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속성은 결국 '허구성'이죠. '어차피 허구인 데 뭘 라노벨이고 고전문학이고 따져야 되냐'저도 공감하는 부분이에요.

  라노벨, 가볍게 '즐기기위한 소설'. 이 라노벨을 어떻게 써야 하면 좋을 까라는 생각에 저는 라노벨을 '상업성소설'이라고 정의내려봤습니다. 미소녀, 히로인, 주인공이라는 기본 '틀'을 보고 이렇게 결론을 지었는 데. 저는 대부분의 라노벨 작가들의 제작의의란 '자기만족'쪽이라 생각하고. '재미를 위해서 산다'는 독자들이 말하는 재미란 그런 것인 가,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항상 운운하고 따져왔던 '작품성'. 즉 일반문학을 저는 '양식'이라고 최근 표현하게 되었습니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다'요. 하지만 요즘 처세술 서나, 출판시장 등. 당장 서점을 가도 정말 양식이 되는 책을 찾기란 사막에서 모래찾기같습니다.

  전 오늘 서점에 들르고, 그렇게 쌓아넘치는 책들 중에서 단 한 권도 저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찾지 못하고 돌아왔어요. 라노벨이 저속하다고? 작품가치가 떨어져서? 다른 책들도, 처세술이건 정보책이건 역사책이건, 결국 책을 집필하는 것은 소수의 사람이고, 한 눈에 눈길을 잡기 위한 꾸밈이 더 중요하고, 내가 원하는 정보가 얼마만큼 들어있는 지는 못 찾아요. 그렇게 구분이 쉬울 만큼 책이 나란히 놓여져있는 것도 아니었고, 재단크기 들쭉날쭉해서 눈아프고, 당장 서점에 책의 정렬기준은 신간인 가 아닌 가, 잘 팔리냐 안 팔리냐였습니다, 제목을 보아도 인터넷 기레기사의 제목정도 수준이 되는 것도 참 많았습니다.

  라노벨은 왜 그렇게 미소녀에 집착해? 미소녀를 넣어서라도 일단 작품성을 가지는 게 중요한 거 아냐? 이렇게 생각해왔던 저입니다만 결국 '라노벨인 가 아닌 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좋은 소설의 기준을 '나에게 양식이 되는 책', 그 하나를 짚었습니다. 설명문은 '가장 정확하고 내가 정보를 원할 때 가장 알기 쉬운 분류에 위치한 책'이 되기도 하구요.

  소설이 양식이 될 수 있냐면, 그 '허구성'이 가진 리얼리티가 곧 '타산지석', '견문의 확장', '다른 삶에서 얻은 경험에서 깨우친 깨달음' 등을 상징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운몽의 경우 '인생의 회고', 원효대사의 해골물은 소설인 지 아닌 지 모르겠지만 대대로 전해지는 교훈이 '내가 보고 있는 것의 본질 이상으로 나의 마음다짐이 중요한 것'.

  소설이든 작품이든 독자의 마음속에 남아야 할 이유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위한 아주 쉬운, 최고의 세일즈포인트가 바로 '메세지'라고 생각합니다.

  옛날에도 셰익스피어같은 작품이 있고, 외설적인 내용을 품은 작품도 있었고. 둘다 작품이라던 가 예술이라던 가 말을 붙일 수 있는 거더라구요. 그게 제가 지금 라노벨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한 계기가 된 깨달음입니다.;

  미술이 뭐야? 해괴한 거잖아? 이게 시장성이 있어? 나는 이걸로 어떻게 직업을 하겠다고 생각한 거야?돈은 어떻게 벌거야? 배운 기술 가르쳐주게? 그럼 딱히 '미술이라서' 시작한 이유는 거의 없는 거나 다름없네. 나는 왜 이 시장을 택한 거냐.

  드라마 데어데블에서 저에게 큰 충격을 주었던 문구입니다. 왜 이런 내용은 교과서에 없는 걸까.  "사람들은 항상 하얀색 물감을 퍼부운 그림에 어떻게 그렇게 높은 가격표를 붙이냐고 말하지만 전 항상 화가의 명성이나 기술적인 부분들, 심지어 예술품 그 자체로서도 전부 중요한게 아니라 말하죠. 중요한 건 오직 '이게 어떤 느낌을 주는가?'예요."

  지금까지 잘 그렸냐 못 그렸냐 칭찬받기 위해서 쌓아왔던 그림실력, 내가 재미있느냐 없느냐만으로 써왔던 이야기나 인물들. 저는 이것들을 다른 누군가가 무언가를 얻게 하기 위해서 쓰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쓰는 기술, 붓는 노력입니다.

  의지박약을 고치려면 동기부여가 중요하다더니... 이 글을 쓰면서 뭔가 한 계단 정리가 된 느낌이네요. 딴짓 안하고 집중하고 싶어집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법토론소라는 데가 있었네요... 옮겨야 되나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