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
+ 상처받은 소년을 치유하는 길고양이 모녀와의 인연
+ 고양이의 쌩뚱맞은 행동거지를 잘 묘사한 초반부
+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챕터 사이사이의 고양이 생활백서

단점
- 아기 고양이때의 디테일함에 비해 비현실적이고 다소 속물같은 묘사의 인간 아이 버전
- 전체적으로 핀트를 못잡고 방황하는 캐릭터성
- 초반부의 서정성이 무색해지는 중반의 지루한 러브코미디 전개와 후반의 시리어스 급전개
- 영물/요물로 너무 에둘러 표현하느라 의미가 퇴색한 유기동물에 대한 이야기

결론
= 고양이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채 어중간하게 표류해버린 치유계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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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회 노블엔진 라이트노벨 대상 우수상을 수상한 육아/육묘 코미디 이야기.

사고로 가족을 잃고 상처받은 소년과 그에게 다가와 주었던 길고양이가 새끼를 남긴채 세상을 뜨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가족은 없고, 어쩐 일인지 어렸을 적부터 좋아했던 동물들 조차 외면하기 시작해서 고독에 빠진채 울면서 잠이 드는 허약한 소년과 그를 달래주려는 듯 살며시 창문을 넘어와 소년을 위로하듯 핥아주고 사라지는 검은 고양이와의 기묘한 동거생활. 그리고 추운 날 새끼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난 검은고양이를 대신해 아무것도 모르는 먹성 좋은 아기 고양이를 돌보는 초반부의 서정적인 느낌은 참 좋았다.

특히 고양이에 대한 깊은 애정이 물씬 풍겨나는 아기 고양이 누리의 행동묘사가 초반부의 백미.

이때까지만 해도 워낙 느낌이 좋았기에 누리가 인간 아이로 변하면서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기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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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고양이에 대한 세심한 묘사와는 달리 누리가 인간이 된 이후의 아이에 대한 묘사는 부족한 지식을 서브컬쳐적인 코드로 채워넣는 바람에 무척 실망스러웠다.

순진함이나 엉뚱한 언행 같은 아이들 특유의 매력은 요츠바랑, 아빠말, 토끼드롭스 같은 여타 육아물들에 비하면 상당히 부실하다. '우냐냐'같은 말버릇을 사용하면서 투정을 부리는 장면이 곧잘 나오긴 하지만 어린아이스럽지도 않고, 고양이 때의 습성이 나타나는 적도 거의 없기 때문에 어중간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심지어 명색이 여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스토리적으로 중요한 역할은 전부 다른 캐릭터가 가져가 버리는 바람에 병풍 신세를 면치 못했다.

다른 캐릭터 역시 매력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비슷한 처지의 조숙한 독설 소녀 소라는 내면의 감정묘사 없이 단순히 거친말만 내뱉으며 툭하면 자기보다 어린 누리를 걷어차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뭔가 사연이 있는 조숙한 아이라기 보다는 그냥 버릇없는 아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이 아이 역시 무슨 동물이 변한 형태라고 추측은 되었는데 그런 행태는 전혀 나오지 않고, 독자에게 주어지는 단서도 아예 없는 상태에서 막판 대반전이 일어나 그냥 당혹스럽기만 했다.

아이를 좋아해서 누리에게 하악하악거리는 글래머 관리자 유라 역시 깊이가 없는 캐릭터라는 점은 마찬가지다. 누리를 좋아해서 따라다니거나, 소라를 껴안고 자거나, 아이가 갖고 싶다는 엉뚱한 발상에 주인공을 덮치거나 하지만 어느 캐릭터도 그녀에게 큰 관심을 기울여 주지 않아 안습할 따름이다.

서로간의 따스한 교감이 중요한 이런 장르의 작품에서 캐릭터들 간의 관계성은 중요한 문제인데, 비단 유라 뿐만 아니라 모든 캐릭터가 독자적으로 떠 있는 섬처럼 서로에게 큰 관심이나 영향을 끼치지 못한 상태로 수동적이고 미리 설정된 뻔한 개그나 행동만 하는 듯한 인위적인 인상이 강해서 인물간의 관계성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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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후기에 나왔듯, 반려동물과 버려지는 유기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영물과 요물이란 설정을 통해 전달하려고 한 의도 자체는 무척 좋았지만, 그 의도를 이루기 위해 영물이 다스리는 토지와 영물이 다스리는 영역, 그리프시드의 설정을 닮은 혼의 구슬에 의해 버려지고 억울하게 죽어서 생겨나는 요물 같은 복잡하고 판타지한 설정이 굳이 필요했는지는 의문이다.

그냥 신기한 어떤 힘으로 고양이가 뿅- 인간이 되었습니다. 하는 정도로 간결하게 끝내고 남는 여력을 좀 더 인물간의 드라마에 집중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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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서정적인 초반부와 따로노는 후반부로 미루어 보건데 중간에 초기 기획과는 꽤 많이 달라진 것이 아닐까 추측되기도 해서 더 아쉽다. 억지로 끼워맞춘 듯 어색했던 러브 코미디와 판타지한 시리어스 전개 보다는 좀 심심하다고 느껴져도 순수하게 치유물로 나가는 편이 훨씬 어울리지 않았을까. 적어도 초반의 그 고양이에 대한 애정하며,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그 모습만은 무척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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