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반부는 그야말로 청춘돋는 러브코미디 전개.
1권에 비해서도 왠지 부드럽고 상냥해진 분위기 덕분에, 주인공의 평범하면서도 꺄아꺄아 우후후한 고등학교 생활을 지켜보는 내내 히죽히죽이 멈추질 않았다.
봄 날씨에 어울리는 왠 나비들이 팔랑팔랑 날아와서 캐릭터들의 머리위에 앉는다거나 하는 훈훈하고 귀여운 상황개그라던가,
스마트폰 속에 들어가서 앱들이랑 같이 꼬물거리고 있는
러브맥거핀플러스 같은 깨알같은 귀염요소들이 진짜 큥 하니 마음에 들었다.
아, 정말이지 따듯하고 이상적인 일상 만세-!
더욱이 이런 러브코미디 전개를 부채질한 것은 지난권 마지막에 드디어 과거의 진실이 밝혀지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희진의 존재.
1권 초반에는 단순한 싸이코에 츤100%의 냉혈전사처럼 여겨졌던 캐릭터가 후반부에 가서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데레1%를 보여주더니, 2권에 와서는 데레와 츤츤이 이상적으로 섞인 최강의 새침데기 소꿉친구가 되었다. 만세!!
분명 내가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전개가 도래한거다. 희진은 자신의 감정에 좀 더 솔직해졌고, 주인공은 죄책감이라는 장벽이 어느정도 사라진 덕분에 좀 더 솔직하게 소꿉친구와 자신의 감정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생긴거다. 그러니까 곧바로 만리장성 렛츠고!
....는 무슨. 시-하 너 진짜 공기 좀 읽어랔ㅋㅋㅋㅋ 이 병신같은 인간아! 하렘마스터라면서 왜 소꿉친구 맘을 몰라주냐고! 왜 딱 그 부분에서만 둔해빠졌어!
각설하고. 그런 전반부도 사실 마냥 즐거운 이야기로 채워져 있는 것은 아니었다. 왕따 당하고 있는 고아출신 기초생활수급자라는 현실적인 불행소녀에 대한 이야기가 사실상의 메인이니까. 하지만 주인공의 전직이 전직인지라 만렙용사답게 온갖 깡다구와 뒷공작(...)으로 멋지게 반에서 고립된 불행소녀를 구해내는 장면이 실로 카타르시스.....는 개뿔! 하라는 희진이 공략은 안하고 뭐하는 지거리야아아아!
그래도 이 캐릭 저 캐릭 공략하러 다니던 단편집에 가까웠던 1권과는 달리,
1.왕따소녀를 구한다, 2.희진과의 관계를 회복한다. 라는 두 가지의 명확한 목표가 있는 덕분에 인물관계는 간략해졌고, 주인공의 행동동기도 충분히 납득할 만 했기에 훨씬 집중해서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었다.
2.
아, 정말이지 따듯하고 이상적인 일상 만세-!라고 생각했던 시기가 제게도 있었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중반부터 4각 관계를 넘어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꼬이기 시작하더니...?
....ㅋ..ㅋㅋㅋㅋ
암흑의 다크니스 발사! 납치감금 발사!
희몰아치는 애증의 소용돌이 발사!
봄 날씨에 어울리는 왠 나비들이 팔랑팔랑 날아와서 캐릭터들의 머리위에 앉는다거나 하는 훈훈하고 귀여운 상황개그라던가
....훈훈하고 귀여운... 뭐? ㅋㅋㅋㅋ 유감이네! 다 페이크였습니닼!
중반부의 쁘띠 NTR 시추에이션부터 진짜 풀프라이스 NTR게임 뺨치는 상실감과 초조함을 선사하는가 싶더니,
클라이막스에 가서 성대하게 터져나오는 독기와 후회의 어둠 쇼쇼쇼! 으아아아!
모든 것은 결국 주인공의 주제넘은 참견질 때문에 벌어진 결과였고, 덕분에 소꿉친구는 곧 범해질거고, 상황에 맞게 이 사람 저 사람 이용해먹는 모습은 저 찌질이 흑막이나 너나 똑같단다. 라고 친절하게 자근자근 밟아주는 독기어린 전개 때문에 잠시 마음이 꺾일 뻔 했다.
특히 희진이... 이 아이에 대한 취급 너무 심하다 정말ㅠㅠㅠㅠ
1권에서도 미친년 취급 받아가며 흑막하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간신히 오해가 풀리길래 이제야 보상이 돌아오는가 싶었는데 말이지.
그런거 없고 보답받지 못하는 사랑! 쁘띠NTR의 희생양! 납치감금! 3연타!
이렇게까지 고생한 이상 이번에야말로, 드디어 보상을 받을 시간이다!
찌질한 반장새끼 죽어! 그리고 지금에야말로 희진에게 합당한 보상을!
이 되어야 했을 것인데...?
3.
다시 한번 불러봅니다.
후칸젠넨쇼 난다로 소 난다로 소 난다로ㅠㅠ
으아아아아아 뭐야 이 결말! 그런게 어딨어! 반칙! 반칙! 당연히 여기까지 이렇게 와버리면 희진이랑 엮어줘야지 되는거 아닌가요? 만리장성 고고! 희진 루트 엔딩! 완결! 그동안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러케 이러케 되야 하들!
1권에선 의사쌤이 방해를 놓더니 이번엔 또 다른 애가 결정적 순간에 초를 치네! 너 그말 하지마! 하지말라고! 성질이나서 정말! 으아아아아아ㅠㅠㅠㅠㅠㅠㅠㅠ
사정이 이렇다보니 희진이 주역임에도 불구하고, 멘붕직전 주인공에게 멘탈을 불어넣는 야니 같은 아이가 오히려 더 돋보이게 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말았다.
아니, 야니를 특별히 싫어하는 건 아닌데, 1권에서도 그렇고 맛있는 부분만 자꾸 가져가니까 그 뒤에 끼어있는 희진이 상대적으로 자꾸 가려버리잖아ㅠㅠ
흑막에 대한 처우도 조금은 불만사항.
분위기 상으로 보면 반장 이 녀석은 보나마나 사망플래그 아니면 하다못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수복불가능한 반병신이 되버린다거나 그렇게 되는게 당연해 보였는데.
뭐? TS? 69뭐시기 하는 기계, 그거 그냥 맥거핀 아니었나요. 왜 이런 상황에서 그게 튀어나와 가지고선 초절정 미소녀로 변신시키냐고욬ㅋㅋㅋ 이게 무슨 놈의 인과응보? 그야말로 '우리업계에선 보상입니다' 시추에이션이잖아;
물론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제일 먼저 떠오른게 진키 익스텐드의 찌질이 카리스 노우만의 비참한
최후.
아마 모르긴 해도 작가의 전작을 생각해본다면 당초의 원안은 이런 다크한 이야기 쪽으로 흘러가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도 들고.
4.
평범하게 기승독결이 아니라 기승독독으로 끝났으면 정말 후련하고 좋았을텐데 하는 바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결말이 무르다고 이 작품의 가치가 깍여내려가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폭력적이거나 어두운 이야기를 싫어하는 나이니 만큼 딱 이정도의 달콤함과 독기가 섞여있는 편이 딱 좋은 건지도 모른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단점이 보완되고, 장점이 강화되어 빛과 어둠의 절묘한 균형점을 찾은 느낌이다.
결론은 추천. 숨막히는 감정의 역동성에 있어서 국내 작품 중에선 단연 손에 꼽을만한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