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학교의 연애사정>, 제가 살면서 접하는 2번째 검술 판타지물입니다. 집에 만화책이나 라노벨은 많습니다만 대부분은 개그물, 잔혹동화 스릴러, 탐정물등입니다. 물론 그 작품들에 검을 사용하는 케릭터가 없는건 아닙니다만 검술이 주류가 되는 작품은 <소드 아트 온라인> 1개밖에 없었죠. 각설하고.....검술학교의 연애사정은 배경이 레어메탈이라는 외계물질이 지구에 떨어지고 난 이후 과학이 몰락하고 레어메탈이라는 새로운 물질을 통해 이능력을 사용하는 소드링커들이 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세계관이나 케릭터성에 관해서는 그다지 흠잡을 곳이 없습니다. 기사들의 계급도 어프렌티스-인게이지-익스퍼트-마이스터-검성으로 나뉜다는 설정, 5개의 학교가 존재한다는 설정등 아주 매력적인 설정들이 많습니다. 1권에서 등장한 3명의 약혼자나 하이랜드 기사학원의 애쉬등 케릭터마다 개성이 있어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케릭터성으로 밀어붙이는 <나는 친구가 적다>와 비교해도 <검술학교의 연애사정>이 그다지 뒤쳐지지 않는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설정중에 소드링커와 대척점에 서있는 <기계교단>이 존재하던데 혹시 작가분이 warhammer 40000의 팬이신지 궁금해지더군요. 워해머에도 인류제국의 가장 큰 종교인 황제교와 기계교가 존재하고 이들은 독자적인 군사력을 가지고 있는 세력인데 공교롭게도 검술학교의 연애사정에 나오는 기계교단과 매우 비슷합니다. 검술학교의 기계교단은 독자적인 군사력을 구축하고 있는것으로 보이고 얘네를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고 부르던데 워해머의 기계교도 기계를 신봉하며 <데우스 메카니우스>라고 불리고 있지요. 

이스라엘의 군 심리학자인 벤 셜리트는 전투를 막 마친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무엇이 가장 두려웠냐고 물었는데 병사들의 대답은 죽거나 다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실망시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더 많이 표현했습니다. 두려움은 개개인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잠시 동안의 감정이지만 죄책감은 장기적이고 사회 전체가 구속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외에도 전세계에 108명밖에 없는 마이스터인 천재 검사 메이린의 자만심과 안하무인적 태도와 말투라던가 쌍둥이 프레야&프레이의 초딩(...)스러운 모습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비판해야할 점도 몇가지 있는데 첫번째로는 이 좋은 소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잘 살리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두번째로는 글이 잘 읽히지 않습니다. 다른 소설을 읽다가 검술학교의 연애사정이 도착해서 다른 소설 읽는걸 중단하고 라노벨을 읽었는데 글이 잘 읽히지 않고 뭔가 보이지 않는 벽에 턱턱 부딪히는 느낌이었습니다. 라노벨이 아닌 다른 소설을 읽다가 라노벨을 읽으니 그럴 수 있지 않느냐고 할 수 있지만 

위에서 언급했듯 제 집에는 검술을 주로 사용하는 또다른 소설인 소드 아트 온라인이 있는데 그것과 비교할때도 검술학교는 글이 매끄럽게 읽히지 않습니다. 이러한 점은 후반부로 가면서 점차 사라지는데 아마 작가인 elle님이 이제 막 데뷔한 신인인데다 아직 1권이라 그런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세번째 비판으로는 후반부로 가면서 주인공이 먼치킨 인증을 해버렸다는 겁니다. 그냥 먼치킨이 아니라 이 작품에 등장하는 검사들을 킹왕짱으로 만들어주는 레어메탈의 근원에 접근해 사용할 수 있는지라 적수가 없습니다.

인게이지인 세실리아만 해도 기계교단의 항모전단과 맞서면서 상당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고 작중 언급에서 보면 일개 어프렌티스도 일반인들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검성의 경우엔 세계에 5명밖에 없는 존재로 그야말로 먼치킨중의 먼치킨이지만 주인공은 이 먼치킨을 박살내버리는 신격인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죠. 이것은 향후 전개에 큰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먼치킨물의 문제가 싱겁다는 점인데 이 세계관의 밸런스를 붕괴할만한 케릭터가

적수가 없어져버리면 이야기가 굉장히 밋밋하게 흘러가버립니다. 검술학교의 연애사정은 연애를 중점으로 두면서 배틀도 간간히 나오는 이야기로 흘러갈거라 생각하는데 이렇게 되어버리면 주인공은 하렘을 즐기다가 가끔 몸푸는 정도로 적을 두들겨패버리는 따분하고 재미없는 구도로 나가버리게 됩니다. 반지의 제왕의 경우엔 간달프는 먼치킨이라 할 수 있는 신적인 존재인 마이아지만 중간계에선 마법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식으로 리미트를 건데다 상대하는 사우론의 모르도르 또한 만만치 않은 적이라 이야기가 재미있게 흘러갔고

해리포터의 경우 먼치킨인 덤블도어와 볼드모트가 있지만 해리포터는 싸우는게 주가 아니라 해리포터의 성장을 주로 조명한 작품인데다 먼치킨들은 그저 등장이 별로 없는 조연일뿐이고 다른 주요 등장인물들의 밸런스를 적절히 설정한 덕분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검술학교가 이렇게 먼치킨 루트를 타버렸으니 가야할 길은 두가지라고 봅니다. 시엔의 먼치킨성을 그다지 부각시키지 않으면서 이야기를 매끄럽게 연애 노선과 시엔의 정신적인 성장을 주로 조명하면서 풀어나가거나

아니면 이렇게 기계교단측에 시엔에 대응하는 케릭터를 내세우는게 좋다고 봅니다. 시엔이 검은옷을 입고 있으니 블레이드 마운틴의 흑기사, 기계교단측은 흰색옷을 입고 백기사라는 설정으로 나오면 재미있겠다고 생각이 드네요. 검사를 싫어하지만 그냥 어쩌다보니 그런 힘이 있는 시엔과 달리 검사가 되고 싶었으나 신체적인 결함 때문에 좌절하고 떠돌다다니다 기계교를 만나 신체를 기계로 개조한 <거너>로써 검과 총의 대결, 흑과 백의 대결로 라이벌 구도를 잡으면서 주변인물들의 파워를 업해주면 밸런스가 조정될듯 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고 헛소리이긴 합니다만 주인공의 말도 안되는 먼치킨성을 어떻게 잘 이끌어나가지 않으면 검술학교의 연애사정은 시중에 널리고 널린 양판소 판타지와 별 차이가 없이 되어버린다는것은 사실입니다. 이는 제가 맨 처음 비판했던 작가의 필력과도 관계가 되는 부분이죠. 개인적으로는 이 좋은 설정과 케릭터성을 가진 검술학교와 연애사정을 작가님이 잘 풀어나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마지막 비판은......스토리가 너무 훤히 보입니다. 저는 첫장을 넘기고 주인공을 보면서 속으로 '아 이놈 노블레스다.'라는 예상을 했고 그에 딱 들어맞았습니다. =ㅅ=;; 대충 어떤식으로 전개될까 예상하면서 읽었는데 다 들어맞아버려서 저 스스로도 깜짝 놀랐지요. 실은 소설이든 영화든 만화든 클리셰와 루트가 있는 것이니 그다지 크게 지적할 문제는 아닌듯 싶습니다. 참고로 노블레스는 최대한 스포를 자제하기 위해 제가 그냥 쓰는 비유고 작중엔 노블레스가 나오지 않습니다. 

이렇게 리뷰를 마무리 하려고 합니다. 위를 다시보니 쓸데없는 말을 너무 길게 주절주절 써놨군요.....마지막으로 다음권을 기다리고 있으니 작가분이 잠수하지 않고 끝까지 완결을 향해 갈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어쩐지 리뷰가 안올라와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더니 인증게시판에 올려놨었군요. 감상비평 게시판에 다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