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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명사와 마녀와 M들의 게임

글쓴이: 한울자락

작성일: 12-10-09 05:35 조회: 1,991 추천: 0 비추천: 0

0.소개

대명사와 마녀와 M들의 게임 - 줄여서 M게임은 2012년 2월 노블엔진에서 발매된 라이트노벨입니다. 작가는 아레스실버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판타지 소설 작가 홍성은 작가님. 해당 소설은 발매 이전에 커그 등지에서 C_World 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었다고 하는군요. 작가 후기에 따르면 원래 판타지 소설처럼 연재되었던 소설을 라이트노벨 형식에 맞추기 위해 편집 수술 과정을 거쳤다 하는데, 원작은 어떤 분위기였을까 꽤나 궁금합니다. 어떻게 볼 기회가 없을까요 ㅠㅜ....

잡설은 여기까지. 노블엔진이 말하는 해당 소설의 장르는 비일상계 학원 & 게임판타지입니다. 좀 더 깊이 따져보자면 학원 스릴러 & 게임 판타지라 해야할까요.

주인공은 다른 이들과 적당히 어울려 지내지만 자신에게 고백하는 여자들을 차버리는, 그런 차가운 도시의 고등학생입니다. 자신의 이름을 불리는 것도 싫어해 자신을 대명사로 불러줄 것을 요구하죠. 그러다보니 정작 대명사로는 안불리고 '대명사'라는 별명을 갖게 됩니다. 어느날 대명사는 자신과 비슷한 부류인 여고생, '마녀'에게 연애계약을 제안받습니다. 서로에게 고백해오는 이성친구들을 쉽게 차버리기 위해 사귀는 척을 해보자는 내용입니다. 동시에 대명사의 집에는 수상쩍은 택배가 배달됩니다. 유명 게임회사에서 만들었다는 게임, C_World. 게임 패키지에서 나타난 요정은 하루 2시간 당 1000만원이라는 보수를 제시하며 그를 베타테스터로 초대합니다. 현실과 게임을 오가며 나름대로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주인공은, 어느순간 생각치도 못했던 인물과 맞닥뜨리게 되...는게 상권까지의 내용입니다. 더 이상은 스포일러라 말하면 안되요...^^

1.색다른 설정.

M게임을 읽기 전에는 사실 이 소설에 대해 그렇게 큰 기대를 걸진 않았습니다. 일단 우리나라 게임판타지에 대해서 묘하게 얕보고 시작하는 제 어리석음이 그 첫째 원인이고, 여기에 더해 작가가 판타지 작가 출신이었다는게 그 둘째 원인이며, M게임이 독자의 반응이나 판매량에서 그다지 신통치 않았다는게 셋째입니다. 음... 변명하자면, M게임이 나올 시기까지만 해도 제가 꽤 오만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게임판타지는 안될거라는둥, 솔직히 제대로 된 작품이 없다는둥... ...지금은 안그러냐고 묻는다면 할 말 없지만요.

그리고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난 지금, M게임을 실제로 읽게 된 저는 의외로 제 예상을 뛰어넘는 퀄리티를 접하고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됩니다. 죄송합니다, 작가님. 2권도 꼭 사서 보겠습니다.

우선 M게임은 기존의 한국 게임판타지와는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구별되는 설정을 보여줍니다. 주인공이 게임을 시작하고, 또 계속 플레이하는 이유, 원인, 동기부여. 처음에 주인공은 하루 1000만원이라는 돈에 이끌려 베타테스트를 시작합니다. 일단 이 부분에서는 다른 게임판타지와 같은 동기부여겠지만, 회사측에서 직접 돈을 쥐어주며 게임 속 현거래까지 책임진다는 점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흔치 않았던 참신함이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이야기가 하권으로 넘어가면서 주인공의 동기가 단순히 돈을 버는 것에서 뒤바뀌는 전개에서는 절이라도 올리고 싶었달까요. 플레이어들의 능력이 현질 + 이능력으로 이루어진다는 설정도 매우 괜찮았습니다. 주인공의 성장이 노가다나 행운으로 구성된 게임판타지소설과 비교되는, 빠른 라이트노벨 호흡에 어울리는 좋은 설정이었다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로 칭찬받아 마땅한 좋은 설정들이 많습니다만 대충 이정도까지만 하겠습니다.

2.학원물로서의 전개

대부분의 게임판타지 소설들은 이야기가 현실보다는 게임 세계관에 종속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의 양산형 게임판타지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일본의 본좌급이라 칭해지는 소드아트온라인, 액셀월드마저 그런 경향성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습죠. (유일한 예외라 칭할만한 작품이 그 이름도 찬란한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입니다만, 일단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합시다.)

M게임의 경우에도 사실 이 굴레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상권 마지막의 강렬한 충격, 거기에서 이어진 하권 초반부, 그리고 하권 중반부터 에필로그까지는 완전히 게임 세계의 독주입니다. 그러나 M게임에서의 현실세계는 게임세상만큼이나 스릴 넘치는, 아슬아슬한 학원물을 보여줍니다. 몇몇 독자들은 이 책을 '게임하는 장면보다 현실이 더 재밌는 게임판타지'라고 평하기도 할 정도니까요.

묘하게 다른 이와 거리감을 두는 차가운 도시 남자, 대명사. 뒤틀린 성격으로도 온 남자들을 홀리고다니는 팜므파탈, 마녀. 계약연애라는 기묘한 관계로 맺어진 두 남녀가 학교를 뒤흔들고 다니는 학원일상은 독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데 충분합니다. 여기에 더해 주연만큼이나 매력적인 조연, 큰형님과 누님이 엮여나가며 이야기는 더욱 풍부한 전개양상으로 나아갑니다. 이야기 중후반, 대명사의 과거가 밝혀진 시점에서 마녀의 정체를 두고 펼쳐지는 살벌한 로맨스는...! 여기까지. 뒷 내용은 사서 읽읍시다 ><♡♡

3.단점. 학원 스릴러 / 게임 판타지.

이렇게 M게임은 적절하게 잘 조합된 학원 게임판타지... 인 것만 같습니다만, 까놓고 보면 좀 다릅니다. 가장 명확한 단점은 이겁니다. 현실세계와 게임세계의 미칠듯한 괴리감이요. 실제로 저 위에 줄거리 요약을 살펴봅시다. 주인공 대명사가 마녀라는 애한테 계약연애를~ 근데 집에서는 왠 택배에 게임이 베타테스터~ ...뭔소립니까, 이거. 마녀랑 계약연애를 하는거랑, 게임에서 베타테스터를 신청했는데, 그게 뭐요.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건가요. 어쩌란거죠. 지금 염장지르는겁니까. 누구는 솔로인생 20년, 게임에는 현질할 돈이 없어 허덕이는데, 누구는 여자 고백을 차지 못해서 안달인데도 초미녀가 옆에 붙고 그거랑 별개로 게임을 하면 돈까지 준다네요 와 대박... 뭐 이런건가요.

그래요. 그래도 상권 이야기 흐름을 쭉 타다 보면 그래도 현실과 게임의 연관성을 좀 알 수 있습니다. 아, 이래서 주인공은 다른 이와 거리를 두는 차도남이 되었구나. 아, 이 떡밥은 이래서 그런거구나... 여기서 충격과 공포다, 그리고 절단신공. 상권이 끝나고, 독자는 허겁지겁 하권을 집어듭니다. 헠헠, 이건 좀 쩐다! 좋아, 달려 보는거야! 마치 스페로 스페라 상하권을 보는듯한 느낌!

...그리고, 하권 첫 전투씬이 막 끝나고, 독자는 다시 한 번 이 미칠듯한 현실과 게임의 괴리감에 두뇌가 쪼개지는 기분을 느낍니다. 뭐야. 주인공 방금 졌잖아. 전투씬에서 졌잖아. 불구대천의 적에게 대판 깨지고 도망쳤잖아. 근데 왜 '아, 이건 게임이었지 참 ♡♡' 드립을 치면서, 바로 튀어나온 마녀랑 만나서 하하호호 웃고 떠드는거야? 야, 어이, 너, 임마! 적어도 분노를 표출하면서 이를 빠득빠득 가는 시늉이라도 해야지, 갑자기 뭔 정신승리야?!!!

이후 3페이지 동안 저는 화를 내느라 내용에 집중을 못했습니다. 이 부분은 아무리봐도 작가의 실수거나, 편집부의 실수거나, 작가와 편집부 모두의 실수거나 셋 중 하나에요. 방금 전까지 막 미쳐 날뛰던 주인공이, 갑자기 순식간에 멘탈을 회복하면서 '아 쪽팔령 ♡♡ 내일 큰형님 얼굴 어떻게 보냐' 이 드립을 치더니, 갑자기 나온 마녀랑 하하호호 웃고 떠듭니다. "아, 뭐야? 아~씨 미치겠네!" 독자들은 순간적인 상황 변화를 이기지 못하고 곳곳에서 욕설과 함께 격한 반응이 터져나옵니다. 폭력 게임의 주인공처럼 난폭하게 변해버린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현실의 학원 스릴러 전개와 게임 속 게임판타지 두 전개를 굳이 붙여놓은 필요성을 못느끼겠다는 생각입니다. 두 이야기의 플롯은 거의 분리된 상태로 진행됩니다. 후반부에야 조금 서로 영향을 줄 뿐이고 그것도 완벽한 연결도 아니구요. 결말은 등장인물들의 현실에 영향을 주고, 이 영향이 발전하여 주인공의 새로운 동기가 되긴 합니다만 이건 거의 2권의 떡밥을 미리 깔아놓는 사전작업에 가까운게 사실입니다. 거기에 끝까지 XXX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아요. 이건 심각한 문젭니다. 아니, 시작부터 내내 떡밥을 던졌으면서 아니 뭐 어째?

결론은 2권을 사야한다 이겁니다. 쳇, 쳇. 딱히 2권을 사려고 이런 말 하는 건 아니니까.

4.총평.

해당 감상글에서는 M게임에 대해 꽤나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그러나, M게임이 대중적인 취향에 맞는 소설이냐...하면 그건 또 답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일단 제가 이 소설을 읽게 된 계기가 게임판타지 라이트노벨을 찾아 읽기 위함인 것이 첫 째 이유고, 여기에 더해 제 개인적인 취향이 대중이랑 그렇게 잘 맞진 않다는 게 또 둘 째 이유고, 마지막으로 해당 소설을 읽은 다른 분들의 평은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는 것이 셋 째 이유 되겠습니다. 떄문에 이 소설은 그렇게 자신있게 남들에게 권해주기는 그렇습니다. 다만, 개인적인 평가로는 취향만 맞으면 꽤 재밌고 한 번 쯤 읽어봄직한 소설입니다. 이 감상글을 읽고 '어라, 어째 좀 재밌을거 같다' 싶으면 70%확률로 읽어볼만 할겁니다. 특히 권해드리고 싶은 분들은 '아 나 게임판타지로 라이트노벨 쓰고 싶은데 어떻게 써야될지 모르겠당 그냥 양판소처럼 쓰면 되낭? ♡♡'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런사람들 은근 많아요. 꼭 좀 읽었으면 합니다. 두 권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