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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제일의 여동생님 (시드노벨)
글 김월히 그림 nyanya
장르 시스터 러브코미디

실제 장르
근친

글 ★☆
그림 ★★★★

세계관

본 작품은 나오기 전부터 작품의 설정에 대해서 말이 조금 있었다. 남캐도 예쁘면 여캐로 쳐주는 요즘 오덕계에 여동생이 오빠한테 끈적하게 달라붙는 건 전혀 놀랍지도 않지만, 전범이니 학살이니 하는 단어를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뭐 물론 라노벨에서 다루기에는 조금 민감한 소재가 맞긴한데 필자는 그것보단 다른 쪽으로 걱정이 되었다. 바로 '중심을 어디로 잡느냐'였다.

사실 저런 소재들을 고른 시점에서 뭘 고르든 난처한 건 똑같았다. 전쟁이나 기업같은 묵직한 이야기로 깊게 빠져 음모나 파헤치고 있기도 뭐하고, 여동생쪽으로 깊게 빠져 무늬만 느와르에 내용은 십덕하게 가기도 좀 뭐하다. 메인소재가 둘 다 난해하다보니 이러나 저러나 좋은 반응은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둘 다 잡아봐야 본전 못 잡으면 지뢰 소리나 들을게 뻔한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아쉽게도 둘 다 못잡았다. 나처럼 '여동생' 때문에 알고도 낚인 사람은 생각 외로 근친맛이 없어 실망할 것이고, 누구처럼 '여동생'이 싫어도 '블랙헤이젤'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해서 산 사람들은 생각보다 근친으로 많이 빠져서 실망할 것 같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한쪽만 집중해도 힘든 걸 둘 다 건드렸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다. 자세한 이야기는 스토리 파트에서 계속하도록 하자.


스토리

분명 읽어놓고도 내가 도대체 뭘 읽었는지 모르겠다. 어떤 소설을 읽고 스토리를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는것은 스토리가 정말 간단해서가 아니라 스토리가 깔끔해서인데, 이 책을 읽고는 대충이라도 요약해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한 권 내내 딱 정리되는 느낌이 전혀 없고 모든 캐릭터들이 무의미하게 이랬다가 저랬다가 열심히 설쳐대기만 할 뿐이다.

전쟁과 음모, 죽음이 도사리는 가문 이야기는 너무 무겁고 사랑과 질투, 애들 장난만 있는 집 이야기는 너무 가볍다. 하다못해 많은 러브코미디들이 그렇듯 쭉 가볍다가 마지막에 급하게 무거워지는 경우라면 모르겠는데, 이건 뭐 초반이고 후반이고 할 것 없이 그냥 분위기를 들었다 놨다 마구잡이로 흔들어댄다. 그 과정에서 캐릭터들이 겪는 멘탈붕괴는 심각할 정도로 뻔했고, 그게 반복되자 내 멘탈도 붕괴되었다. 메인 스토리가 이정도로 막장이면 모에로 치유를 하든가 드립으로 웃겨주든가 만회를 해야할텐데 그조차 없었으니 다 읽은 후의 내가 어떤 상태였을지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끝이 아니다. 조울증이라도 걸린 것마냥 대책없이 분위기가 바뀌는 것도 문제지만, 억지스럽고 막나가는 전개도 큰 문제였다. 감정같은 건 생각해볼 것도 없이 그냥 줄거리 자체가 두서없다. 물론 근친물이다 보니 정상인의 감각으로 이해하는 게 어려운 건 알지만, 그걸 감안한다고 쳐도 이건 좀 심했다. 눈 딱 감고 근친 하나는 모른척 하려고 해도 워낙 곳곳에 이상한 게 많아 봐주려고 해도 봐줄 수가 없었다.

심지어 마지막엔 다음권에서 쓸 떡밥까지 남겨놓았다. 이건 아니꼽다기보다는 무슨 속셈인지 궁금한데, 분명 넘버링은 되어있지 않지만 내용을 보면 꼭 2권을 낼 생각인것같다. 만약 이런 점까지 생각해서 책을 고르는 사람들은 2권이 나올때까지 기다리든가 하는게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2권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캐릭터

1권이 나오고 온갖 욕을 다 먹어가며 광역 어그로를 끌었던 나와 호랑이님이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건 모든 단점을 한번에 뒤엎을만한 장점, 캐릭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에서 온갖 혹평을 다 들어놓고도 아직도 혹평이 계속되는 건 이 소설에 쓸만한 캐릭터가 없기 때문이다.

* 리리 : 해괴한 조사생략체를 구사하는 12세 로리 여캐. 본 작품에서는 가장 흥한 히로인이었으나 절대평가에선 한참 모자라다. 가만 생각해보면 이렇다할 개성도 없는데다가 하는 짓도 이해가 안가고 더 나아가 왜 있는지부터가 의문이다. 농담이지만 자기 입으로 주인님의 성욕 처리용 펫이니 뭐니하는데, 그런 섹드립이나 치려고 만든 캐릭터라면 성욕 처리용 펫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성욕 처리용으로 기른 펫이나, 섹드립 치라고 만들어진 히로인이나. 그냥 인형같은 느낌이었다.
진짜 혼이 담긴 로리란 어떤 것인지 나와 호랑이님을 보면서 공부라도 했으면 좋겠다.

* 마리아 : 간만에 오드아이를 달고 나와서 어떤가 했는데 그냥 흔한 천재에 귀족에 미녀에 오빠바보였다. 블랙헤이젤에 대해서는 생각 외로 무척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었고, 근친에 대해서는 생각 외로 재미가 없었다. 후속권도 아니고 1권이면 좀 신박하게 나갈법도 한데, 글이고 그림이고 수위만 쓸데없이 잔뜩 높혔지 막상 새롭거나 재미있다고 할 부분은 전혀 없었다. 요즘 시대에 여동생이랑 목욕하는 장면은 스포일러도 못된다. 작가가 여동생 모에를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 도로시 : 억지킹 억지왕 억지짱 등장할때부터 책 덮을때까지 이해가 하나도 안됐던 캐릭터였다. 다짜고짜 틱틱대고 이상하게 꼬인 백합에 수음, 복종 등등 세상에 있는 모든 억지를 모은 것 같은 캐릭터였다. 리리가 '얘 왜 있지?' 정도라면 도로시는 '얘 없으면 안되나?' 정도였다. 얘 하나만 없었어도 책 수준이 확 올라갔을 것이다. 캐릭터 자체가 밉상이라는 건 아니지만, 작품 전체에 미친 해악이 너무나 크다. 2권이 나오면 불에 태워 죽이고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겼으면 좋겠다. 오래된 생각이다.



문장

기복 없이 안정적인건 좋았는데 문장력 자체가 별로였다. 전체적으로 조금씩 조금씩 모자란 느낌인데 굳이 하나 콕 집어 말하자면 어휘 활용이 특히 안 좋았다. 그냥 쉽게 해도 될 말인데도 한자어를 덕지덕지 발라 그렇지않아도 안 읽히는 걸 더 안 읽히게 만든 것이다. 고치려면 못 고칠 것도 없지만, 이게 생각과는 달리 꽤 고치기 힘든 문제라 과연 잘 고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심한 경우에는 이게 문제인지조차 모르는 사람도 있고.

사실 디씨 드립은 몇가지 흥한게 좀 있었지만 이건 호불호가 갈리니까 각자 판단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일러스트

그림 자체는 깔끔하고 예쁘고 딱히 어디 깔 곳이 없었다. 다만 그림이 글을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고 글이 그림을 제대로 못받쳐준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 책은 일러스트 때문에 팔렸다'정도는 아니고, 그냥 궁합이 조금 안맞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