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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포수 시노하라씨 1권을 읽고.

제목과 겉표지, 여장한 야구선수란 키워드에서 받은 인상은 여장 포수가 갑자원을 노리는 이야기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남장 야구선수가 소재에, 일본고교야구하면 갑자원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일본의 고교 스포츠를 소재로 한 만화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최고목표인 갑자원이나 전국대회를 목표로 달린다. 최고봉이란 꿈을 향해 매진하는 청춘에는 매력이 있기에 사람들이 이에 열광한다고 생각한다. 고로 고교야구부라면 당연히 갑자원을 노리는 이야기이려니 했는데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야구는 나오지만 타학교와의 경기 장면은 나오지 않으며 주로 일상과 주변 이야기들을 쓰고 있었다. 거기에 남장 부분과 제목의 주전포수에서 주인공은 남장소녀로 포수라고 생각했다. 포수하기엔 몸이 작을지 몰라도 포수의 두툼한 미트로 가슴부분도 가려지니 위장에 좋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남장소녀는 야구의 꽃, 투수였다. 주인공 시노하라는 포수, 표지의 남장여성은 투수였다.

정체를 숨긴 여자와 둔감남의 러브코메디일까하고 예상하며 보았지만 으음.. 예상과는 다른 구성에서 먼저 놀랐다. 얘기 하나하나가 너무 짧았기 때문이다. 2p짜리 이야기들을 모은 구성이었으니 라이트 노벨이 어디까지 가벼워질 수 있나를 보여준 셈이다. 이런게 출판될 줄이야하고 작게 감탄했다. 스레를 묶어서 1p짜리 책이 나왔다는 이야기도 들은듯하지만 2p구성도 참신했다.

소재는 간단하다. 야구부의 주전포수 시노하라와 그를 둘러싼 야구부의 일상이다. 2p의 아주 짧은 면에 콩트 형식으로 일상 소재와 야구부,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다룬다. 대부분 개그이기에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거기다 회전이 빠르기에 어디서든 끊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 아닌 장점이다. 대신 내려놓으면 다시 쥐기가 좀 걸리기도 했다. 대체로 개그였기에 계속 웃으며 볼 수 있었다. 반복과 일상 소재들을 잘 연결하여 개그의 장점을 잘 살렸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험공부처럼 고교생활 때 겪는 일들이나 부활동을 하며 접하는 소도구들을 잘 활용하며 공감을 이끌어내었고, 각주와 번역도 만족스러웠다. 중간에 낀 인터뷰나 능력표도 케릭터 파악에 꽤 도움이 되었다. 친구들이 야구게임하는건 봤지만 해보진 않았기에 능력표를 보고 대충 이런 느낌인가하고 말거 같았는데 적절한 해석덕에 이해가 빨랐다.

아쉬운 점이면 이야기 하나하나가 너무 짧다는 점 정도일까? 이 부분은 취향이 갈리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콩트이기에 너무 가볍다는 점도 아쉬웠다. 마지막에 나온 중편이 목마름을 약간은 만족시켜줬지만 아무래도 취향에는 약간 벗어난 물건이었다. 좀 더 다듬어서 하나의 긴 이야기로 써냈어도 좋았을거 같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을 느꼈다.

케릭터도 잘 살아있으며 콩트로 짧은 이야기들 속에서 성격과 취향, 능력 등을 드러내는 점도 괜찮았다. 제일 마음에 드는 케릭터는 후카미. 소꿉친구에 아가씨 속성, 장난기 많고 흉계를 꾸미는 성격이 매력적이었다. 물론 현실에서 저런 사람이 있었다면 가까이하기엔 좀 너무 먼 당신이 되겠지만 말이다. 남장소녀 아야사카나 브라콘 여동생 안즈, 야구부에서만 덤벙대는 고문선생님도 귀엽긴 했지만 취향에서 갈렸다는 느낌이다. 나머지 케릭터들은 아직은 크게 살리진 못했단 느낌이든다. 더 차례가 나오길 기대한다.

일러스트는 좋았다. 굳이 흉을 잡자면 가슴 부분을 좀 강조하는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정도일까?
주인공을 둘러싼 여성들은 아직까진 큰 호감까진 아닌듯하지만 이후 수라장으로 발전할지 풋풋한 사랑 이야기가 될지는 뒤를 봐야 알 수 있을거 같다. 개인적으로 비밀을 숨기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니 남장 부분은 꽤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시원스래 들키는건 아쉬웠다. 하지만 발각과 그 후 이야기가 본 스토리의 시작일테니 뒤가 기대된다. 거기다 마지막 장면은 호기심을 이끌어냈으니 다음 권을 사는건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

마지막으로 감상과는 관계없지만 아야사카 남매는 일본의 여러 1인칭 중 어떤 것을 사용하는지가 궁금한데 알 방법이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