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에 ‘아픈 것아, 아픈 것아, 날아가라’가 출간되었고,
마침 제가 좋아하는 라이트노벨들이 당시에 출간되지 않아,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이 작가는 시간에 관련된 소설을 씁니다.
흥미롭게도 흔히들 생각하는 ‘만약 ~였다면’을 활용하여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이전 소설들에서는 앞으로 생존할 시간을 돈으로 팔거나, 시간을 되돌렸는데 더 최악으로 가는 모습들을 보여 줬었습니다.
이번 책에서는 타임슬립, 시간의 되돌림(?)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소재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나 5pb.X니트로플러스의 게임,
‘슈타인즈 게이트’에서도 다루는 것이므로 많이 익숙합니다.
처음엔 남 주인공의 서술이 시작됩니다. 이사가기 전에 여자친구를 만들고 원거리 펜팔을 하게 되면서 끊길까 걱정이 돼서,
우울한 현실과는 다른 내용을 써서 메일을 보내다가, 직접 만나자는 답장을 받고서는 연락을 끊고,
계속 우울한 현실 속에서 지내다가 예전에 끊었던 펜팔에게 다시 만나자는 편지를 남기고,
그날 허탕을 치다가 자동차로 여학생을 치게 됩니다. 그 여학생은 죽었는데, 죽지않았고, 죽음을 ‘미룸으로써’
남 주인공에게 함께 복수극을 해줄 것을 요구합니다. 복수극이라니, 사람이 살다보면 다른 사람에 의해 곤경에 처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저 사람은 언젠가 요절내버릴테야 이런 생각을 가끔씩 할 수도 있는데, 그것이 소설에서 구현되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죽음을 미룸으로써 이후에 여학생이 하는 행동 모두가 무효화 되기 때문에 미루기를 중단하면 아무 일도 없게 된다는 여유도
물론 그 여학생이나 나나 사람을 죽이고 그 피나 촉감에 대해 상상이 가지 않았고, 비유가 좋지는 않지만,
괴롭힌 사람에 대한 복수라는 소재는 책을 읽을 때의 목적 중 하나인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진저리치면서도 신이 나서 읽어나갔습니다.
계속되는 복수극 속에 여 주인공은 지치고, 남 주인공이 여 주인공의 실체에 대해서 깨닫게 됩니다.
물론 그 전에 남주인공은 ‘할아버지 패러독스’니 뭐니 하는 것을 언급하며, 복선을 깔았습니다만,
여 주인공은 본래 남 주인공과 연인 사이였었고, 여 주인공 또한 힘든 나날을 보냈었으며, 남 주인공을 위해 시간을 미루고,
또 자신을 위해 시간을 미뤘던 것이었습니다. 쨌든 그렇게 서로를 알게되고, 추억하는 과정 끝에 미뤘던 시간들이 풀림으로써
책이 마무리를 짓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는 기간 중에, 본인에게도 참으로 스트레스 받고 눈물이 핑돌정도로 힘든 일이 있었기에,
시간을 미룰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나도 저랬겠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매 선택이 크고 작은 후회를 종종 만들었기에 그랬던 것 같고,
작가 후기에 실린 ‘삶의 함정, 그 중 절대 빠져 나오지 못할 함정 안에서 행복을 찾은 모습’을
그려내었다는 말도 참으로 와닿았습니다. (다 읽고 책을 집에 두고 나와서 기억나는 대로 읊조려 보았습니다)
그 구절을 읽으면서 뭔가 사토리세대(삼포세대, 오포세대 등)란 단어가 떠오르긴 했으나,
이랬거나 어쨌거나 가벼운 소재이고 복선도 친절하게 깔아주는 뻔한 스토리였음에도
개인적으로는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 소설책이었습니다.
아직 살아간다는 것을 확실하게 모르고, 항상 실천은 못하지만
복수란 단어를 통해 계속되는 스트레스를 자체적으로 해소하려 노력하는 소시민이지만,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나만의 행복을 찾아서 살아가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