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

귤여신도 - <남매도 시제1호>

일단 3세기 이전의 작품에서 모티브를 따온 작가의 뛰어난 문학적 소양에 박수를 보낸다.

이 작품은 23세기 문학의 필수양식인 ‘인물소개’를 승화시켜 독자의 흥미를 유도하면서 ‘인물소개’보다 짧지만, 급강하하는 본문으로 카타르시스를 유발시키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형식의 파격미가 아니고 무엇일까.

스케일 역시 파격적이다. 13명의 여동생이라니! 속성이 전혀 겹치지 않는 13명의 여동생이 오빠를 사랑한다는 내용은 그야말로 도원경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단순한 이상향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파국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인물 간 내면에 숨겨진 갈등을 보여줌으로 현대 사회의 각박함을 보여주었다. 연출을 강화하기 위해 사회파적 미스터리 스릴러의 장르적 클리셰를 사용했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23세기 문학의 정수이자, 뭇 독자의 눈을 사로잡을 만한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차상]

twind - <머리 쓰담쓰담>

보통의 아마추어 작가들은 서사를 어떻게 풀어나갈까 하는 것에 많은 고민을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다르다. 서사보다는 순간의 상황에 주목하여 세밀하게 묘사를 한 시선이 두드러졌다. 편집부에서는 보통 우리 생활에서 놓치기 쉬운 순간순간을 정밀하게 포착하여 유려한 문장으로 표현한 표현력도 높은 점수를 주었다.

특히 해가 반짝반짝거리는 묘사, ‘해 ☆반짝☆반짝☆’에 이모티콘 별을 사용하여 피부로나 느낄 수 있는 햇살의 미묘한 온도 감을 글로 승화시킨 부분은 너무나도 훌륭했다. 그밖에 지극히 표현하기 힘든 인간 내면의 행복감을 문장으로 표현한 문장인 ‘둘 다 행복♡’ 등 좋은 문장이 너무나도 많은 글이었다.

그 백미는 ‘팬티 까꿍 @.@’이라 할 수 있겠다. 그토록 바라던 새로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졌을 때의 황홀감을 이렇게까지 수사적인 화려함으로 표현할 수 있는 신인은 23세기 이내에 또 등장하지 못할 것이라 단언하고 싶다.

수요공급 -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팬티!☆>

심사위원의 눈을 사로잡았던 것은 일단 제목이었다. 단순하게 팬티가 밝다는 표현에서 그치지 않고, ☆을 앞뒤에 배치함으로써 그 밝음을 더욱 강조하는, 23세기 문학이 요구하는 올바른 제목의 미덕을 잘 갖추었다. 하지만 문장은 제목과는 달리 절제된 이모티콘을 통해 요즘 보기 힘든 형식미를 구현하였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작품 중반부, 이름이 아닌 ♀와 ♂라는 남녀를 상징하는 기호를 통해 등장인물들이 가진 갈등을 남매라는 사회적 규정에서 벗어난, 보다 본원적인 ‘남녀’의 문제로 승화시켰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다만 무리하게 ‘여동생’을 ‘누나’로 바꾸는 결말만큼은 큰 아쉬움이 남는다. 작가는 이를 통해 여동생 문학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는 누님 문학에의 회귀를 주장하고 있는듯 싶지만, 이에 심사위원 간의 찬반여론이 격렬했기에 전체적으로는 높은 평가를 얻을 수 없었던 것이 안타까웠다.

[입선]

로사기간티아 - <롑흔†셰인트†클로ㅂr>

23세기의 독자적 기술을 이용해, 현대 사회에서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인 ‘인공지능을 가진 존재를 어디까지 인간으로 규정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논하고 있는 SF문학이었다. 최근 부실했던 장르문학계에서 한 획을 그을 대형 신인이라고 생각된다.

R.c - <민식이의 기도>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 아니고 무어란 말인가. 자칫 독이 될 수 있는 성역치의 소재를 부드러운 필체로 풀어낸 수작이었다. 작품 행간에 녹아 있는 작가의 투명한 감수성은 충격적인 초반 전개를 천박하지 않은 묘사로 이끌어나가는 능숙함으로 발휘되었다. 다만 작품의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는 제목에서 조금 더 감각을 발휘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FlowDuet - <내 여동생@안드로이드좀비미소녀 >

제목부터 시작해서 내용까지 20세기~21세기 전반을 아우르는 향수를 물씬 느낄 수 있는 복고풍 작품이다. 작가의 꼼꼼한 근대사 연구가 돋보이는 명작으로, 성인향 하드코어 팩션(faction)으로서의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 특히나 과장된 수사법이나 이모티콘을 이용한 레이저의 묘사에서 작가의 무한한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다.

[특별상]

상쾌씨!2 - <여동생은 죽어도! 오빠를 좋아 할 거야☆ 절대 안졍!>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전개, 가장 마지막의 문장, ‘사미 나미 멍°...°’을 보며 작 중 인물의 심정에 동감하지 못할 독자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독기어린 전개, 무엇보다 압도적인 집필속도와 필력으로 쏟아낸 문제작들은 편집부 사이에서도 분분한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23세기 문학계의 신예이자, 23세기의 기린아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특별한 상을 주기로 결정했다. 차후 더욱 왕성한 활약을 기대한다.

본 작품에 대한 자세한 평은 23세기 신춘문예의 자문을 맡고 있는 노블엔진 입선 작가 한시현 옹의 비평을 참고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