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는 모습도 보기 멋지고요. 좋은 터전에서 좋은 것들만 배워, 당신들의 꿈을 이뤄나가는 것에 좀 더 도움이 되고자 왔는데 별 쓸데 없는 걱정이 되어버렸군요. 제 은사님께서는 제가 몇 날을 새워 작성한 단편들을 제가 보는 앞에서 가위로 잘라 버리시곤 했습니다. 그렇게 찢긴 소설 본이 거의 50편 가까이 되었지요.
저는 라이트노블이라는 것을 2004년 한 가전제품 매장에서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일본에서 직수입된 것이라 원어였죠. 일본어를 공부해 둔 상황이라 별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활자 옆에 삽화가 붙으니 동화 같았고, 이미지가 뚜렷하게 남는 것이 꽤 마음에 드는지라 도서관 컴퓨터를 이용해 검색했죠. 그리고 장르를 알게 됐습니다. 라이트노블이라고 명시되어 있지는 않았지요. 똑똑히 소설란에 있었습니다. 독특하면서 상징적인 무언가나, 예술적인 이미지를 넣지 않은 책. 대신 등장 인물이 겉표지에 널찍하게 그려진 책이었습니다. 단권에도 이야기가 적당히 마무리가 되고, 짜임새가 있는 좋은 글이었습니다. 구성은 대강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문학적 장치를 구분하는 일은 제 전공이었으니까요. 저는 이것을 쓰겠다 그에게 말씀드렸습니다.
그가 아직까지 대답을 안 하셔서 투고를 못 하고 있는 실상이지만, 2007년 7월 말 즈음 시드노벨이 생기고 가입도 했었습니다. 라이트노블 공모전은 은사님 덕에 한 번도 참여한 적이 없지만, 상당한 실력자들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인터넷이 퍼지며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니 처음에는 국문학 석사급들도 여기에 투고하지 않을까 예상했었는데, 조금 빗나갔지요.
저는 시드노벨보다 여기 자유연재란을 자주 기웃거립니다. 신설이거든요. 패기충천 기간인 이곳에서 남의 글을 슬쩍 보고 가곤 합니다. 엉망진창인 분들도 있고, 다른 곳에서 돈냄새 맡고 오신 정갈한 분들도 있겠고, 이웃인 시드노벨에서 오신 분들도 꽤 되는 것으로 압니다. 그렇게 모인 한 뜻을 불태우며 정상으로 향하여야 할 것인데, 지핀 불을 태우는 것인지 때우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열기와 화염이 소화되고 있습니다. 그 열정이 식는 입선 턱걸이도 점점 높아져만 가고 있고요.
제가 불손하게 말하여 기분 상하신 분들 여럿 있으시겠지만, 저는 이미 포기한 상태니 남은 분들이나 잘 되라고, 부디 저처럼은 되지 말라고 염원하는 뜻에서 화를 냈던 것이지, 별 뜻은 없었습니다. 혹여 저 때문에 글을 쓸 마음이 사라졌다 하시는 분들은 저에게 정식으로 사과 요청하셔도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