손을 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 쉽고 간단하게 설명할게? 난 길게 이야기하는 건 질색이니까. 디스코디아는 혼돈을 숭배하는 종교집단.

대충 그렇게 알아들어. 중요한 건 위더신즈야. 이 세계는 정상적인 방향이 있어. 예를 들어보자.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 여름엔 덥다. 때리면 아프다. 이런 게 정상적인 방향. 디오실 이지. 반면 역방향도 존재해. 이 경우에는 역방향에 대한 세계의 피드백이 돌아오지. 예를 들어볼까? 여름에도 시원하다. 에어컨은 역방향의 장치야. 그렇기에 환경적인 문제가 피드백으로 돌아오고 있지. 그런 이유로 네 동생도 원래는 죽어야 할 환자였어. 하지만 역방향의 의식으로 그의 생명을 되돌려 놓았지. 그 결과 돌아온 피드백은 뭐 네가 몸소 체험했으니 잘 알겠지.

인격이 뒤바뀌었다고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상황.

형일이는 많이 아팠지만 나에게 큰소리 친 적도 없고 오히려 매일 자신의 병원비를 벌러 공사현장에 나가는 나를 걱정해주던 착한 아이였다.

이걸 그 피드백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설명은 여기까지. 이제 의견을 묻고 싶은데? 우리 조직에서 일을 도와줘. 네 동생이 있는 조직을 쫓는 게 우리의 목적이니까. 너한테도 상당히 도움이 될 텐데. 어때?

형일이의 얼굴을 떠올린다. 아프지만 긍정적이고 해맑게 웃던 그 얼굴이 일그러진 얼굴로 변해간다. 죽음의 향기가 느껴지는 백발과 핏빛 눈을 번뜩이는 그 얼굴.

“되찾고 싶어요.

“이제야 사내새끼 답구만! 아.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현장일 관둬. 우리 조직에서 일하면 돈은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줄 거니까.

소녀는 일어나서 나에게 손을 척 내밀었다.

“잘 부탁한다. 나는 네 상관인 마리아다. 황금새벽회 내의 푸른바람팀 직속이지!

*

“내일 오후 2시까지 서부연립주택 보일러실로 와라! 늦으면 위더신즈대신 너를 죽여주지. 큭큭큭. 마침 오늘 밤은 보름달이 떴다고?

라고 그 쥐방울만한 아가씨는 말했다.

그녀가 말해준 장소에 가기 전에 일을 그만둬야 한다고 작업반장님께 말하러 현장에 들렀다.

작업반장님은 모난 감자처럼 울퉁불퉁하게 생기신 분이지만 마음씨는 찐 감자처럼 부드러우셔서 행방불명된 동생을 찾기 위해 일을 그만둔다고 하니 지갑에서 10만 원권 수표를 두 장이나 주셨다.

한사코 거절하려고 해도 주머니에 쑤셔 넣으시며 어깨를 두드리시기에 얌전히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일이 잘 풀리면 반장님 댁에 홍삼액기스라도 한 박스 사드려야지.

10월의 하늘은 참 맑고 높았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가을 같지도 않게 덥더니 이제는 가벼운 외투라도 걸치지 않으면 금방 감기가 들 정도로 쌀쌀해지고 있다.

아마 이것도 오존층이니 뭐니 환경에 관한 문제 때문이겠지.

[그런 것도 다 역방향이야.]

생각해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다.

갑자기 방에 쳐들어와서, 로우킥을 때리고 헛소리를 늘어놓더니 다짜고짜 동생을 찾으려는 나의 목적과 자신들의 목적이 같으니 협력하라고 그 건방진 꼬맹이는 말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길거리는 매우 한적했다.

인근이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낀 번화가임에도 이 시간대에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보니 이제 막 1시 40분이 지난 참이었다.

서부연립주택이라면 확실히 내가 거주하고 있는 원룸촌에서 10분 정도만 걸어도 금방 도착하니까 충분히 여유는 있다.

이제 막 내가 거주하는 원룸촌을 지났으니 10분은 일찍 도착할 수 있겠다.

그래. 사람끼리의 약속은 10분 정도는 일찍 나가는 게 매너라고들 하니까.

서부연립주택까지 가는 길은 그렇게 먼 것은 아니다. 다만 경사가 매우 가파른 언덕 하나가 떡 하니 버티고 있어서 시간이 좀 오래 걸릴 뿐이다.

주변은 대학로니 뭐니 해서 번쩍거리는 건물들이 죽 늘어서 있는데 어째 조금만 뒤로 들어가면 이렇게 가파른 언덕에 몇십 년 된 연립주택같은게 있는지도 참 요상하다.

“아아. 싫다.

드디어 스키장의 상급자용 코스만큼 거친 경사를 자랑하는 언덕에 도착했다.

한 걸음씩 천천히 걷는다. 그래도 바람이 깨끗하고 시원해서 이렇게 천천히 걸으면 땀이 나오자마자 마르고 해서 상당히 상쾌한 기분이 된다.

다시 하늘을 보며 걷는다.

구름 한 점 없는 깨끗한 하늘이다. 마치 하늘색 텍스쳐를 입혀놓은 것 같다.

드디어 서부연립주택의 앞에 도착했다.

내가 알던 것과 마찬가지로 건물이 너무 오래돼서 붕괴 위험이 있어서 출입을 막아놓은 상태였다. 경비실도 자물쇠로 잠겨있고 여기저기 거미줄이 늘어져 있다.

입구에 [진입 금지]라는 팻말을 걸어놓은 쇠사슬을 넘어서 지하 보일러실로 이어지는 계단을 타고 내려간다.

쇠 냄새, 먼지 냄새, 물비린내

엄청나구나. 오랫동안 방치된 아파트라는 건.

보일러실은 틀림없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어둠에 주황색 전구 하나 켜져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문을 열었다.

“계세요? 어제 그 마리아 씨하고 이야기했던 사람인데요~ 저기요~? 헉.

문을 열자 내가 예상했던 대형 보일러 기계 틈새의 오렌지 조명 같은 건 없었다.

보일러 기계는 어디로 치웠는지 엄청나게 넓은 공간이 있었다.

보일러실 전체는 새하얀 페인트를 발라서 눈이 아플 정도다.

조명도 그 유명한 형광등 회사의 것이다.

방 한가운데에 원목의 직선형 테이블이 있었고 그 뒤쪽엔 작은 사무용 책상이 있었다. 그곳엔 노트북을 두들기고 있는 한 명의 여성이 있었다.

“아. 당신이 민서주?

“네. 일단은 그렇게 되는데요?

“못생겼군요.

“그렇군요.

무례하다. 못 생긴 건 맞는데 초면에 대놓고 말하다니. 내 주변의 여자들은 어째서 다 이런 타입인지 모르겠다.

국희도 그렇고! 지선이 누나도 그렇고! 맨날 못생겼다고만 해!

할 말은 해야지.

“저기요.

“네?

“이렇게 생겼어도 일단은 속에 든 영혼은 굉장히 여려서 상처를 잘 받는데요.

“그게 제 알 바에요?

“아니죠…”

“그럼 거기 앉으세요.

세다!! 엄청나게 세다!!

여성은 책상에서 일어났고 그제야 그녀의 모습이 제대로 보였다.

긴 머리카락을 말아 올려서 핀으로 고정하고 커다란 뿔테안경을 썼다.

거기에 흰 스웨터와 청바지를 입고 갈색 숄을 걸친 꼴이 마치

“혹시 방구석 폐인?

“그게 당신 알 바에요?

“아니죠…”

분명히 당황했다. 쫙 찢어진 눈이 잠깐동안 흔들리는걸 포착했다.

어제 봤던 그 소녀처럼 눈동자 색이 파랗거나 하지 않고 검은걸 봐서는 일단 동양권 사람인듯하고, 같이 일할 사람인 것 같으니 좀 친해져야겠다.

“저기 죄송한데 성함이?

“임태은.

“아. 네. 감사합니다. 헤헤헤.

그리고 그녀는 사무적인 용무를 해치우겠다는 듯 자신의 책상 위의 서류를 하나 들고 와 내 앞에 휙 던졌다.

그냥 사교성이 없는지 아니면 나한테만 이렇게 싸가지 없게 구는지.

서류를 보니

“저기요. 임태은씨?

“뭐죠?

“전부 영어인데요?

“그거야 황금새벽회의 본부는 미국에 있으니까요.

“저는 영어를 모르는데요?

“그게 제 알 바에요?

“그건 아니죠.

“칫. 머리에 든 게 없네.

“네?

“아무것도 아닙니다.

너무하다. 너무해! 태어나서 이렇게까지 바보 취급을 당한 건 어제 오늘이 처음인 것 같아!

그녀는 내 맞은편으로 가서 의자를 하나 꺼내서 앉더니 내 손에서 서류를 휙 뺏었다.

“자. 그럼 멍청한 서주씨를 위해 제가 임무내용을 소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알면 됐어요.

부들부들. 주먹이 떨린다. 이 험악한 얼굴로 한 번 노려봐줘야 하나!?

그리고 그녀를 노려보는데 그녀는 여전히 서류를 읽으면서 손가락으로 가끔 몇 군데를 짚는다. 가만히 보니 꽤 미인형인 것 같은데

피부는 맨날 방구석에 처박혀서 그런지 창백할 정도로 하얗고 눈썹이 진해서 살짝 찢어진 눈매를 안경과 함께 잘 누그러트려 주는 면이라던가

“제가 좀 예쁘죠?

“네?

“아무것도 아닙니다.

뭐라고 웅얼거리더니 그녀는 서류를 뒤집고 주머니에서 연필을 꺼내더니 열심히 글을 썼다.

그녀가 다 써서 나에게 내민 글을 읽어보니

1. 매일 밤 마리아와 페어를 이루어 살인사건 현장 주변을 순찰할 것.

2. 디스코디아와 관련된 단서를 발견할 시 즉각 보고 할 것.

3. WCS와 얽힐 경우 교전을 피하고 신속히 이탈 할 것.

4. 현지기관이 협조를 요구할 경우 적정선에서 협조 할 것.

이렇게 쓰여 있었다.

“저기요. 태은씨?

“뭐죠?

WCS가 뭐죠?

처음 들어본다. WCW라던가 WWE라던가 TNA라던가 이런 건 꽤 들어봤는데 말이야.

“아는 게 정말로 없군요. 좋아요. World Crime Syndicate. 세계 범죄연합입니다.

범죄연합? 말도 안돼! 그런 게 정말 있다고?

“처음 들어보시겠죠. 그 들은 매우 위험합니다. 능력자들을 스카우트 해가는 범죄조직들 역시 WCS 소속 패밀리에 불과한 것들이죠. 능력자들이 조직원인 경우도 꽤 있지만, 대부분은 능력이 없는 일반인으로 구성되어있죠. 그렇기 때문에 싸움 방식이란 게 없어요. 이 들도 위더신즈를 쫓기 때문에 틀림없이 마주칠 겁니다. 최대한 마찰을 피하고 이탈 하는 게 답이죠.

“마법사면 일반인 정도는 충분히 제압하지 않을까요? 하물며 한국에서면…”

“총이 없을 것이다? 정말 멍청하시네요. 범죄조직이 그런 룰에 속박된다고 생각해요?

“윽…”

그러고 보니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총은 영화 속에서나 등장하는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가끔 총기 밀매로 누가 잡혔다더라~ 하는 뉴스도 들리기도 하고 말이야.

“더 궁금하신건?

“일은 언제부터 하죠?

“오늘 밤입니다. 마리아는 어제 순찰을 돌고 와서 수면실에 뻗어있어요. 이따가 밤 10시에 이곳으로 다시 오세요.

그렇군. 그렇다면 이제 내가 제일 궁금해 하던걸..

“저기 하나만 더요.

“네.

“급여일은 헤헤헤 언제죠? 헤헤.

“매달 10일입니다. 아아. 꼭 아르바이트생 같은 질문을 하다니…”

*

춥다. 아침에는 그렇게나 날씨가 좋더니 밤이 되니까 슬슬 입김이 보이려고 한다.

“하아아아아아~~ 콰하아아아~

괜히 입김을 만들어보려고 입을 오므려서 가래 끓는 소리까지 내가며 집중한다.

“저기…”

“콰하아아아아아아~~

“야.

“콰하아아아 헉!

그 꼬맹이가 지긋이 나를 노려보고 있다. 이런. 이런걸 들키면 생각보다 부끄럽구나.

그녀는 저번과는 달리 빨간색의 발목까지 내려오는 코트에 검은색 구두를 신었다.

게다가 머리 위에는 시베리안 허스키 모양의 캐릭터 모자를 뒤집어쓰고 있고.

“마리아 선배! 패션 감각이 최고네요!

“얼버무리는 스킬 하나는 A급이구나.

“그냥 넘어가 줘요. 아무튼 어디부터 가죠?

“이 주변을 순찰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될 것 같은데?

“네?

이 주변이라고? 뭐냐 일상에서 막 비 일상으로 넘어가려는 찰나에 그건 좀 시시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평화로운 동네에 무슨 사건이 있다고.

“너 너무 안일하게 생각 하는 거 아냐?

“그건 또 무슨 소리에요? 이 동네는 사건이 없어서 심심할 지경인 동네라고요. 그런 동네를 순찰해서 나오는 게 또 뭔데요?

“이 재미없을 것 같은 마을에 굳이 지부를 설치한 이유가 뭘까? 이렇게 철거 직전인 아파트를 통째로 구매해서라도 말이야.

“단순히 그 독설 하는 곰팡이 같은 아줌마 취향 아니에요?

“윽. 너 그 말 절대로 태은이 앞에서는 하지 말아라.

“뭐. 당신처럼 로우킥은 날리진 않았어도 충분히 위험하다고는 생각해요.

“그래. 생물이라면 당연히 그런 걸 느껴야지. 아무튼 태은이 취향은 아니고, 이 동네에 여러 가지 사건이 많기 때문이야. 경찰이 발표하지 않은 강력사건이 말이야. 연쇄 살인사건이…”

뭐냐? 이 꼬맹이는 드라마 같은 걸 너무 봐서 망상에 빠져버렸나?

“위더신즈야. 디스코디아에서 만든 그 괴물이 밤마다 녀석들의 악의에 의해서 살인을 벌이고 있어. 녀석들의 목적은 세상 전체를 혼돈의 손아귀에 넣는 거니까. 뭐 테러리스트란 거지. 그래서 그렇게 미친 살인귀를 아무렇지 않게 풀어두는 거고, 넌 나랑 그 살인귀를 찾아서 순찰을 해야 한다. 이거지.

“형일이도 어디선가 그런 짓을 하고 있는 건가요?

그 말을 듣자 나는 반사적으로 형일이에 대한 것을 물었다.

“아니. 그는 이제 간부급에 가까워. 걱정하지 마. 우리도 전력으로 찾고 있으니까.

그녀는 조금 멋쩍은 듯 모자를 푹 눌러쓰고는 뜬금없이 오른팔을 번쩍 들어 올리고 외쳤다.

“가자! 오늘은 첫 임무야! 두근두근 설레는 첫 임무!

“첫 임무면 역시 오늘은 건지는 것 없이 해산하겠네요?

“어째서?

“생각해보세요. 보통 비일상으로 갑자기 온 사람이 처음부터 딱~ 하고 보기 좋게 괴물 같은 거랑 마주칠 리가 없잖아요?

“역시 그런가?

“그렇죠! 하하하!

“그러네! 하하하!

*

그리고 우리는 지금, 눈 앞에 그 괴물[위더신즈]과 대치하고 있다.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다가 편의점에서 캔커피를 사서 주변 초등학교 운동장에 들어와서 그네에 앉아서 쉬려고 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거기서 딱 하고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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