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날개의 종이학과 허세 부리는 니체
작가 : 천효진
출판 : 영상출판미디어(영상노트)
발매 : 2015.02.16.
표지 일러스트 : 착향제
ISBN : 9791131905043
정가 : 11,000원
장르 : 드라마, 성장소설
중심 소재 : 종이접기, 철학 서적, 자살, 버킷 리스트
작품소개
가장 소중히 여겼던 것을 무시당하고, 가장 바라는 것을 결코 얻지 못하리라 생각한 적이 있습니까? 누구나 한 번 이상 경험해 보았을 좌절의 시기, 죽음을 바랐던 소년과 소녀가 만나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솔직하고 담담한 묘사로 풀어나가는, 어떤 소년소녀가 경험한 겨울이야기. 제6회 노블엔진 대상 특별상 수상작!
줄거리
가장 소중히 여겼던 것을 무시당하고,
가장 바라는 것을 결코 얻지 못하리라 생각한 적이 있습니까?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인데,
아무도 그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
“바라는 것은 하나뿐인데,
그것만은 결코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
죽음을 바라는 소년과 소녀가 우연히 만나고, 합심한 두 사람은 한 가지 약속을 교환한다. 서로의 남은 미련, 분노를 떨쳐내기 위한 버킷 리스트 달성에 협력하는 것. 그것이 완료되면 아쉬움 없이 죽음을 택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서.
타인이 보면 웃어넘길 작은 소망들을 이루어나가면서, 소년과 소녀는 점차 서로에 대해 알아가게 된다. 그러나 협력하면 할수록 파국의 순간도 가까워지는데?
소중한 것을 인정받지 못하고, 바라는 것은 얻지 못한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현실에 맞서는 소년소녀의 어떤 겨울 이야기!
1. 제목
제목인 <반쪽 날개의 종이학>과 <허세부리는 니체>는 각각 이 소설의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을 상징하는 말입니다.
2. 인물(주인공)
연수는 종이접기가 특기인 평균 이하의 남자 중학생입니다. 자신에게만 꿈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살을 결심합니다.
예리는 니체와 그 말 인용하기를 즐기는 도도한 여자 중학생입니다. 반 아이들의 모진 괴롭힘을 견뎌내지만 끝내 찾아온 상처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결심합니다.
3. 사건(시놉시스)과 테마
* 전체 내용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내용 누설이 없는 간략한 줄거리가 궁금하신 분들은 위의 출판사 작품 소개와 줄거리를 읽어 주십시오. 또는 글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주제가 궁금한 경우 블로그 링크 클릭 후 아래 '* 분위기 및 주제' 항목을 읽어 주십시오.
- 프롤로그
자살을 결심하고 산을 오른 연수는 운명적으로 자신과 같은 목적으로 산에 오른 예리를 만납니다(Boy meets girl). 그러나 예리와 만남으로, 연수는 이대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죽어야 하는 현실에 분한 감정을 느끼고, 예리에게 죽기 전에 버킷 리스트를 3개씩 만들어 실행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합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연수
공룡 박물관에서 한 번 놀아보기
니체와 관련된 책들 전부 빌려보기
종이접기 및 종이접기 책 다 버리기
예리
태어난 의미를 알기
교실 엎어 버리기
지평선 구경하기
➀ 책 빌리기
연수의 일상 소개입니다. 연수는 자신의 인기 많은 친구 주연과 짝사랑 상대인 다혜가 사귀는 것을 부러워합니다.
연수와 예리는 학교에서 만나 약속을 세우고, 학교와 동네 도서관에 있는 니체와 관련된 책들을 빌려 모읍니다. 그러나 마지막 대학 도서관의 도서는 빌릴 길이 없기에 절도를 감행합니다.
연수는 일을 끝낸 데 대한 만족감을 느끼지만, 니체의 글에 대해 괜한 말을 했다가 예리의 화를 돋우고 뺨을 맞습니다.
➁ 교실 엎기
연수는 주연에게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는 예리의 입장을 듣게 됩니다. 그리고 예리를 괴롭히는데 동참한 주연의 친구 지훈과 싸움을 벌입니다.
예리와 함께 준비를 한 후에 주말 밤을 틈타 학교에 잠입하여 교실을 어지럽힙니다. 이 과정 중에 좋아하던 다혜의 책상은 건드리지 못하고 오히려 다혜의 체육복을 가져오고 맙니다.
➂ 태어난 의미를 알기
연수와 예리는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PC방, 교회, 산부인과 등 동네를 돌아다닙니다.
PC방에서는 각자 죽음과 관련된 단어의 정의와, 죽음에 대한 철학자들의 견해를 검색하나 이것만으로 삶의 의미를 찾아내지 못합니다.
교회에서도 지루한 설교 시간을 지나, 설교자에게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나 만족할만한 대답을 얻지는 못합니다.
산부인과에서 산모에게 안긴 아이를 보고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끼나 그것으로도 부족합니다.
마지막으로 학교에서는 국어 선생님과 결혼한 아내를 지켜봅니다. 예리는 이 과정에서 눈물을 흘리고 맙니다.
➃ 종이접기 관련 물건 태우기
종이접기는 연수에게 있어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장기이자 무기였습니다. 그러나 시절은 변했고 연수는 자신에게 소중하던 이러한 보물들을 마침내 끝내기로 결심합니다.
➄ 가출하여 공룡 유원지에서 놀기
연수와 예리는 죽기 전 마지막으로 가출하여 전북 익산시로 여행을 갑니다. 낮 시간을 영화관 등에서 때운 뒤, 밤이 되자 아무도 없는 공룡 박물관을 거닐기 시작합니다.
밤늦게 찾아낸 여관에서 한 방을 쓰며 밤을 보내기로 합니다.
➅ 지평선을 구경하고 자살하기
12월 25일 성탄절, 김제시에서 지평선을 거닐며 버킷 리스트를 완료합니다.
계획대로 리스트 컷(손목 긋기)을 통한 자살을 꾀하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추억과 삶을 향한 욕구를 느낍니다. 피를 흘리며 죽어가나 지나가던 운전기사의 도움으로 기적적으로 살아납니다.
- 에필로그
주인공 두 사람은 이제껏 괴로움을 정리하고 새로운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 분위기 및 주제
영어 관용구(Idiom) ‘Boy meets girl’에는 ‘판에 박은 듯한(정석적인 구성의) 로맨스’라는 의미가 존재합니다. 이 작품의 내용도 양판소 마냥 범람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예상 가능한 범주 내로, 신선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자살 혹은 죽음과, 자아 정체성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룬 청춘 소설입니다.
워플은 이러한 장르를 흑역사물 또는 다크사이드(Darkside) 청춘물이라 칭하곤 하는데, 다른 사람들의 리뷰에서도 이미 이 작품이 이러한 장르에 속한 『NHK에 어서오세요(NHKにようこそ!)』, 『오나니 마스터 쿠로사와(オナニーマスター黒沢)』과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왕따를 다룬다는 점에서 같은 보르자 작가의 『노벨 배틀러』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또한 워플은 이것이 만화 『악의 꽃(惡の華)』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봅니다. 특히 이 부분에 나온 교실을 뒤엎고, 동경하던 뮤즈(러브라이브 그룹명인 μ's가 아닌 그리스 신화 학문과 예술의 여신들인 뮤즈, 만화/애니메이션 오타쿠이자 철학자인 혼다 토오루의 『바람난 철학사(喪男の哲学史)』 견해에 따르자면 철학자들이 꿈꾸던 ‘이데아(理想)적인 존재’)의 체육복을 훔치는 장면은 순서만 바뀌었을 뿐, 『악의 꽃』에도 이미 한 차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죽음에 대한 정의, 고뇌는 그 무엇도 당신의 삶의 이유에 대한 확실한 해답을 주지도 못합니다. 오직 믿음을 강조하는 종교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인류라는 범주에서 볼 때 인간은 끊임없이 탄생하고 죽는 소멸하는 행위를 반복합니다만, 인간에게 남겨진 것은 오로지 슬픔밖에 없습니다.
『산 낙지를 잘 먹는 아이』처럼 혼자만 꿈처럼 느끼던 왕년도 어느 샌가 현실이라는 벽으로 뒤바뀌어 좌절하고 맙니다. 공룡을 좋아하던 어린 시절과 같은 모습으로 삶을 즐기던 그때와 같이 행복한 나날만 지속된다면 좋으련만. 지금도 여전히 고뇌는 바로 옆에서 끝까지 주인공을 괴롭힙니다.
그러나 이러한 세상의 고통과 절망 가운데서도 남아 있는 판도라의 상자 속 희망이 존재하나니. 그것은 누군가 자신과 함께 하고 있다는 감정. 에밀 뒤르켐의 『자살론』에 따르자면 소속감이라는 느낌입니다.
주변을 둘러보고 상황을 정리하십시오. 후기에 나온 한 여대생의 고민글에 반응을 단 많은 네티즌과 같이, 당신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생각해줄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4. 감상
스스로가 어두운 성격이라 생각해서인지는 몰라도 개인적으로 이러한 장르를 좋아한다. 물론 위에서 밝힌 대로 신선하고 두근두근한 기대감은 없지만, 스스로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성장해 가는 풋풋한 주인공들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주인공들뿐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독자들 또한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해볼 수 있다. 비록 이러한 소설의 결말이 꼭 모든 삶의 문제에 대한 완벽한 문제 풀이가 되어주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주인공들과 같이 저마다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담고 있다.
사실 이 작품은 노블엔진 라이트 노벨 대상 특별상 수상작이지만 노블엔진 팝으로 출간되었다. 이 점은 다른 리뷰 글에서도 탁월한 선택이라 호평을 받고 있다. 비록 라노벨 부문으로 투고되었던 터라 이성에 대한 주인공의 사고방식에 라이트 노벨적 색체가 일부 남아 있긴 하지만, POP 부문의 타 작품, 예를 들자면 『3일 간의 행복』과 같이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잔잔하게 풀어가고 있다.
다만 대학 도서관 도서 절도나, 공룡 전시장 무단 침입 같은 장면들이 아무런 장애 없이 너무 쉽게 잘 풀린 게 아닐까 싶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당장이라도 죽으려 들던 예리가 아무 거리낌 없이 주인공의 제안을 받아들이거나, ‘작은’ 교회에서 신도들이 처음 와서 엉뚱한 질문을 던진 주인공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던지, 산모가 자기 아이를 안아보라며 건네주는 장면 같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또한 조연인 주연과 다혜는 주인공을 말없이 이해해 주는 친구 역할인 듯한데, 솔직히 너무 성인(聖人), 성녀(聖女)로 묘사되어 부자연스럽다. 에필로그 주인공의 고백에 대한 반응도 너무 무덤덤하게 그려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주인공과 이들의 갈등(주인공이 다혜의 체육복을 훔친 것)은 화사첨족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매력적으로 느껴진 것은, 스스로 접은 반쪽짜리 종이접기를 통해 좌절을 경험한 연수, 니체라는 허영으로 스스로를 가둔 예리가 스스로 정해둔 틀을 깨고 부화한 병아리와 같은 성장을 이루었기 때문일 것이다.
공룡 화석의 등에 올라타도 보고, 앞으로의 계획과 결심을 들판에서 외치며 약속한 두 사람의 모습이 무척 인상 깊다.
5. 기타
* 다른 사람들의 리뷰에서도 강조되는 점이지만 오자가 은근 거슬린다. 이에 대해서는 (1년 넘게 지난 시점인지라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긴 해도 )노엔 문의 게시판에 제보 예정.
* 노엔 작품 중에 간간히 기독교적 색체를 발견 하곤 하는데 이 작품도, 중간에 성경을 인용한 구절도 그렇고(뭐, 기본적으로는 교회를 비판하는 어조긴 해도), 끝에 주인공들이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 구조되는 장면도 그렇고 작가가 기독교인일까? 하긴 『NHK에 어서오세요』(소설판)에도 교회 장면이 나왔던 걸 생각하면, 단순히 종교라는 것이 사람의 자아 형성과 연관이 있기 때문일지는 모르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