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 후우센 씨의 투고?굳이 본인을 묘사하지 않는 묘사

　그 소녀가 <유령>인 것을 나는 안다. 우선 그녀는 너무 아름답다. 얼굴이 예쁘다는 것 만이 아니다. 현실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아름답다. 마치 누군가의 꿈 속에서 그대로 뛰쳐나온 사람처럼도 보인다. 그 순수한 아름다움은 나에게 슬픔과 비슷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하지만 자연스러우면서도 일상적인 장소에는 존재할 수 없는 감정이다.
　나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숨을 죽이고 있다. 한편 그녀는 책상에 턱을 괸 채 그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가끔 턱의 위치가 손 안에서 살짝 움직이고 그에 따라 머리의 각도가 아주 약간 변화한다. 방 안의 움직임이라고는 그저 그것 뿐이다. 창 바로 옆의 커다란 미국산딸나무가 달빛을 받아 조용히 빛나고 있는 것이 보인다. 바람은 불지 않는다. 어떠한 소리도 내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죽어버린 것 같은 감각이다. 나는 죽어서 소녀와 함께 깊은 화구호 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저 [해변의 카프카] (신조 문고)로부터


　이 ‘초’가 붙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을 알고 계신 분도 엄청나게 많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아직 이 작품 얘기는 나오지 않았기에 일단 투고합니다.(식은땀)
　이 묘사에서는 지금까지 연재되었던 종류의 테크닉도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제가 여기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 작품 안에서는 소녀 자신에 대한 묘사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묘사되는 것은 기껏해야 자세, 머리카락, 목덜미이며 소녀의 얼굴 생김 등의 중요한 부분에는 거의 언급하지 않고 그저 복장이 묘사되어 있을 뿐입니다.
　게다가 비유는 전혀 없고 풍경 묘사도 조금밖에 없습니다. (커다란 팩터를 차지하고 있는 것에는 부정할 수 없습니다만)

　그렇다면 여기서 소녀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묘사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하면 결국 그녀를 관찰하는 주인공의 내면의 움직임입니다.

　그에 따라서 독자는 주인공에게 공감하는 것 같은 감각을 가지고(뭐 이 카프카 소년은 꽤나 특이한 사람이기 때문에 공감한다기 보다는 그의 마음을 해석한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자신의 마음 속으로 상상(망상?)하는 것입니다.
　확실히 많은 문학 작품에서는 이처럼 복장만 묘사하고 본인의 묘사는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거의 다입니다만, 그 점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라이트노벨이 아닌 소설에서 모에를 느낀(웃음) 것은 드문 경험이었기에 저도 배우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아, 덧붙여서 무라카미 하루키 씨는 항상 본인을 묘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이 소녀에 관하여서도 나중에 묘사가 있지요.
　단순히 저는 이 신이 마음에 들었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 거짓말쟁이!’같은 소리는 하지 말아주세요.