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리뷰에는 상당한 네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을 읽으셨거나 읽을 예정이 없으신 분만 봐주세요.

들어가며

으음... 위에도 나왔듯이, 네타가 포함되어 있으니 싫으신 분은 조용히 뒤로가기를 눌러 주시기를 바라며, 감상글을 시작하겠습니다.

캐릭터나 세계관 등의 정보는 이미 숙지하고 계시다는 가정 하에 글을 진행하겠습니다. 진행 방식은 먼저 단점을, 그리고 장점을 설명하고 마무리를 맺는 식으로 하겠습니다.

그럼 우선 장점부터.

장점 1. 캐릭터들의 적절한 운용.

'이 캐릭터는 이 소설에서밖에 본 적이 없어!'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개성 있는 캐릭터는 없었지만, '평범한 캐릭터들의 매력'이 뭔지 고심하신 흔적이 엿보입니다. (예를 들어 마녀라던가, 마녀라던가, 2층에서 주인공에게 뛰어내린 뒤 입술을 겹쳐 오는 마녀라던가, 싫어 싫어를 밥 먹듯이 내뱉다가도 은근슬쩍 호의를 내비쳐 오는 마녀라던가, '언니가 너무 귀여워!'라고 외치는 마녀라던가, 그리고 또 마녀라던가...)

장르에 관계없이 캐릭터는 라이트노벨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캐릭터들이 '장르를 잘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만약 단순한 러브코미디였다면 상당히 식상해 보였을 캐릭터들이었지만, 장르 자체가 진지하기 때문에 그만큼 캐릭터의 비중이 줄어들었다는 느낌입니다. 보통 이런 장르에서는 캐릭터를 살려야 한다는 중압감에 개성 강한 캐릭터들을 다수 넣었다가 글의 분위기를 흐리는 경우가 많죠. 이런 경우, 결국 그 소설은 이도 저도 아닌 작품이 되고 맙니다.

차라리 이렇게 '전형적인 캐릭터'들을 흥미진진한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보여 주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장점 2. 거부감이 적은 심리묘사.

이러한 스릴러 계열의 장르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것. 바로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입니다.

더구나 이 작품은 '살인'을 중요한 소재로 채용하고 있죠.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절대 가벼운 마음으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자칫 독자들을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뭇매를 맞을 위험성도 있죠. 하지만 작가는 비록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뭐, 그럴 수도 있겠네...'하고 절반 정도 납득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분들의 생각이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가장 잘 드러난 부분이, 주인공의 어린 시절 기억이었죠. 처음에는 '이게 뭐지? 이놈은 어린 시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하고 당황했지만, 이후 이어진 주인공의 처절한 자기혐오와 절망은 이런 의문을 무마시키더군요.

동생의 죽음을 막지 못한 것도 모자라, 그런 동생을 죽이려고까지 하고, 이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후 동급생의 '목을 조를 때 기분 좋았어?' 하는 질문을 듣고 그녀를 죽이려기까지 하다니... 사실 이런 상황에서 미치지 않는 게 이상하죠.

후반부 전개를 읽을 때, 이런 묘사를 확실하게 해 주지 않았다면 몰입력이 떨어졌을 것 같습니다.

장점을 말했으니 이번엔 단점을 말해 봐야죠? 제가 너무 기대를 많이 한 탓도 있었겠지만,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이 드러난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단점 1. 오탈자나 세세한 오류들.

오탈자의 경우에는 하나하나 일일이 세서 보여드리자면 이 감상글이 끝도 없이 길어질 테니 적당히 넘어가겠습니다. 문법과 설정적 오류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제발 2권에서는,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진지한 장면이나 전투신 중 뜬금없는 오탈자가 나오지 않기를 빕니다. 몰입도가 깨져 버려요...

단점 2. '테마'의 난해함.

무슨 뜻이냐고요? 간단합니다. 저는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재미는 있습니다. 캐릭터도 잘 만들었고, 스토리텔링도 훌륭했고, 딱히 반전이랄 건 없었지만 마무리도 무난했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주제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치명적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연 주제가 뭘까요? 살인을 하지 말자? 관용을 가지자?

그럼 앞부분은 왜 나온 겁니까? 더구나 '연애계약'까지 맺어 가면서. 저는 이 연애계약이 스토리에 중요한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굉장히 두근거리며 읽었거든요? 작가는 왜 자기 스스로 훌륭한 복선 하나를 무시한 걸까요?

우선 이 소설은 둘로 나누자면, '학원 일상계 러브코미디'와 '하드코어 게임 판타지 스릴러'로 나눌 수 있습니다. 주인공의 성격이 두 파트를 오가는 와중에도 바뀌지 않고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는 건 좋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왜 굳이 이걸 이렇게 두 부분으로 나눠야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야기의 비중으로 치자면 전자보다는 후자의 비중이 더 크죠. 실제로 下권의 절반 정도는 게임 속 살인마와의 전투신에 할애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고 나니, 저는 오히려 전자가 빠지고 후자로만 이야기를 구성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확실히 '소드 아트 온라인'과 겹치는 부분이 많죠. 하지만 충분히 한국적인 부분도 많았습니다. 양산형 게임 판타지 소설의 클리셰들에 라이트노벨만의 매력을 넣어 구성했으면 더 나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단점 3. '살인마'라는 캐릭터 자체

결말에 이르러 책을 집어던지고픈 깊은 빡침을 선사한 아아아아아주 빌어먹을 캐릭터 되시겠습니다.

우선 우리 살인마 양에게 한 마디만 하고 시작하겠습니다.

"네년 정체는 그거였냐?!?!?! 반전 따위는 없는, 그냥 그거였어?!?!?! 그리고 하려면 일관성 있게 해 이년아! 미치려면 제대로 미치고 관용을 베풀려면 그냥 베풀어! 어중간하게 구원받으면서 사람 빡치게 하지 말고!"

죄송합니다. 잠시 감정이 격해져서. 흠흠.

하여간 이년... 아니지. 저는 사실 살인마의 정체가 '누님'이라고 생각했어요. 갑자기 주인공의 집에 쳐들어왔다가 바로 다음 날 마녀에게로 가 버리고, 또 다음 날 큰형님에게로 가고, 큰형님의 집에 무언가를 두고 왔다고도 했고, 가출한 이유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고요. 순진한 면상 속에 잘도 그런 음모를 품고 있었구나 이년! ...하다가, 뒤통수를 맞은 거죠. 어, 그래. 너 그냥 살인마였구나. 복선 따위는 전혀 없던, 그냥 살인마였구나.

그래요. 그럴 수도 있죠. 그런 설정은 한두 개가 아니잖아요. 그냥 넘어가요. 또 살인마의 과거가 너무 판타스틱하긴 하지만, 이것도 넘어가죠. 이쪽 업계에서는 흔하니까요. 주인공에게 자꾸 귀여운 척하고 엉겨붙는 것도 사전에 밝혀진 '주인공은 어린 여자아이를 죽이는 데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라는 떡밥으로 넘어갑시다. 그런데.

이건 도저히 못 참겠더라고요.

별말도 없이 갑자기 이루어진 태도 변화.

너 이년 반권 전까지만 해도 온갖 육두문자는 다 썼잖아?! 왜 싸움 다 끝나고 나니까 '난 겁쟁이었어... 이젠 겁쟁이가 아니니까 죽을래. 오빠 ㅂㅂ" 하고 자살하는 건데?!

설사 작가의 의도가 '살인마는 누군가 자신을 쓰러트려 주길 바랬다. 혼자서는 도저히 죽을 용기가 없었기에.' 뭐 이딴 거였다고 해도 저는 납득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고 싶지도 않고요. 이렇게 미쳐도 아주 제대로 미쳐 버린 캐릭터를 곱게 보내는 것도 모자라, 마지막에는 되살리기까지... 만약 살인마가 미소녀가 아니라 단순한 아저씨였다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 버리는 비뚤어진 제 사고방식 때문에 눈물만 날 따름이고요...

더 썼다가는 오늘 잠을 못 잘 것 같으니 여기서 멈추겠습니다.

결론

평점은 10점 만점에 6점 정도 줄 수 있겠군요. 그 이유는 마녀라던가 마녀라던가 이하생략.

결론을 여섯 줄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마녀 귀여워 마녀. 근데 얜 왜 나왔지? 연애계약은 왜 나왔지?

누님 귀여워 누님. 근데 얜 왜 나왔 이하생략.

큰형님 귀여워 큰형님 이하생략.

살인마를 죽이자 살인마는 나의 원수.

上권은 군데군데 병맛이었는데 下권은 일관성 있게 병맛이어서 눈물 나게 고맙다.

두견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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