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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문
표지가 뭐 이따위야. 전 처음 봤을 때 그것을 가슴이라고 인식도 하지 못했습니다. 인체비례 어긋났으니 작붕 아닌가요. 뭐 어쨌든 일러보고 산 것도 아니니 넘어가죠. 4월달 다 넘어가서야 4월 신간 평을 하는 게 좀 이상하긴 하네요. 다음부터는 좀 빨리빨리 읽어야 겠습니다.
2. 개괄적인 평가
뭐라고 비유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건 이거겠죠. 이 작품은 대상감인가, 아닌가. 비극적이게도 한국의 라이트 노벨의 질은 그리 좋지 못합니다. 이유는, 글쎄요. 전 아마추어 작가층의 창의력 부재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보다는 믿음직하고 능력있는 편집자가 없어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적해서 고쳐지지 않는 건 없거든요.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는 건 알면서도 넘어가거나, 아니면 아예 그런 부분을 체크하지 못한다는 거죠. 그래도 내심 노블엔진 편집부가 시드노벨 보다는 일을 많이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제 생각은 틀린 것 같습니다. 출판사의 평가 기준이 좀 잘못된 것 아닌가요? 아니면 편집 방식이라던가, 저번에 노블엔진 편집부는 글에 아예 터치를 안 한다는 이야기도 들어서 좀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는데, 제가 틀린건지 아니면 세상이 틀린건지 잘 모르겠네요. 탈락은 아니더라도 이런 글은 최소 수정이나 편집이라는 걸 해야합니다.
제가 글 평가 기준은 감점법입니다. 특히 이야기의 전개나 플롯적인 부분을 중점있게 보죠. 이 글을 읽고 나서 떠오른 것은, 완전히 내용적으로 다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용마무우였습니다.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했는데 뭐 한 마디로 줄이자면.
스토리가 뭐 이따위야?
문장은 보기 좋았다고 생각해요. 정확히 말하자면 표현력이겠죠. 묘사나 구성은 상당히 괜찮았어요. 설정이나 인물도 합격점이라고 생각해요. 그, '플롯만' 보자면 오히려 봐줄 만 하지 않나? 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정말 모순적이게도, 그 표현력은 이야기를 설명하는데 전혀 쓰이지 않았습니다. 이 작품은 살아있는 억지에요. 이야기는 지극히 작위적이고 불친절합니다. 다른 부분은 매우 훌륭했다고 생각해요. 인물, 문장, 설정, 구도, 등등 정말로 괜찮았는데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스토리가 완전히 개판입니다. 이건 보기엔 좋지만 맛이 없는 케이크와 같아요. 아예 다른 부분도 맛이 갔으면 작가의 실력이 딸린다고 이해를 할 텐데 이렇게 한 부분만 망가진 글은 저도 처음 봅니다.
3. 이야기의 전개
플롯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화국의 용병이었던 주인공(흑록)과 조연 히로인(유하)는 월국의 공주를 잡으러 적진으로 들어갔다가 잡혀서 포로가 되고, 그들에게 감화되어서 월국을 위해 화국과 싸운다. 라는 이야깁니다. 그 이전에 월국과 화국이 싸우다가 월국의 공주가 죽는 장면도 하나 있었고 절정부에서는 한 명이 배신해서 그 녀석과 1:1로 일기토를 한 판 벌였지만 뭐 아무래도 좋습니다.
-메인 악역의 부재-
일단 주인공과 주인공을 헌신적으로 돕는 조연이 먼치킨입니다. 뭐 그건 넘어갈 수 있어요. 그 정도는 되야 이야기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나, 이야기 자체가 이 둘을 띄워주기 위해서 억지로 조작되었어요. 이게 문제입니다. 이 세계의 모든 인간들은 주인공을 떠받들기 위해 존재하며 모든 적군은 오합지졸에 오로지 쓰러지기 위해서 존재하는 잉여들입니다.
이대로 가면 2권은 뻔합니다. 화국이 음모를 꾸미고, 거기에 새로운 히로인이 휩쓸리던가 아니면 1권에서 비중이 적었던 유하가 휩쓸리고, 그것에 대해서 엄청난 책임감을 느낀 주인공이 적진으로 들어가서 와장창. 어떤 아무개랑 일기토 한 번. 히로인을 구해내고 데레데레. 끝!
정말 실수한건데, 1권에서 주인공과 일기토를 벌이는 적은 메인 악역인 '화국'과 아무 상관이 없었습니다. 원래는 월국의 첩자로 화국에 잠입했다가. 월국의 공주가 죽자 자기 스스로 자괴감을 느끼고 멘붕해서 배신때린거에요. '그' 블랙스틸 어쌔신도 5인의 마스터 어쌔신이라는 메인 악역은 있었는데 이 작품의 악역은 급조된 느낌이 강합니다.
그럼 도대체 2권은 어떻게 진행할 생각입니까? 아니, 이야기의 흐름은 어떻게 되는 거에요? 이 작품에서 악역을 담당하는 '화선'은 1권부터 무능하다는 묘사와 낙인을 찍어버렸으니까 화선에서 갑자기 유능한 인물이 나온다면 그게 더 이상해 보입니다. 그런 인물을 급조하면 1권의 이야기는 아예 나올 수가 없습니다. 1권의 이야기는 화선이 절대적으로 무능하다는 전제를 깔고 만들어졌으니까. 굳이 메인 악역이 나온다면 화선의 황자나 황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그럼 1권에서 간접적으로 드러냈어야죠. 작품 전체에서 '화국은 겁나 쎄고 월국은 지금 망해가지만 주인공과 조연이 킹왕짱이라 단 2명이 합류했는데도 월국이 이길 거임'이라는 것을 노골적으로 암시하고 있잖아요. 이미 그걸 암시했는데 무슨 갈등이 있고 무슨 싸움이 있겠습니까. 그것 뿐만인줄 알아요? 월국의 공주가 사실 죽지 않았다는 복선도 무자게 뿌리고, 1페이지부터 끝까지 주인공은 최강이라고 후빨하는데 주인공의 한심하고 어이없는 행보를 보면 한숨이 푹푹 나옵니다.
게다가 배신, 배신이라는 소재를 썼으니 뒤통수를 화끈하게 후려치는 그런 맛이 있어야 하는데 이 배신은 밍밍하고 재미없습니다. 왜냐면 배신한다는 냄새를 풀풀 풍기거든요. 게다가 배신이 밝혀지는 장면도 '배신자가 누군지 모르겠지? 별 이유는 없지만 친절하게 가르쳐주지. 사실 내가 배신한거야. 그럼 난 이만' 그리고 홀연히 사라진다. 끝! 뭡니까 이게! 적어도 말입니다. 배신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추리극을 하지 않아도 좋아요. 배신자를 서브 히로인인 것처럼 만들어서 배신을 충격적이게 보이게 하는 연출도 좋았어요. 그런데 배신자의 일러스트만 쏙 빼놓으면 '어라? 얘는 왜 혼자 일러스트가 없지?' 하는 생각이 들고 눈치 빠른 독자라면 이후 전개가 예상이 간다고요. 게다가 배신한 이유나 심정의 변화를 설명하는 과정도 형편없습니다. 그 전에, 배신자가 있다! 라고 말하는데 알리바이가 없는 용의자가 단 한 명밖에 없잖아요. 완전한 실패입니다.
-특별대우를 받는 주인공-
이 작품에서 주인공에 대한 편애는 각별합니다. 얼마나 각별하냐면, 공주(죽은 공주랑 다른 인물)를 납치(또는 암살)하려고 적진으로 들어가 공주를 잡기 직전까지 온 인물을 포로로 잡았는데 심문도, 고문도, 감금도 하지 않고 자유롭게 풀어두면서 심지어 비장의 병기에 공짜로 태우기도 하죠. 이 작품의 정말 커다란 모순입니다. 왜 포로를 자유롭게 풀어주는 겁니까? 적어도, 비밀병기에 태우는 행동은 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10년동안 산속에 숨어살던 레지스탕스에게 그런 비밀병기가 있다는 것 자체가 억지였어요. 자유롭게 풀어준 이유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그만이잖아요. 어차피 도망쳐도 잡을 수 있으니까, 아니면, 아니면, 아 뭐 설명하지 않는 것보단 낫겠죠. 뭐 어떻게 보면 그런 걸 일부러 설명할 필요가 있기도 싶지만,
그래도 주인공은 공주를 죽이려고 했단 말입니다!
그런데 공주와 농담따먹기를 하는 게 말이 됩니까? 전부 생명 관념이 없는 미치광이들이에요? 주인공은 애초에 사람 죽이는 데 목적을 부여하지 않는 사이코패스고 다른 인물들도 그렇게 보입니다. 포로가 당당하게 대들면서 상전 행세를 하는데 왜 아무도 그것에 대해서 지적하지 않는 겁니까. 아 그래요. 지적하는 인물이 하나 있긴 해요. 그런데 걔는 무시당하잖아요! 산신인데, 월국의 유일한 전력인데! 공주를 죽이려고 했던 포로>이 나라를 홀로 지키는 산신 인 겁니까! 이 부분에 대해서 정말 누구도 이 에러를 지적할 생각을 못 했던 거에요? 정말?
-기타 모순-
화국은 어떻게 그렇게 멍청한데도 다른 나라를 침략해서 흡수 합병했는지 그것이 심히 궁금하고요, 게다가 이 세계관을 보면 여러 나라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 구도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한 나라가 전쟁을 벌일 경우 다른 나라들이 힘을 합쳐서 막아내는 것이 정상 아닙니까? 그렇지 않다. 라고 말해도 사실 전쟁의 구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기석 때문에 전쟁을 일으켰다곤 하지만 화국의 사상이나 각 나라간의 구도가 잘 두드러지지 않으니 말이죠. 전쟁은 최근에 일어났는데 어떻게 용병 집단이 체계적으로 분류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10년동안 열심히 저항해 온 레지스탕스의 위급 상황 시 병력이 산신 하나와 현지에서 고용한 용병 2명이라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을 뿐더러, 산신은 중립이라면서 왜 그렇게 적극적으로 월국을 돕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정 그럴거면 멸망하기 이전에 도왔어야죠) 뭐 모순이라고 부를 것까진 없지만 작중에서 설명되지 않은 부분이 넘쳐납니다.
4. 총평
그래도 이 작품의 의의는 있을 것 같아요. 적어도 한국의 아마추어 작가층의 질이 올라왔다는 거죠. 이전의 신작들은 문장부터 개판이었는데 근 1년 사이 문장의 질이 확 올라왔습니다. 게다가 이 작품은 일색이 그리 느껴지지 않고, 모에에 치중한 소설도 아니며 캐릭터와 설정에 대해서 독창적인 모습을 보여줬어요. 그리고, 사실 스토리도 표현 방식이 그래서 그렇지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왜 이 작품이 용마무우와 겹쳐보이는지 잘 모르겠군요. 결국 결론은 같습니다.
재미 없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