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엔진의 신간인 '우리집 아기고양이'를 읽어보았습니다. 이 작품이 노블엔진 공모전 수상작이라는데, 그것보다는 오히려 '고양이'가 들어간 제목과 예쁜 표지에 끌려서 질렀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네요. 제목 그대로 고양이계 미소녀가 히로인(?)으로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우리집 아기고양이'의 주인공은 다한울이라는 이름의 연약한 소년으로, 4년전의 교통사고로 인해 부모를 잃고 혼자서 살아가는 소년가장입니다. 게다가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은 것도 모자라서 갑자기 주변의 동물들과 사이가 나빠지는 바람에 매일마다 개들한테 쫓겨다니는 일상을 보내는 '불행한' 주인공이지요. 사실 '몬스패닉'쪽도 그렇고 왠지 노블엔진에서 내는 국내 작품들은 마치 매일 불행과 사고에 시달리는 주인공을 컨셉으로 잡은 것 같습니다. -_-;;;

그리고 이 작품의 히로인 역시 사람이 아닌 고양이입니다. 그것도 보통의 고양이가 아니예요. 그들의 진짜 정체는 이야기의 네타가 되니까 자제하겠지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만화 등에서 종종 등장하는 네코미미 계열의 의인화된 캐릭터입니다. 하여튼 이 작품의 히로인인 '누리'는 어미고양이가 갑자기 죽고 나서 주인공에게 맡겨진 아기고양이로, 이야기의 중반부터 후반까지는 아직 세상물정을 전혀 모르는 고양이소녀 '누리'를 키우느라 온갖 고생을 다 하는 주인공의 육아 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리고 있습니다. 특히 막 인간이 된 누리의 순진무구한 행동을 보면 마치 '아빠 말 좀 들어라!'의 히나를 보는 것 같더군요. 아무래도 그 작품의 영향을 상당히 받은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히로인인 유라와 소라도 참 재미있는 캐릭터인데, 유라는 겉보기엔 평범해보이는 귀여운 소녀(외견상 16세 정도?)이지만 실상은 어린 아이를 매우 좋아하고 가끔 섹드립도 칠 줄 아는 꽤 밝히는 소녀입니다. 주인공 입장에서 보면 언제든 자신의 '동정'을 위협할지도 모르는 요주의 인물이기도 하지요. 주인공의 어떤 비밀을 알게 된 이후로 조금이라도 틈만 나면 주인공의 아이를 가지고 싶다나 뭐라나... -_-;;

게다가 소라는 유라보다 더 위험인물이라... 작고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정신연령이 매우 높고 '독설'과 '성적인 농담'이 대박입니다.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독설이 매우 심한 여캐릭터를 전에도 본 듯 한데 아마 '나와 호랑이님'하고 '이것은 좀비입니까' 시리즈에서였던가요? 이런 것도 '갭 모에'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게다가 소라는 질투 때문인지 누리를 '바보 고양이'라며 아주 싫어하기도 해서 요주의 인물이기도 합니다. 사실 소라가 비정상적으로 조숙해진 이유는 마지막에 충격적인 비밀이 드러나면서 밝혀지게 됩니다만....

이 작품 자체의 내용은 전체적으로 보면 훈훈한(?) 전개가 대부분인 '치유계 러브코메디'입니다만, 이야기의 후반부부터는 어두운 내용들도 꽤 포함되어 있어서 반드시 밝은 분위기라고는 할 수가 없습니다. 주인공은 물론이고 시우님을 제외한 누리, 유라, 소라의 세 히로인들이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있거나 결점을 가지고 있고, 특히 소라의 경우는 정신적인 상처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리도 나중에 자기 엄마가 돌아가신 사실을 알게 되면 상당한 충격을 받게 될지도 모르지요.

따라서 이 작품의 주인공인 다한울의 역할은 그들 세 여성이 가지고 있는 심적 상처를 치유하고 그들의 결점을 끌어안는 역할이라고 할 수가 있는데... 문제는 주인공이 몸도 마음도 너무 허약한 타입이라서 그런지 치유한다는 느낌이 쉽게 전달되지 않는 편입니다. 이런 '새가슴 주인공'은 몬스패닉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이런 점 때문에 주인공은 이야기를 완결내는 핵심역할만 맡고 나머지는 히로인들이 리드해가고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고자'라고 평해도 좋을 정도로 심약한 남주인공이 영 마음에 안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후반부의 반전에서는 주인공답게 큰 역할을 해내어서 다행이었지만요. 사실 그것도 운이 매우 좋았던 결과지만...</strike>

이 작품 자체는 섹드립이나 독설을 종종 내뱉고 어린 여자아이를 매우 밝히기까지 하는 히로인들이 좀 식상한 편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나름대로 훌륭한 치유물으로서의 역할을 잘 보여주고 있고, 곳곳에 복선이 깔려있었긴 해도 막판의 급반전으로 저에게 충격을 선사해준 것도 매우 인상적인 편이었습니다. 아직 시리즈가 1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00점 만점에 80점 정도는 되겠군요. 고양이 등 동물을 좋아하는 라노베 애호가이시라면 한 번이라도 읽어보셔도 후회는 없으실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P.S. 키우던 동물 버리면 나중에 천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교훈도 함께 남기는 작품...(...)

P.S. 우리집 아기고양이들도 나중에 인간화 되면 좋겠지만... 어미인 미야를 빼고는 모두 남아라는게 함정... orz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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