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발단
평범부 활동일지 - 작가 Tiz
장르 : 전기 학원 부활동 러브코미디.
줄거리 : 한 때 중증 중2병을 앓았던 주인공은 사력을 다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중. 어느 날 그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싶은
서큐버스 히로인을 만나고, 자신이 초능력자라는 비밀을 들켜버립니다. 결국 주인공은 그녀를 도와 평범부를 만드는 것에 협력하게 되는데...
1.만담.
미연회 때도 그랬지만, 이 글의 주된 퍼텐셜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등장인물 간의 만담입니다. 아예 시작부터 주인공과 여주인공이 만나서
30p를 만담으로 달리는 패기=. 주인공의 서술보다 등장인물끼리 대화하는 분량이 더 많은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만큼 만담의 분량이 큽니다. 다만,
미연회의 만담이 약간 수다스러운 면이 있다면, 이 쪽은 등장인물 간에 투닥거리는 츳코미가 더 강조됩니다. 미연회의 만담과 평범부의 만담, 각자
장단점이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쪽이 호흡이 더 짧아 읽기 편하네요.
2.캐릭터. 음모론.
과거 있는 까칠남츤데레 주인공, 메인 히로인 겸 섹드립 담당 시리하, 서브히로인 겸 갭모에 담당 한세리,
양호선생님 겸 누님 담당 검예휘. 각자 맡은바 역할이 딱딱 나눠져있고 개성과 매력을 지닌 좋은 배분이라 하겠습니다. 검예휘 선생님의 분량이나
비중이 적은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지만 이건 넘어가고. 개인적으로는 세리가 좋습니다. 갭모에나 과거 스토리나 이런 캐릭 좋아요...
그러나 한 가지 의문인 점은, 왜 1권부터 로리 캐릭터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점...? 아니, 딱히 문제점이라던가 단점이라고 지적하는게
아니구요. 진짜로 궁금해서 그런겁니다. 작가 후기를 보면 평범부는 작가님께서 '이렇게 저렇게 짜면 어떨까~' 하고 계획적으로 짠 소설라고
하셨지요. 거기에 작가도 '아, 필수요소인 로리가 1권에 없네요 흐규흐규ㅠㅜ 2권에는 로리 나올테니 봐주세요...' 하고 문제 인식을 제대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1권에는 로리가 나오지 않는 것일까요. 우리는 여기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볼 때 평범부는
명백히 작가의 의도 아래 노려서 쓰여진 글입니다. 노리고 쓴 글에 로리가 나오지 않았다? 어째서일까요. 여기서부터는 약간
탁상공론적 음모론이 나옵니다. 부디 적당히 걸러 읽어주시길.
눈치채셨을지 모르지만, 메인 히로인 시리하는 로리 히로인의 자질을 갖고 있습니다. 한세리가 처음 그녀에 대해 취하는 태도는 '안타까운
애. 모자란 애. 세상 시름을 모르는 애.' 취급입니다. 한세리는 그녀에 대해 어린애 다루듯 우쭈쭈 먹을걸 나눠주고 장난을 치는 태도를
보입니다. 그래요. 비록 단편적인 일면에 불과하지만 이건 로리 히로인의 자질입니다. 마음만 먹었다면 세리하는 서큐버스라는 개성 앞에 로리라는 두
글자를 덧붙일 수 있었다구요.
눈을 감고 떠올려보세요. 세리하라는 히로인이 로리 캐릭터라는 상상을 해봅시다. 세리하라는 캐릭터가 로리가 된다고 해서 이 글에 문제가
생기나요? 아니죠! 세리하는 지금 당장 로리 캐릭터의 개성을 취한다고 해도 문제될게 하나도 없습니다. 오히려 세리하가 원래 로리 캐릭터였다고
가정하면, 1권 히로인의 비율은 더욱 완벽해집니다. 로리하나, 동급생하나, 누님하나. 와, 이게 뭐죠? 황금비율? 딱 들어맞네요!
그렇다면 어째서 세리하는 로리 히로인이 아닌걸까요. 그렇습니다. 이건 음모에요. 작가님께서는 아마 처음에 세리하를 로리 캐릭터로 컨셉을
잡았을겁니다. '가슴이 작다'는 언급이나 '어린 서큐버스'라는 설정 등에 이런 속성이 남아있어요. 그러나 지금의 세리하는 아무리 봐도 로리
캐릭터가 아닙니다. 이건 함정입니다! 여기엔 '로리 출판사'라는 세간의 인식을 흐리기 위한 편집부와 아청법의 음모가 숨어있...! 네,
여기까지. 사랑하나의 음모론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음모론은 반 쯤은 농담이지만, 약간 아쉬운건 사실입니다. 작가님께서 이렇게 혼과 열을 다해 노리고 쓴 글임에도, 판매량 면에서는 다른
신작 소설들에 비해 뒤지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평범부보다 잘 팔리는 두 소설은 그 '로리 캐릭터'를 전면에 앞세운 소설이라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여러분, 평범부 재밌어요. 로리캐릭터 아니라고 미워하지 말아요 ㅠㅜ... 그러니까 그짓말도 좀 사
보라고!!!
3.단점.
뭐... 단점이라고 해봤자 단순합니다. 흔한 러브코미디들이 지닌 단점들이에요. 설정이 얕다던가, 전개가 갑자기 급해진다던가, 결말이
흔하다던가, 기타등등... 이 정도의 단점은 요즘 읽은 다른 러브코미디들도 대부분 지니고 있는 것이니 뭐 ㅇㅂㅇ-3 어쩔 수 없는거죠.
그 중에 하나만 꼽아보라면... 그래요. 설정구멍을 좀 살펴봅시다.
일단 주인공의 '평범'이라는 설정. 작 중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평범함을 유지하기 위해 피노력을 다합니다. 일부러 성적을 맞추고, 전
교직원 이름 프로필을 외우고. 온갖 별 짓을 다 하면서도 '평범함'을 만들어내는 그는, 그러나 같은 반 아이들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시리하에
대해서도 한세리보다 잘 모른다 하죠. 어... 어? 원래 반대 아닙니까? 이 녀석, 말로는 평범하다 하지만 사실 같은 반 애들한테
왕따를 당하는거 아닌가요? 왕따를 당하는건 한세리가 아니라 주인공이었던거죠. 그러고보니 같은 반 애들이 축구하자고 말하는 장면에 됐다고 하는
장면도 있고 이, 이 녀석 수상해...!
말로는 '평범하다, 평범하다' 하지만, 솔직히 주인공이 보여주는 '평범함'이라는게 정말 다른 등장인물을 납득시키는 '평범함'인지 독자를
납득시키기 힘들어요. 비교하자면 일코하는 숨덕부 인진이가 더 '평범'해보입니다. 주인공의 '평범함'은 커피우유신화의 리하이가 보여주는
'평범함'에 가깝습니다. 어딘가 나사가 빠졌다구요. 이런 녀석이 세계관 내에서 미스터 평범 취급을 받다니, 난 이 설정 반댈세.
뭐 이 설정구멍을 메꾸는건 어떻게든 가능하긴 할겁니다. 결국 주인공보고 '평범하다'고 말한 녀석들도 하나같이 나사 빠진, 말하자면
평범해지고 싶은 존재들이니까요. 그런 녀석들이 볼 때는 주인공이 평범해 보일 수도 있다...? 말이 되긴 하네요. 자, 그럼 다음
설정구멍.
양호선생님 겸 누님담당 검예휘 선생님의 정체는 사실 신. 예전에는 군신이었다가 삼신으로 전직하신 분이죠. 첫 장면에서 선생님은
빨간약이라던가, 성인 여성의 평균적인 힘 등 일반 세상의 상식을 잘 모르는 면모를 보여줍니다. 아무래도 평범부의 컨셉을 맞추기 위해 집어넣은
장면 같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죠. 검예휘 선생님은 과거 군신으로서 자신을 모시는 여성 무당과 함께 지낸 적이 있습니다. 그런 선생님이
일반 세계의 상식을 모른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어떻게 쉴드를 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여성에 대한 상식까지 모른다는 건 말이 안되죠. 넵,
설정구멍.
논리적으로 약간 삐걱거리는 구멍은 이것 뿐은 아니지만, 스피디감상이라는 취지에 맞춰야 하기에 빨리 끝내기 위해 멈추겠습니다. 네...
사실은 빨리 롤 하려고 끊었어요. 제가 말한 단점들 때문에 평범부가 재미없을거라 지래짐작하는 분들을 위해 말하자면, 이런저런 단점이 별로 중요한
건 아니에요. 이 정도는 다른 평범한 러브코미디들도 똑같이 보이는 단점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평범부는 다른 러브코미디와 다를 게 없는
평범한 작품입니다. 뭐, 그래서 제가 러브코미디를 좋아하기가 힘든거지만.
4.결론.
몇 번이고 말하지만 저는 러브코미디라는 장르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여러가지 말도 안되는 전개를 납득하라고 강요하는게 싫거든요.
러브코미디를 읽으면 즐거우면서도 한 편으로는 괴로울 때가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시드노벨에 나온 신작, 용더마와 평범부 두 작품은 정말 재밌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러브코미디치고 괴롭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은 정말 좋아해요. 평범부의 작가님, Tiz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좋은 작품을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평범부 재밌습니다. 평범부 읽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