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딱 평범한 슈퍼로봇물. 호쾌한 먼치킨물이라 읽기 편하고, 1권만 보면 설정도 무난해서 딱히 뒷맛이 씁쓸한 부분도 없다.

홍정훈이 라노베를 쓴다는 얘기만 들었을 때 기대한건 좀 더 홍정훈스러운, 썩은맛이 나는 작품이었지만 던브링어의 광고를 보고 그 기대는 접었다. 그리고 애초에 홍정훈스러운 방향성을 기대하지 않고 읽어서 그런지 매우 만족했다. 요새 넘쳐나는 쓰레기급 라노베&양판소를 보면서 평타만 쳐도 다행이라고 여기고 있다보니 더욱 그런듯.

1.
예고/광고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한 우주 최강의 고문관, 우주 최강의 관심사병, 중장이 이병으로 재입대…같은 문구는 반은 맞는것같기도 하고 반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저렇게 강조할 만큼 작중 그부분의 비중이 높았냐고 하면 딱히 그건 아닌 것 같고, 그래도 레저스 던브링어가 훈련병으로서 고문관짓을 하는게 지면의 거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니까 또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개그파트는 거의 전반부에 몰려있다. 재미는 있지만 이야기 구조상 꼭 필요한 건 아닌, 그런 느낌.

2.
중반부는 러브코메 파트라고 할 수 있겠는데, 다른 분들도 지적하셨지만 히로인들이 주인공인 레저스에게 달려드는 데 당위성이 부족해보인다. 근데 당위성 부족하게 히로인 꼬이는 라노베가 요새 워낙 많으니까 상관 없어! 물론 작가 홍정훈으로서는 평소에 하지 않았던 짓으로 보이긴 하지만, 이건 1권 안에 모든 얘기를 꾸겨넣어야 하는 라노베의 호흡에, 홍정훈이 평소에 쓰는 긴 호흡의 이야기를 집어넣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이와 연결돼서 히로인들의 캐릭터성이 좀 아쉬워 진 것도 사실. 히로인들이 주인공에게 꼬이는 당위성 (즉 "왜 반했는가"에 대한 이야기) 부분이 삭제되다 보니까 기존 작들에 비해 좀 심할 정도로 얀데레 / 츤데레 / 색기계 누님 이라는 공식에 짜맞춰 넣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러한 캐릭터의 속성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천천히 부여된다면 똑같은 속성이라도 캐릭터성이 되지만, 이야기가 뒷받침되지 않고 급격하게 부여되면 그냥 기호가 되어버린다. 속성을 캐릭터성이 아니라 기호로서 부여하는 방식은 최근의 서브컬쳐계에서 흔히 일어나는 현상인데, 뭐 이젠 너무 익숙해져서 그러려니….

3.
전투 파트는 생각보다 많이 괜찮았다. 모님은 리얼 메카닉계 전투를 기대했는데 무협지가 나왔다고 하셨지만, 내가 보기엔 무협지라고 하기까진 좀 뭐하고 딱 홍정훈식 슈퍼계 전투라고 해야하나…. 이부분에서만큼은 홍정훈식의 방향성이 그대로 드러난듯. 쏘고, 패고, 찢어발기는 먼치킨 전투를 부담스럽지 않게 묘사한다는 점에서는 한국에서 홍정훈은 상위급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아 그래도 발틴 사가는 좀 부담스러웠어….

4.
아무튼 그래서 홍정훈이라는 네임밸류에는 걸맞는 작품이지만, 홍정훈이라는 작가의 방향성에서는 조금 어긋나지 않았나 하는 얘기. 물론 나는 처음 광고를 봤을때부터 홍정훈식이 아닐거란 걸 감안을 하고 봤으니까 상당히 만족했지만, 말 그대로 홍정훈식 라노베를 기대하고 본 사람이라면 좀 아쉬울지도 모르겠다.

EX.
왜 꾸엠은 표지만 그리는가…
아니 철이인가 하는 신인 일러스트레이터가 나쁘다는 건 아닌데(오히려 상당히 잘 그렸다고 생각한다) 꾸엠 표지가 너무 퀄리티가 높았다. 그리고 노블엔진 특유의 뭔가 흑백 일러스트 인쇄 상태가 나빠보이는 건 여전한 듯. 이게 해상도 문제인건지 아니면 인쇄품질 문제인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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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은 http://indigoblue.egloos.com/2024055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