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로 책을 받게 되어 리뷰를 쓰게 되었으며, 리뷰를 거의 써본 적이 없어서 두서가 없을 것 같은 점 미리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대한 자제하면서 쓰긴 했지만 몇 가지 책 속 내용을 언급하면서 쓰게 될 것 같으니 아직 책을 접하시지 않으셨던 분 들 중 내용에 대해 미리 알기 싫으신 분은 주의하세요.
마지막으로 감상은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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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광고로 알려진 책의 특징은 '검술이라는 이능이 주류인 세계. 그리고 그 세계의 법칙에 불만이 많은 소년, 그리고 교과서적인 검사덕후……인데 연애소설 매니아인 소녀.'였습니다.
가끔 팍 하고 오는 ‘헉! 이건 사야해!’ 하는 느낌은 들지 않더군요. 왠지 임팩트가 부족하다고 할까. 그도 그럴게 요새 하도 파격적인 설정이 많잖아요. 라이트노벨도 흥미를 끌기 위해 아침드라마같이 more 자극, more 선정, more 막장 테크를 타다보니…….
막상 책을 받고 읽어보니 내용도 마찬가지군요. 확실히 임팩트가 부족해요. 읽고 나서 ‘재미있었다!’라던가. ‘다음권이 보고 싶다!’라던가. ‘아까 그 장면 좀 멋진데?’하고 다시 그 장면을 찾아본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그냥 ‘평온해졌습니다.’ 읽고 나서 바로 편안하게 숙면했어요.
전체적으로 사건의 흐름이 굴곡이 부족해서 밋밋한 느낌이 듭니다. 무난하고 왕도적인 흐름이라 사건이 예상가능하고 마지막까지 제대로 된 반전이나 돌발요소 등이 없어서 느슨하게 보다가도 어? 하고 집중해서 보게 되는 맛이 없었습니다. 소설의 대미를 장식하는 절정, 그 절정 중에서도 사건을 종결시키는 그 한 장면도 이렇다 할 반전이 없다보니 내려치는 거대한 검과 함께 긴장감도 바닥에 곤두박질칩니다. 뭔가 멋져야 하는데 허망하게만 느껴져요. '다 놀았냐? 그럼 이제 이거나 받아라.' 이런 느낌?
게다가 주인공의 찌질하게마저 보이는 대책 없는 성격까지 섞여 들어가니...
마지막에 당하는 악역이 불쌍합니다. 부조리해요. 악역녀석 분명 ‘저딴 녀석에게 당해서 쓰러지려고 내가 그 긴 세월을 단련해왔나.’하는 느낌에 눈물이 핑 돌았을 것 같습니다.
이고깽을 아십니까? 딱 그런 느낌입니다. 우연히 얻은 힘으로 제 하고 싶은 대로 설치다가 제지하는 녀석이나 방해되는 녀석이 있으면 털어버린다. 넌 나를 별 것 아닌 녀석으로 봤겠지. 약한 척 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사실 난 무지하게 강하다! 신의 선택을 받았지!
주인공의 성격을 언급한 김에 조금 더 말해보자면 이 녀석 인간이 덜 된 이기주의자에 지극한 냉소주의자입니다. 뭐 설정 상 그럴 수밖에 없는 배경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절대 호감 가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사회로 치면 조직의 암세포나 다름없습니다.
소설 초기 장면을 예로 들자면 검사로서 자부심이 있는 사람에게 ‘검사는 쓰레기다.’하고 모욕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듯 자신이 자랑스러워하고 있는 것을 모욕당하면 화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에게 ‘네 자식이 쓰레기다.’하고 욕하면 어느 부모가 ‘아, 그래요?’하겠습니까.
어느 회사 사람이 ‘너희 회사 물건은 쓰레기다.’하고 욕하면 ‘쓰레기라서 죄송합니다.’하겠습니까.
당연 검사의 반응은 불같이 화를 내며 그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걸 보고는 또다시 비웃습니다.
‘봐라. 너희 뇌까지 고철로 물든 녀석들은 사람에게 함부로 검을 들이밀지.’
……이거 완전 성격파탄자입니다. 게다가 저 행동도 제 목숨 걸고 하는 반항이 아니라 지가 안 죽을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보이는 행동이에요. 주인공은 졸라 강하거든요! 그래서 저런 위협 따위 코웃음으로 비웃을 수 있는 겁니다. 그러면서 나중에 ‘나 실은 너보다 훨씬 세거든? 놀랐냐? 놀랐지? 그럼 이제 잘 가.’하면서 그 사람을 묻어버립니다.
물론 이런 주인공도 있을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라고 다 착하고 바르고 정의로운 게 아니니까요. '광마'의 주인공처럼 광기에 절여진 녀석도 있고 '영웅 마왕 악당'의 악당처럼 얍삽한 녀석에 처세술로 보신하며 남을 이용하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각자 나름의 매력이 있지요. 너무 획일적인 주인공만 나오면 그것도 영 재미가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 주인공이라는 녀석은 매력이 없습니다.
다른 분들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겐 대가리가 덜여문 놈이 감당못할 힘만 가져서 세상이 다 우습게 보이는 놈이 매력적으로 느껴지진 않아요.
그보다 여자 주연 중 한명이었던 세실리아의 선배였던 남자(이름이 기억나질 않네요.)가 훨씬 매력있고 임팩트 있었으며 간지가 넘쳤습니다. 차라리 그 녀석이 훨씬 주인공답네요. 그 녀석이 성장해서 주인공을 쳐부수는 소설이었다면 훨씬 취향에 맞았을텐데...
전반적으로 소위 ‘까는’ 감상글이 되었습니다만 괜찮은 부분도 확실히 있습니다. 특히 여자 주연들의 캐릭터는 상당히 매력이 있어요. 고결한 기사인데 알고 보니 야설덕후라던가, 거칠고 야성적이지만 의외의 약점이…… 라던가. 쌍둥이 자매의 거울 같은 말투는 귀엽죠. 중간중간에 그에 관련한 이벤트도 충실했고…….
무엇보다 글이 쉽게쉽게 술술 읽히는 것이 좋았습니다. 쓸데없이 문장이 어렵거나하지 않아서 독자의 입장에서 상당히 편하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죠. 또한 깨알같은 웃음을 자아내는 세실리아의 당황한 말투라던가 메이린과 당분의 상관관계 등등은 무난하고 평범한 흐름의 메인 스트림에 활력을 불어넣을만큼 충분히 재미있었습니다. 주인공이 그토록 마음에 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은 것만 봐도 볼만하다는 거겠죠.
하지만 주인공이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는 관계로 혹 다음 권에서 주인공이 개처럼 구르면서 털린다는 소식이 있다면 호기심에 사볼 생각은 있습니다만 그렇지 않다면 뭐... 그냥 그래요. 저런 녀석 정말 싫거든요. 이고깽은 이제 지긋지긋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