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렙용사가 마왕에게 인을 물었다. 마왕이 답하였다.

"나의, 나에 의한, 나를 위한 패도가 바로 인이다!"

"자세히 모르겠습니다. 구체적인 덕목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허허. 나를 위한게 아니면 보지 말고, 나를 위한게 아니면 듣지 말며, 나를 위한게 아니면 말하지 말고, 나를 위한게 아니면 움직이지도 말지니라."

"아니, 대관절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단 말입니까? 시청언동(視聽言動)이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감각이며 행위인데, 생활의 모든 것이 마왕님을 위한 것으로 화할 수 없거늘, 그리 된다면 인간의 행위가 지나치게 속박되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마왕은 역정을 내었다.

"네 이놈! 궁극초필살울트라 마력이 나에게 있는데, 내가 무엇을 걱정하랴!"

그 때, 쪼렙용사는 싱긋이 웃으며, 말하였다.

"본래 인(仁)이란 두 사람(二人)이 결합함을 이름이 아닙니까. 마왕님께서도 아직 그 도리를 모르시는가 하옵니다."

"네 지금 무슨 말을 하느냐?"

"곧 인의 진짜 도리를 마왕님께 보여드리지요."

"무, 무슨 짓이냐?"

쪼랩용사은 그 가냘픈 몸에서 나오리라고는 상상도 안 되는 힘으로 마왕을 제압하고 마왕의 복대를 벗겨버린 후, 벽으로 밀어붙였다.

"좀 아프실 겁니다."

쪼렙용사는 자신의 아이템 녹슨 장검(1골드, made in 동네 대장간)을 꺼낸 후, 전광석화와 같이 마왕의 복부로 돌진하였다.

"허, 허억…"

마왕의 아픈 신음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러나 쪼랩용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것이 인의 이치이옵니다. 한 사람은 받고, 한 사람은 주기를 하면서, 결국은 서로에게 지극한 즐거움을 가져다 주지요!"

‘뿍짝뿍짝뿍짝뿍짝뿍짝뿍짝뿍짝뿍짝, 틴틴틴틴틴틴틴틴틴틴!’

마침 주변에는 다른 마족들도 없었다. 서큐버스는 남자들에게 작업이나 걸러 간 모양이고, 오거, 트롤, 오크, 고블린들은 마을 약탈이나 하러 간 모양. 덕분에 마왕성 안에는 마왕의 배를 칼빵한 녹슨 장검의 마찰음과 신음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이, 이놈. 쪼렙이 고렙을 범하는 것이 얼마나 중죄인지를 모른단 말이냐? 으응, 으응…"

마왕은 쪼렙용사에게 당하면서도 이를 갈면서 부르짖었다. 쪼렙용사는 계속적으로 팔을 움직이며 이렇게만 답할 뿐.

"전형적인 용사물의 클리셰이옵니다. 마왕님이 올바른 인의 도리를 모르시니, 쪼렙용사인 저라도 가르쳐 드릴 밖에요! 그래서 불치하문이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뿍짝뿍짝뿍짝뿍짝뿍짝뿍짝뿍짝뿍짝, 틴틴틴틴틴틴틴틴틴틴!’

쪼렙용사는 열심히 팔을 움직여 댔다. 마왕은 더 이상의 반항을 하지 않았다. 다만 신음소리만 낼 따름이었다.

"키잉… 키잉… 키잉…"

"마왕님. 아까전까지의 당당함은 어디 가셨는지요? 역시 마왕님께서도 별 수 없는 쓰러지는 최종보스에 불과했던 겁니다."

마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뿍짝뿍짝뿍짝뿍짝뿍짝뿍짝뿍짝뿍짝, 틴틴틴틴틴틴틴틴틴틴!’

"하악, 하악, 하악… 아아, 아아…"

마왕의 입에서는 하염없는 신음만 나오고 있었다. 이제는 피통도 빨피가 된 듯, 무릎도 풀려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흐흐흐. 이제 때가 된 듯 하군요. 저도 이젠 더 못 견디겠습니… 으, 으윽…!"

"허, 허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마왕의 외마디 비명이 방을 메웠다.

한참 뒤, 정신을 차리고 뒤를 돌아본 마왕은 깜짝 놀랐다. 쪼렙용사는 얼굴이 새파래진 채 죽어 있었던 것이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죽음....... 쪼렙용사를 사망에 이르게 한 원인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서큐버스, 오거, 트롤, 고블린, 마법사(25세, 남자), 여전사(24세, 복근 있음) 등이 대본에 따라 막 틀린 답만 말함.)

정답은! 녹슨 장검 때문이었습니다!

여사제(29세, 가터벨트 착용, 힐링스킬 배웠음)가 말한다.

"계속 팔만 움직이게 될 경우, 손바닥 피부가 검 손잡이에 지나치게 마찰되서 물집이 생기는데, 이때 녹슨 장검의 녹이 손바닥 안의 물집으로 들어가 혈관을 타고 몸에 퍼져 급성 쇼크를 일으킵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칼을 배에 찌른다음 한번 돌리고........"

사느냐, 죽느냐......판단은 당신에게 달렸습니다.

쪼렙용사의 장례를 치를 때가 되자, 파티 동료들은 물론 마왕도 전례없이 통곡하였다. 그러나, 용사 파티를 고용한 국왕이 이제 사람들을 그만 괴롭히라고 청하였으나 마왕은 거절하였다. 이유는 용사가 죽었으면 '그리고 세계는 멸망했다'로 이야기를 끝내야한다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흘렀다. 또 다른 용사가 마왕을 찾아가 물었다.

"네놈이 싸웠던 용사들 중 누가 가장 널 궁지로 몰아넣었냐?"

마왕은 약간 인상이 일그러지더니 뒤에 있는 부하 마족들을 돌아 본 후, 겨우 답하였다.

"쪼렙용사였지. 하지만 불행하게도 단명해 죽었다. 지금은 없다."

마왕이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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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본은 [안연이 공자에게 인을 물었다]와 [위기탈출 넘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