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테르의 한 줄 평 : 아무리 1인칭 주인공 시점이라지만 망상 좀 그만해라 이놈A

유테르의 한 줄 평은 어디까지나 유테르 주관의 집합체입니다. 크게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마.
* 이 헤살은 한 야매블로거의 되도않는 후기를 간결하게 압축한 것입니다.

* 일코질하는 숨덕의 헤살(=리뷰, 스포일러)라 덕요소가 소소하게는 개뿔이고 왕창 들어가 있습니다.

여태까지 노블엔진의 일본 신작들을 보면 막나가거나 혹은 보기 편하거나로 편의상 나눌 수 있는데, 이 <귀 자르는 네루리님의 입학 만세 만세 만만세> (이하 네루리님)은 제 3의 영역을 구축하면서 시작합니다. 바로 정신없음이죠. 진짜 정신없습니다. 하필 화자인 녀석(레이치)이 망상벽을 만리장성으로 쌓는 수준이라 집중을 하지 않으면 이 스토리의 전체적인 흐름을 놓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시작부터 이 소설 레알 정신없음요 ㅇㅇ 이라고 대놓고 시작하는 제 헤살이 참 이 책을 읽지 말라고 대놓고 말하는거냐! 라고 생각하신다면 그건 또 아닙니다. 일단 내용적인 면은 후에 또 한 번 언급하겠고, 전 디자인 적인 면에서 조금 얘기를 꺼내볼까 합니다. 솔직히 정신없다는 평은 다른 리뷰어들 께서도 많이 지적하신 부분이거든요. 그리고 이 소설을 살까말까 고민했을 당시, 만약 산다면 꼭 이건 헤살에서 짚고 넘어가야겠다 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소설에 대해서 얘기를 하려고 하는데, 왜 디자인을 따짐요? 하고 얘기가 들어올 수도 있지만, 일러스트 및 디자인적인 얘기입니다. 제가 전공이 디자인과라 또 이런 걸 따지는 걸 좋아해서(....) 라이트노벨이 그렇지만, 내용 못지 않게 일러스트와 디자인이 그 소설의 매력을 좌지우지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제가 본 어떤 라이트노벨보다 이 소설의 디자인은 거의 top을 찍을 정도로 디자인이 예쁜 편입니다. 표지도 그렇고 내지 제목 타이포그래피도 그렇고. 표지를 원판을 찾아봤는데, 라이트노벨이 왠만한 경우가 아니면 원판 표지를 계승해 바꾼다는 점을 감안하면, 바다건너 표지가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 자체로도 이 표지 디자인에 대해선 올 괜찮네? ㅋ 얘기가 많이 나왔을 거 같아요. 제가 이 소설이 나온다는 소식을 봤을 당시에도 '내용이 어떨진 모르겠지만, 표지 쩐다!!' 라는 느낌이 강했거든요.

일러스트 자체는 셀 식인데 상당히 단조로운 느낌으로, 하지만 강한 배색의 차이로 상당히 깔끔해 보이는 편입니다. 모에를 추구하는 소설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모에~ 한 여자 주인공도 보이지 않구요. 그런 스타일의 소설 내용과 일러스트레이터이신 우키님의 일러스트 스타일, 그리고 표지 디자인마저 깔끔함을 추구해서 그런지 그야말로 깔끔깔끔하죠. 제가 노블엔진에서 일본작을 샀던게 <앨리스랑 마사요시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전 3권 완결), <주전포수 시노하라 씨>(현재 2권 발매중), <내 여자친구와 소꿉친구가 완전 수라장>(현재 3권 발매중) 총 세 권인데, 내용 일단 접어두고 세 작품 다 일러스트가 꽤 깔끔하게 따악 하고 정리되는 그런 느낌이 강하더라구요. 특히 <주전포수 시노하라 씨>는 내부에 스테이터스 카드 디자인 등이 너무 공이 많이 들어가서, 와, 진짜 이건 도대체 글을 보라는거냐 이 디자인을 보라는거냐!! 라고 고심하게 할 정도였으니(...)

자자, 디자인 얘기는 여기서 접고, 다시 소설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너무 디자인만 보고 하악대서 디자인빨로 먹고 들어가는 소설 아니냐 소리 들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드는군요. 노블엔진에서 소개할 당시 이 소설이 [네루리]는 러시아의 공산당체제와 지방 군벌 체제의 대립을 학원 코미디로 바꾸어버린 유쾌하고도 기발한 작품 이라는 소개를 한 적이 있습니다만, 전 일단 러시아랑 그닥 연관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아마 저같은 분들도 상당수 있으실 거 같고... 솔직히 저같은 20대 초반의 사람이나, 라이트노벨의 주 연령층이 특정하게 러시아를 좋아하지 않는 이상은, 이 부분에 대해선 잘 모를 확률이 커서 작가분의 이런 시도는 한국에서는 크게 어필을 못 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 작품의 세계관은 독특함 그 자체입니다. 위에서 언급된 공산당체제 + 지방 군벌 체제 뭐 그런거 몰라도, 네루리님에서 나오는 나라들은 그야말로 다양하고, 각자의 아이덴디티가 분명합니다. 당장 네루리님이 오신 나라에선 자신의 시종의 귀를 잘라 그 위치에 깃털로 장식하는 것이 그 나라의 '관습'이죠. 현대인들의 입장에서 그 관습이 불쾌하거나, 별로 좋지 않은 기분이 들 수도 있지만 그 나라에서 그것을 예법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냥 문화적 차이로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다양한 나라들이 있기 때문에 주인공인 레이치는 외국인의 입장에서 이 사람은 이 나라에서 와서 이렇고, 저 사람은 저 나라에서 와서 저렇고 우왕 신기하다라는, 말 그대로 우리가 서양인들을 보고 '신기해!'라고 느끼는 그 감정들에 무척이나 솔직하고, 그 묘사 또한 리얼합니다. 이 작이 처녀작인걸 감안한다 해도, 감정묘사는 물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장소묘사 등도 상당히 잘 하시는 것으로 보이죠. 때때로 그것이 너무 길어져서 몰입을 방해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말입니다. 마치 제가 이런 느낌을 들었던 게 <해리 포터>라 간간히 해리 포터가 생각이 나기도 하구요.

주인공에 대한 얘기도 해보죠. 주인공인 레이치 레이치이치 녀석은 본인이 자기 입으로 소개했듯이 왕족들이 입학할 수 있는 학교에 아버지의 연줄로 들어온, 그거 빼고는 바보털과 변태력은 제외하고 참 평범한 녀석입니다. 생각하는 것에 있어 패러디가 많은 것으로 보아 덕력도 어느정도 구비한 라이트노벨의 전형적인 남자 주인공 그 자체죠. 본의 아니게 사건에 휘말리는 점 또한 같습니다만, 전 이런 식으로 캐릭터의 개성이 하나하나 죽지 않고 무슨 두더지 게임하는 것처럼 잊었다 하면 나타나고, 까먹을 새도 없이 다시 기억력 재가동 시켜주는 소설은 거의 처음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 이 녀석이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말하지 않았다면 이 녀석의 존재마저 잊어버렸을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더군요.

다만 이 녀석 최대의 문제이자 소설 내에서도 최대의 문제로 잡히는게 바로 앞에서도 언급한 망상벽입니다. 진지한 부분에서도 만리장성, 아닌 데서도 만리장성. 그만 좀 쌓으라고 하고 싶을 정도로 정신없습니다. 저도 한 망상 하지만 이 녀석은 그야말로 장난아닌 수준입니다. 도대체 이러고 평상시 생활이 가능하긴 한가 하고 물어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가끔 변태소리 듣고 하긴 하는거 같으니 완전히 일상적인 생활은 그에게 무리인 것 같습니다만. 망상벽이 좀 줄어서 성 한 채 지을 정도로만 줄었으면 좋겠어요. 시리즈 내내 만리장성 쌓는다면 전 울을 거 같습니다. 그만 쌓으라고 이놈아!! ㅠ_ㅠ 라면서요.

그리고 이 망상벽 때문에 저는 이 주인공이 네루리를 좋아할 거라는 예상은 전혀 하지도 못했습니다. 스토리의 흐름을 놓친거죠. 제일 중요한 보이밋걸 다음 단계를 놓치다니! 그것도 주인공 때문에! 그야말로 눈물이 나오는 순간입니다(...) 다른 거 다 좋은데 이 놈의 망상벽이 스토리를 자꾸 중간중간 씹어먹는 경향이 있어서 전부 이 놈의 망상벽 때문에 깎인 거에요. 레이치를 죽입시다 레이치는 우리의 원쑤! (응?) 다른 작품들이 헤살 내에서 스토리에 대한 언급을 하는데 제가 이번 리뷰에서 스토리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 이유가 제일 큽니다. 평소와 같은 마음으로 이걸 읽었더니 스토리가 저 하늘위로오~ 나는요~ 오빠가~ 좋은걸~ .... 이 아닌가?(먼산)

정신 똑바로 집중하고, 이 망상벽의 훼이크에 속지 않는다면, 이 작품은 상당히 잘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하지만 설렁설렁 읽으시다간 정말 밑도끝도 없이 제멋대로 스토리가 저 멀리 날아가버려서 읽는 사람에게 멘붕을 안겨다 주는 작품이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라이트노벨이란 장르라지만, 대략 3~4시간 하루 투자해서 집중해서 읽으신다면 저 같이 헤살 쓰다가 내가 뭘 쓰지 하는 경우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네루리님 시리즈의 2권은 리뷰를 보고 살 생각입니다. 그 때까지 레이치 이놈이 망상벽을 안 줄였으면 아마 사기는 글러먹을지도 모르겠네요. 확실한 건, 저도 한 망상 하지만 이 놈처럼 이렇게 망상벽을 쌓는 놈은 처음 봤다는 겁니다. 아니 내가 지다니. 패배자의 기분을 창작물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어요.

어여됐든, 이상 네루리님 시리즈의 신호탄, <귀 자르는 네루리님의 입학 만세 만세 만만세>의 헤살을 마칩니다.

티스토리 내 별점은 3.5/5, 원 글의 주소 : http://yuther.tistory.com/2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