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제일의 여동생님 감상.

0.

사실 안 살려고 했다. 도대체 내가 이 책을 왜 사야하는가? 라고 묻는다면. 정말로 답할 말이 없다. 티저 광고가 좋아서? 티저는 중2병의 냄새가 지나치게 났다. 본 광고가 좋아서? 본 광고는 정말 뽕빨물 냄새만 났다. 그럼 표지가 좋아서? 표지는 그냥 아무 느낌도 없었다. 일러스트? 웃기지 마라. 평균, 혹은 이하다.

2011년도 1차 공모전 당선자이기에 사는 거다.

그렇게 아무 기대감 없이 사서 보았다. 그리고 조금 놀랐다.

이 소설은 겉과 다르다. 그것도 상당히.

하지만 웃지는 못했다.

1.

무릇 사람이 책의 겉을 보면, 내부를 예상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소설은 그게 안 된다. 그냥 뒤에 소개말을 봐야, 그나마 조금이라도 감이 온다.

밝고 명랑한 러브 코미디 생각하신 분들?

이거 그런 거 아닙니다. 속지 마세요.

물론 일러스트에 여주인공이 벗은 게 많고. 진득한 키스 씬이 나오고. 개줄 플레이가 나오기는 하지만.

사실, 이거 엄청 어두운 속성이 많다. 그냥 간단한 뽕빨물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여동생 님, 거의 얀데레 수준의 집착을 보여준다. 게다가 중간 부분에 보면 상당히 열정적으로 쓴 고문 장면이 있다. 그리고 작품 내에서도 위기감이 상당히 팽배한 편이다.

그냥 하하호호 거리는 러브코미디가 아니며.

앞에 다크가 붙는 게 더 어울리는 놈이었다.

고로, 이 소설은 겉모양과는 조금 다른 내용을 가지고 있었다.

2.

예로부터 시드노벨은, 지금의 노블엔진이 흔히 하고 있듯, 그리고 시드노벨 자신도 흔히 진행 중이듯, 수준 이하의 작품을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 길게 이야기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시드노벨의 암흑기에는 그런 작품이 넘쳐 났으니까. 그리고 지금도 심심치 않게 이걸 소설이라고 적은 건가. 싶은 게 간혹 튀어나온다.

그만큼 조악한 문체와 이상한 플롯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소설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문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주인공이 시끄러운 걸 빼면 안정적이었다. 최근에 본 엔딩 이후의 세계에 비하면 훨씬 낫다. (솔직히 그쪽의 문체는 조금 지나친 감이 있었다.)

구성?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생각 건데, 이걸 플롯으로 봤다면, 최소한 사건 전개에는 찬성표를 던졌을 거다. 특별한 반전은 없었지만, 잘만 굴렸다면 매우 쓸 만했을 것이다.

개그? 개그가 괜찮다. 호불호가 조금은 갈릴 수도 있다. 내부에 DC 향취 나는 드립이 상당히 많고. 정치적인 드립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허나 전체적으로는 꽤 웃겼다.

뽕빨? 뽕빨하면 시드다. 미소녀 옷 벗기는 것만큼은 정말로 뛰어나지 않은가. 이미 나호에서 안 사실 반복할 필요 없을 거다.

문체, 구성, 개그, 뽕빨.

소설로써의 기초와 라노벨로써의 재미를 갖춘 것 같지 않은가? 이만하면 썩 괜찮아 보인다.

거기에 +알파 정도만 하면, 수작 가볍게 갈 것 같지 않은가?

허나 나는 절대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없었다.

3.

이 소설을 읽을 때, 나는 꽤 화가 났다. 도저히 주인공에게 몰입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지나치게 시끄러운 탓도 있었다. 허나 그만큼 웃겼기에 그 정도는 용납할 수 있었다. 사실 초반은 어느 정도 몰입 했었다. 소녀가 나타나고, 인생의 벽 앞에 놓인 주인공의 처량함은 상당히 괜찮았다. 돈도 생겼고, 귀여운 여자애도 얻었지만 내가 거기 있다면 자살했을 것 같다, 싶은 곳이었다.

중반까지만 해도 사실 이 작품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려줄까 고민했다. 마리아의 집착이 드러나는 부분이 매우 섬뜩했기 때문이다. 전에 어떤 이의 작품을 읽고 얀데레가 이렇게 무서운 거구나, 느꼈던 나로는. 괜찮았다.

허나 초반부터 불안 요소는 존재했고. 결국 중반에 그게 터져 버렸다.

이 주인공은 정말 인형 같았다. 인형 같이 이쁘다는 게 아니다. 그냥 스토리 따라서, 제멋대로 끌려간다. 분명 흐름상으로는 화를 내야하는데. 스토리의 필요상 납득해야 하니 납득한다. 게다가 도로시도 나중에 이상하게 움직인다.

차라리 마리아의 감정선이 가장 납득하기 쉽다. 이해가는 게 단 하나도 없으니까. 그냥 설정이 이러니 이렇게 생각할 테니까 말이다.

고로 굉장히 몰입하기가 힘들었다.

허나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다. 진짜는, 우리의 여동생님, 마리아에 대한 문제이다.

마리아는 내가 본 캐릭터 중 가장 끔찍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악당으로 등장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수준이다. 실제로 작가도 그런 의도로 만든 것 같고 말이다. 사람을 벌레, 혹은 사용물 취급하며, 잔인한 고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비틀린 사고방식에 비틀린 애정.

허나 귀여운 면모도 분명히 존재했고. 실제로 하는 행동이 좀 팔푼이 같은 게 귀엽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작가 의도대로다. 일은 제대로 잘 벌인 것 같았다.

마리아의 집착을 보여 주인공은 두려움을 느끼고. 마리아의 귀여운 면모 때문에 주인공은 애착을 느낀다. 우리도 어느 정도 그게 따라서 가능하고.

허나 문제는 다음이다.

찝찝하다. 물론 비약이기는 하지만. 이건 마치 독재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면서. 대량학살자도 인간이다! 를 보는 것 같았다. 물론 제대로 해결하면 괜찮다. 주인공이 이 히로인의 생각에 대항하던지. 아니면 천천히 고쳐나가며 새로운 미래를 모색해도 좋다. 뭐든지, 일단은 처리만 하면 되는 것이다. 까다롭기는 하지만,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데 엔딩은 왜 가족애를 강조하며 끝나는가?

그냥 대충 마리아의 생각이 옳은 것 같아. 하며 넘어간다. 혹은 마리아도 인간이니까. 그냥 문제를 보지도 않고 대충 치워버린단 말이다.

일만 그럴듯하게 벌였다는 뜻이다.

그러한 점에서 나는 절대 이 작품을 좋게 볼 수 없다.

4.

지금 나는 작품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니시오 이신은 끝내주게 멋진 캐릭터와 끝내주는 플롯과 끝내주는 만담을 가져오지 않는가? 그런 거라면 만족할 수 있다. (히로인 학살만 안 하면 된다.) 내가 위에서 지적한 것은 기초적인 실수이며. 작품의 재미에 해가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이 작품의 판매량에 해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슬프게도 그게 현실이다. 트와일라잇이 골 빈 머리로 사랑만 외쳐도 잘 팔리듯, 캐릭터만 귀여우면 되는 거다. 섹시하게 잘 벗기만 하면 되는 거다. 그렇지 않은가?

양판소들이 그렇듯 독자들은 캐릭터에 집중할 것이다. 그러니 캐릭터가 모에하냐 아니냐가 중요하다. 얼마나 섹시한가가 중요하다. 그래야 잘 팔리니까.

잘 쓴 글과 잘 팔릴 글은 엄연히 다르다.

그리고 이 글은 잘 팔리기 위해 많은 것을 투자했다.

아마 그렇기에, 이 글은 최소한 그럭저럭 팔릴 것이다. 히로인이 세 명 뿐이기는 하지만, 썩질이 괜찮기 때문이다. 리리는 조금 흔해 빠진 캐릭터였지만. 나머지 둘은 그런대로 볼만 했다.

아마 많은 여러분은 이게 퍽 볼만 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좋은 글이라고 외칠 지도 모른다. 여러분이 재미있다면, 그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 글은 딱 평작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기초와 괜찮은 개그를 가졌지만, 그만큼 기초적인 문제를 처리하지 못한 글이라고 판단해서이다.

이상 작가의 건필을 빌며, 감상을 종료하겠다.

5. 사담

1.근데 진짜 광고 만든 사람은 반성하기를 바란다. 진짜 사기 싫은 광고였다.

2. 작가가 똑똑한 사람이라는 게 많이 보였다. 정치적인 예시들이 꽤 공부한 사람 티가 났다.

3. 이번 감상글은 정말 대충적은 것 같아 보인다. 열심히 적었는데 말이지.

4. 작성에 도움을 주신 송설 님, 이하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5. 난 이제 작가에게 죽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