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과학기술이 진보하여 과거 화성까지도 제대로 못가서 빌빌대던 때를 벗어나,
광년 단위도 우습게 이동하는 그런 우주시대.
인간 이외의 새로운 지적 생명체인 레틱스, 엘크로, 아사 라 불리는 종족이 함께 존재하는 시대.
인간은 엘터 아머라 불리는 일종의 메카닉을 주력 병기로 사용하고 있었다.
각기 다른 세 종종족은 서로간의 이해를 통해 공존을 모색하는 듯 하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120년이 지난후, 인류는 이 모든 종족을 상대로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기신전기 던브링어의 이야기는 이 시점부터 진행되기 시작한다.
[레저스 던브링어]
특징 : 주인공/과거의 전설적 영웅/기체조종 능력 최상/초능력 최상
[루이스 메이나드]
특징 : 소꿉친구 역 히로인/(주인공에게)다정함, (다른 여성에게)은근한 견제/기계관련 지식,능력 최상
[리우 메이호아]
특징 : 츤데레형 히로인/인간과 엘크로종족 사이의 혼혈/이성면역 낮음
[아로아 페레이라]
특징 : 섹시형 히로인/인간와 아사종족 사이의 혼혈/이성면역이 높다 못해 들이댐
1. 기존의 관념에서 벗어난 색다른 특색의 주인공
보통 라이트 노벨의 주인공이라고 하면 주인공 개인의 초기 능력치는 낮게 설정되어 있는게 보통이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주인공의 능력이 막강하다면 이야기 전개가 따분해지기 떄문이다. 주인공의 기술 한방에 픽픽 쓰러지는 적들에 대한 이야기는 줄창 나와봤자 "아 저것들 또 그냥 나가떨어지네" 이러면서 귀나 긁적이게 만드는 정도밖에 안될 것이다.
주인공이 약하기에 적과의 대립에서 긴장감을 낳게되고, 동료들과의 협력 혹은 주인공 자신의 노력으로 이를 극복함으로써 성장을 하게 될 때 독자들은 긴장감 뒤에 이어지는 성취감, 그리고 감동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적합하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주인공에게 두 가지 제약을 걸어 이를 메꾸었다.
120년이라는 세월로 인한 세대차는 주변인들로 하여금 주인공이 전설적 인물이 아닌 문제아로 몰고가게 만든다. 주인공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해보지만 오히려 그로 인한 폭주로 인해 문제아라는 인식이 더욱 굳어지게 되는 상황이 된다. 또한 주인공이 이끌었던 최강의 기체를 잃어버린 상태이기에 과거만큼의 화려한 활동은 기대할 수 없다.
과거 전설의 영웅이었지만 지금은 이런저런 제약으로 인해 오히려 문제아로 낙인 찍힌, 그러한 상황에서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이 소설의 흥미를 돋워준다.
2. 정석적인 히로인 구성
주인공에겐 친절하고 순종적이지만 다른 이들에겐 은근히 성깔있는 루이스 메이나드.
까칠하고 딱딱해 보이는 듯, 한편 속으로는 은근히 좋아하면서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리우 메이호아.
털털하면서 자잘한 것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 주인공에 대한 접근이 다소 직접적인 아로아 페레이라.
라이트 노벨 계열에서 가장 정석적으로 분류되는 히로인들로 인해 소설 전체의 밸런스를 이루고 있어 안정감을 주고 있다. 이러한 제각기 특색을 지는 미소녀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결코 평탄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달리 말하자면 너무 정석화된 패턴을 채용했기에 "아 히로인은 또 이런 구성이군" 이라는 단조로움을 주게 된다는 것.
이는 비단 이 소설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라이트 노밸에서 채용하고 있는 의미 그대로의 "정석" 으로써, 이런 식의 히로인 개성의 패턴화는 라노벨 계열의 상황에 비추어 볼 떄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실제로도 타 소설에서 볼 수 없는 독창적인 개성의 히로인이 등장하는 소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정석적이라서 안정적이지만, 정석적이기에 뻔한 구성.
추세가 그렇다는 것은 알지만 어쩔 수 없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나마 히로인들의 종족이 각기 달리 했다는 점, 그 종족의 특성이 기존의 뻔한 종족에서 벗어난 것이어서 신선해서 좋았달까.
3. 잘 짜여진 세계관
기신전기 던브링어를 처음 읽다보면 초공간이동이니 엘터아머니 생소한 용어가 나와서 읽기가 다소 꺼려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글쓴이가 얼마나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는지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우리 주변에 넘쳐나는 러브 코미디물은 세계관을 정립하는데에 그리 큰 힘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이러한 소설의 대부분은 기본을 "현실" 에 둔채 부가적인 요소만 추가하는 식으로 세계관을 정립한다.
자동차가 있고, 학교가 있고, 나라는 대한민국이고... 우리 사회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사회통념과 과학상식이 지배하는 곳. 이렇게 기본 적인 "현대의 세계관"을 유지한채 부가적인 이능력이 있다면 그 이능력과 관련된 부분을 추가 삽입하는 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세계관을 짜내기 위한 시간과 노력이 다소 줄어드는 편이다.
하지만 SF나 판타지의 경우는 다르다. 미래의 초과학이 지배하는 곳에서는 아직도 인류가 자동차만 타고 다닐리가 없으며, 마법과 기사들이 존재하는 세계에 휴대폰이 있을리가 없다. 이는 현실에서 완전히 벗어난 별도의 세계이다.
즉 SF/판타지 장르를 구축한다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만든다는 것과 동의어이며, 이는 작가가 세계의 구성요소 하나하나를 직접 다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작가는 더 신중해야만 한다. 이미 기존에 잘 정립된 세계와는 달리 일개 개인이 만든 세계는 자칫하면 모순이 생길 수 있으니까.
일상에서 볼 수 없는 엘터아머니 초공간이동이니 하는 용어들의 등장은, 자신의 소설은 대충 만든게 아니라 오랜시간을 고심해서 만들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또한 이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모르긴 몰라도 기신전기 던브링어의 작가는 세계관을 정힙하는 데만 해도 한 달 동안 골머리를 썪히지 않았을까 싶다.(웃음)
4.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딱하지 않은 이야기
세계관을 공 들여서 짠 사람일 수록 자신이 만든 업적인 세계관에 대해서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 하지만 이는 라이트 노벨에 있어서 금기에 해당한다.
독자들은 재미난 이야기를 읽으러 오는 것이지 복잡한 세계관을 읽으러 오는 것이 아니다. 가령 프롤로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A왕이 다스리는 B제국에는 C제상과 D 참모가 있는데, 이들은 E라는 제도를 통해 D와 F라는 업적을 통해 국력을 증강시켰다. 이에 B제국의 주전파인 G장군과 H장군의 간언을 받아들여서 A왕은 I제국의 J영주가 다스리고 있는 K영토를 침공하기로 한다.
필자 같으면 이 책, 프롤로그만 보다 덮어버릴 것이다. 이것이 과도한 세계관에 대한 소개로 인한 문제점이다. 이러한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작가 스스로가 자중하여 세계관에 대한 상세 내용은 필요할때만 조금씩 꺼내는 것이 중요하다.
물 건너온 대표적인 모 메카닉 소설을 읽어본 이들이라면 무슨 슬레이브니 콕핏이니 무슨 드라이버니 하는 용어들도 인해 머리 아파본 이들도 있으리라.
기신전기 던브링어도 메카닉 배틀을 표방하고 있다. 따라서 앞서 말했듯이 작가 스스로가 짜만든 복잡한 설정들이 있고 종종 이러한 내용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크게 딱딱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세계관에 대한 설정들을 처음부터 장황하게 늘어놓지 않고 전반부 중반부 후반부에 나눠 골고루 흩어놓았기 때문이다.
처음에 생소한 용어가 등장한다. 이게뭐지? 설명을 읽고 넘어간다. 익숙해질 무렵이면 또 새로운게 등장하며 이에 대한 설명이 나오고 다음으로 계속..
이러한 방식의 전개를 통해 부담없이 읽어가면서 근근히 등장하는 새로운 용어를 알게되어 점점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또한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코믹한 상황은 이야기의 완급을 적절히 조절하여 다음의 상황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한다.
5. 메카닉류 소설의 꽃, 배틀신
소설, 애니메이션, 영화를 불문하고 "메카닉이 나왔다!" 라는 것은 "박진감 넘치는 배틀신이 등장!" 과 일맥상통한다. 애시당초 대부분의 메카닉들은 전투에 특화되게끔 하여 탄생하니까.
하지만 소설에 있어 최대 문제점은, 이러한 액션 배틀신은 글로 묘사하기가 상당히 난해하다는 점에 있다. 글로 주구장창 설명하기 보다는 화려한 이펙트가 들어간 애니메이션을 10초간 보는게 인상은 더 깊게 박히게 되는 법이다. 메카닉류 소설이 잘 없는 이유가 이러한 점에 기인할지도 모른다.
기신전기 던브링어의 배틀신 묘사가 어떠한가라고 묻는다면 이는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이를 딱히 비교해볼만한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굳이 설명을 해보라고 한다면 다음과 같이 대답할 수 있다.
기신전기 던브링어의 배틀신 묘사는 상당한 수준인 것 같다.
필자는 국내산(?) 다른 메카닉류 라이트 노벨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확실한 답은 내릴 수 없다. 하지만 필자의 경우는 배틀신 묘사를 읽으면서 주인공과 그 일행들이 처한 긴박한 상황이 머릿속에 이미지가 그려졌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배틀신 묘사에서 따분하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않았다는 것.
이 한마디로 정의내리고자 한다.
6. 약간의 아쉬움
라이트 노벨이라는 장르 자체가 주로 10대 남성을 타겟으로 하기에 여성들의 이런 저런 매력을 뽐낼 수 있는, 소위 말하는 서비스 신이라는게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소설은 서비스 신을 약간 억지로 우겨넣은 게 아닌가 하는 인상이 든다.
군인은 전쟁이 없어도 잘 때 말고는 누워서는 안된다 라는 말도 있을 정도인데, 언제 습격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체로 물놀이를 즐긴다 라는 것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비록 통상의 러브 코미디 처럼 넘어져서 히로인과 뭉클뭉클 신체접촉과 같은 것은 아니지만, 히로인들의 수영복 차림과 썬크림 바르기라는 상황 등의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평온함을 이 타이밍에 담았다는 것은 서비스 신을 위한 작가의 작위적인 요소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이 소설의 초판 특전에는 설정이 담긴 소책자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 부분도 약간의 아쉬움을 남긴다.
캐릭터 소개부분은 홈페이지의 내용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으며, 개념 설명도 크게 자세하게 나왔다고 보기엔 어렵다.
일단 설정집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다면 주인공이 쓸 수 있는 초능력의 종류와 그 특성 및 한계치 라든가, 메카닉 계열 소설이라는 특징답게 기체의 등급별 사이즈나 무장상황, 기신급 기체의 주력 기술과 그 효과 등을 상세히 기재했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7, 마치며
국내 라이트 노벨 업계는 일상을 바탕으로 한 하렘류 미소녀 소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 딱히 나쁘다고하는 것은 아니다. 라이트 노벨의 주 독자인 남성을 사로잡기 위해서 매력적인 여성이 등장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며, 이로 인해 이러한 부류의 소설을 쓰는 작가들이 대다수 일 것이다.
출판사는 자선 사업가가 아니다. 출판의 궁극적인 목적은 수익을 위해서이며, 이를 위해서는 당연시 시장성이 높아 보이는 소설들을 위주로 출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필자는 이러한 것들이 나쁘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필자도 이러한 류의 소설들도 상당히 좋아하며 소장하고 있는 것들도 있다.
다만 필자에게 있어 아쉬웠던 점은, 이러한 대세에 편승하느라 러브 코미디에서 벗어난 좀 더 진중한 작품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기신전기 던브링어는 충실한 세계관을 갖춘 소설이자 동시에 국내에선 보기 드문 메카닉 계열 라이트 노벨로써, 이러한 국내 라이트 노벨의 흐름에 획을 그었다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러브 코미디 계열 소설이 주류인 국내 라이트 노벨 업계에서 충실한 세계관을 기반으로한 메카닉 계열 라이트 노벨을 쓰게된 작가의 용기와, 통상적인 러브 코미디를 벗어난 색다른 계열의 소설을 출간할 결심을 하게 된 노블엔진의 도전정신에 찬사를 보낸다.
새벽의함성 개인 블로그 : http://roar_in_dawn.blog.me/1101402463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