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나는 아침에야 지쳐서 잠이 들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책상 위에 놓여 있는 탁상시계는 뻔뻔스럽게도 오전 아홉시 십분쯤에다 두 팔을 내던진 채 자기는 한 이만 년 전부터 그렇게 숨이 넘어가 있었다는 듯한 표정으로 시침 뚝 떼고 죽어 있었다. 주위는 쥐 죽은 듯 고요했다. 방바닥에는 여름 대낮의 황금빛 햇볕 한 장이 평행사변형으로 눈부시게 깔려 있었으며, 거기 황금빛 햇볕 속에 한쪽 귀를 적시고 엽서 한 장이 졸고 있었다. 나는 그 엽서를 보는 순간 갑자기 살갗이 깨끗하게 소독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나는 하품을 한입 크게 베어물고 그 엽서를 마지막 담배처럼 아끼면서 잠시 한눈을 팔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